추석은 다가오는데 어쩌란 말이냐
상태바
추석은 다가오는데 어쩌란 말이냐
  • 윤호노 기자
  • 승인 2017.09.28 09: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주 과수·채소 탄저병 몸살…잦은 비·고온다습 영향

추석 목전에 수확을 앞둔 과일과 채소 생산량이 급감해 농민들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사과와 고추는 탄저병 등으로 큰 피해가 잇따르고 있어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7월 초순부터 번지기 시작한 사과 탄저병은 이달 현재까지 멈추지 않고 있다. 병이 발생하지 않은 과원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피해 정도가 심하다.

추석을 앞두고 과일과 채소에 탄저병 등으로 큰 피해가 잇따르자 농민들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충주시는 사과 전체 면적의 30%, 570ha 가량이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조·중생종 재배면적이 전체의 25%임을 감안하면 홍로 과원의 100%가 탄저병에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 충주시 농정과 관계자는 “피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조·중생종은 100% 왔고, 일부 과원에서는 후지 품종까지 발생했다”고 말했다.

실제 동량면 건지마을에서 2만 4000㎡의 사과 농사를 짓는 전상훈 씨는 요즘 사과를 솎아내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지난 여름 혹독한 가뭄과 집중호우에도 탐스럽게 사과를 키워냈지만 수확을 코앞에 두고 시작된 늦장마로 순식간에 한 해 농사를 망쳤다.

전 씨는 “불과 보름 만에 다 익은 홍로 사과의 30% 가량을 솎아냈다”며 “병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바닥에 비닐을 깔고 햇볕을 가려주지만 소용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산척면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김광영 씨 과원도 비슷하다. 병에 감염된 사과가 그대로 나무에 달려 있지만 일손이 부족해 미처 따내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탄저병은 발생 즉시 따내야 하는데 재배 면적이 6만 6000㎡가 넘다보니 일손이 부족해 해결을 못하고 있다”며 “올해 수확을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푸념했다. 산척면 천등산과수작목반은 회원수가 42명인데 이중 35농가가 탄저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예년보다 늦은 추석도 과일 시장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농민들이 추석 대목을 겨냥해 무작정 수확을 미루거나 냉장보관하면서 추석 직전 홍수 출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이를 반영하듯 저장성이 떨어지는 홍로 사과는 불과 며칠 새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이달 중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조사한 전국 도매시장의 홍로(10㎏) 가격은 3만 600원으로 지난해 4만 2000원, 평년 4만 2900원에 비해 30% 가량 떨어졌다.

충주시 탄저병 방제 지원, 실효성 의문

이달 초 홍로 사과 가격은 3만 7800원이었다. 충주원예농협 관계자는 “‘추석 사과’로 불리는 홍로가 대부분 선물용으로 소비되는데 올해는 열흘 넘는 시차로 인해 농민들이 출하조절에 나서면서 공급량이 출렁거리는 상황”이라고 했다.

충주시는 과수 탄저병 확산에 따라 과수농가에 긴급 방제비 5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는데 어느 정도 실효를 거둘지 미지수다. 시 관계자는 “사과 과원 1895ha 가운데 조·중생종 과원 295ha는 대부분 탄저병이 발생했다. 만생종 과원(1600ha) 일부에도 번져 전체적으로 30% 정도가 피해를 입었다. 조생종인 홍로 대부분과 후지 일부가 잠식당한 상태”라며 “과수 만생종의 남은 4회 소독 중 가장 중요한 초기 방제 2회분의 소독약제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복숭아도 전체 과원 1115ha의 10% 정도에서 탄저병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시는 탄저병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생산자단체 임원과 긴급회의를 갖고 방제비 지원을 결정한 것. 농기센터 관계자는 “탄저병은 병의 진행이 빨라 초기 방제가 중요하다”며 “이미 감염된 병든 과실은 발견 즉시 제거하고, 과원 내 습도를 낮추기 위한 제초작업 등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긴급 방제 지원신청은 농지 소재지 읍면사무소와 동 주민센터에서 접수하면 된다.

한편, 최근 충주에는 우박이 내려 농작물 피해가 속출했다. 충주시에 따르면 우박 피해를 조사한 결과 92농가가 68.8㏊에서 피해를 봤다. 작목별로는 사과가 57농가 46.86㏊로 가장 많고 상추 8농가 1.75㏊, 배 1농가 0.06㏊, 벼 15㏊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시는 추석 연휴 전까지 피해 조사를 한 뒤 농약대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음성 고추, 수확량 줄어

음성군의 대표적인 농산물이면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음성청결고추 올해 가격은 평년보다 크게 올랐다. 더욱이 올해는 극심한 가뭄으로 생육에 어려움을 겪었고, 출하시기인 8월에는 잦은 비로 소독을 못한 탓에 병해충까지 기승을 부려 고추작황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음성읍 하상주차장 음성청결고추 직거래장터에서 고추 600g은 1만 3000원대에서 거래됐고, 이달 들어 1만 8000원까지 치솟았다. 평년에는 600g당 8000원에 거래됐지만 올해 작황이 좋지 않고 수확량이 크게 줄어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한 고추재배 농민은 “폭염과 잦은 비로 탄저병과 역병이 돌아 올해 수확량이 크게 줄어 가격이 상승했다”고 말했다. 고추를 모조리 뽑아 없앤 사례도 있다. 음성읍에서 친환경으로 농사를 짓는 이상윤 씨는 엄청난 속도로 퍼지는 병원균이 혹여 다른 작물에 해가 될까 싶어 고춧대를 전부 제거했다.

소이면에서 고추 농사를 짓는 김우종 씨는 지난해 2000㎡의 고추밭에서 1700근을 수확했는데 올해는 농사를 거의 포기한 상태다. 김씨는 “고추를 열번 정도 수확하는데 이번에는 한 번도 못 땄다. 병이 퍼지는 걸 막으려고 방제를 해도 소용이 없었다”며 “고추를 재배하는 10가구 중 1가구 정도나 무사할 것 같다”고 했다.

이런 사정으로 21일부터 열렸던 음성청결고추축제는 축제기간 판매할 건고추 물량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에 비해 수확물량이 절반 이상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고추 축제 때 직거래장터 가격 대비 두 배 이상 폭등해 소비자의 불만도 사고 있다.

농업진흥청 관계자는 “탄저병 등 병원균의 99%가 강우시 빗물에 의해 전파되며 한 개의 병든 개체에는 탄저병균 전염원이 수천만 개 이상 되므로 발병 즉시 제거하는 것이 농약을 살포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라며 “고추밭을 유심히 관찰해 탄저병에 걸린 개체가 발견되면 즉시 매립 또는 소각하는 등 포장청결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