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은 하늘에 해답은 현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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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은 하늘에 해답은 현장에
  • 충청리뷰
  • 승인 2017.10.1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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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명 순충북연구원 연구위원

며칠 전 지난 여름의 청주지역 집중호우로 인한 홍수피해 지역을 다녀왔다. 때 늦은 감은 있지만, 더 늦기 전에 현장 상황을 생생하게 점검하고 기록하며, 지역주민과 함께 해결책을 찾기 위함이었다. 석남천을 비롯한 도시지역의 침수피해는 대부분 빗물이 원활하게 하천으로 빠져나가지 못하여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일부 구간에서는 하천의 수위가 상승하면서 제방을 넘어 월류하기도 하였다. 이로 인하여 인근 아파트 지하실과 전기시설이 잠겨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고, 도로와 인근 대형매장도 물에 잠겼다.

도시지역 침수의 가장 큰 특징은 도시의 확장과 불투수 포장의 증가로 빗물이 땅 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한꺼번에 하천으로 배출되는 것이다. 이번 도심지역 피해는 여기에 사전대비가 부족한 원인도 가세한 것으로 분석된다. 침수지역 바로 아래에는 서청주교와 석남천교 두 교량이 인접해서 위치해 있는데, 공교롭게도 서청주교를 기준으로 상류지역에서만 제방을 월류하여 피해가 발생하였다. 침수가 발생하는 시간에 주변 아파트 주민이 촬영한 동영상을 분석했더니 석남천교 하류쪽으로는 하천의 물이 제방을 넘지 않았으며, 오히려 0.5m 이상의 여유고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왜 그런 것일까?

현장조사를 통해 그 원인을 알 수 있었는데, 두 교량 모두 다리를 받치고 있는 교각이 너무 많았고, 다리 아래에 퇴적물이 쌓여서 홍수가 발생할 때 물이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병목현상이 발생하였던 것이다. 두 교량 모두 80년대 건설된 것이라 교각이 너무 많았고, 그 동안 다리 아래에 쌓인 퇴적물도 눈에 보이지 않고 인적이 드문 탓인지 관리가 되지 않았다.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이번 집중호우와 같은 강우는 앞으로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도심지역의 빗물을 잘 관리할 수 있는 물순환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며, 당장은 하천 교량 및 하천 바닥에 대한 주기적인 점검과 정비가 필요하다.

한편, 달천 상류 지역은 도시와 같은 불투수층이 매우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을이 침수되는 피해를 겪었다. 피해지역은 주로 하천주변의 저지대 지역이다. 하천의 수위가 상승하면서 마을에서 하천으로 빠져나가야 할 물이 오히려 역류하여 마을로 들어온 것이다. 이는 괴산댐 하류의 마을도 마찬가지였다. 하천의 제방보다 낮은 위치의 주택이 피해를 입었다. 애초의 원인은 한꺼번에 많이 쏟아진 빗물이지만, 이것은 인간의 힘으로는 예방하거나 대처할 수 없다. 다만, 저지대 지역이 홍수피해 위험에 취약한 것을 알면서도 그 곳을 선택한 우리가 문제였던 것이다.

괴산댐 수문을 늦게 열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제기되었다. 상류지역 주민은 하천의 교량이 범람하고 일부 마을이 침수될 것으로 예상하여 댐 관리자에게 전화를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고, 결국 몇 시간 만에 물이 제방을 넘게 되었다. 괴산댐의 수문을 늦게 연 때문인지 아니면 워낙 강우가 많은 탓인지는 명확하게 밝히기는 어렵지만, 홍수피해가 예상되는 댐 주변의 주민들과 댐 수문을 조작하는 관리자간의 비상연락체계가 구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자연재난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분명 사전에 충분한 대비가 있었다면 훨씬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을 현장을 둘러보고 더 절실하게 깨달았다. 필자는 이번 홍수로 인명피해와 많은 재산피해를 입긴 했지만, 이 정도이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300년 빈도 이상의 시간당 90mm 이상의 엄청난 폭우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상황에 대한 허술한 대처능력에 비하면 오히려 감사해야 할 것이다. 어쩌면 이번은 경고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그동안 홍수에 대한 대비가 허술했으니 이참에 제대로 정비하라는 메시지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해답은 이미 현장에 있었다. 책임을 하늘과 일부 관계자에게만 돌려서는 다음번 홍수에는 더 큰 피해를 겪게 될 지도 모른다. 이번을 거울삼아 철저하게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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