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평준화 놓고 충주지역 ‘논쟁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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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평준화 놓고 충주지역 ‘논쟁 中’
  • 윤호노 기자
  • 승인 2017.10.2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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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 충주고·충주여고 유명대학 진학률 현저히 하락

전국적으로 자사고와 외고 폐지 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충주지역은 고등학교 평준화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충북도교육청이 평준화에 대해 타당성 연구용역을 발주하면서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비평준화를 시행하고 있는 충주지역 고교들은 학업성취도, 유명 대학 진학률 등에서 다른 평준화지역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지역 명문고라 일컫는 충주고와 충주여고는 2017학년도 입시에서 서울대 진학이 1명에 불과하고, 수도권 명문대로 들어가는 학생 수도 현저히 줄면서 현행 입시제도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2017학년도 서울대 등록자 배출 고교 중 충북지역에서는 23개교가 50명(수시 39명, 정시 11명)의 등록실적을 냈다. 눈여겨 볼 수치는 고교 평준화지역인 청주권에 소재한 세광고와 청석고의 서울대 합격자수다.
세광고는 수시 5명에 정시 2명, 청석고는 수시 3명에 정시 1명을 합격시키면서 평준화지역의 일반고 한계를 이겨냈다는 평이다. 또 같은 지역 학교인 청주고와 운호고, 대성고, 충북여고 역시 각각 2명 이상의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했다.

이는 성적 우수자들이 많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비평준화지역 충주고, 충주여고와 비교하면 고무적 결과다. 최근 몇 년 간 대학 입시에서 수시모집과 학생부중심전형은 계속 확대되는 추세다. 올해만 봐도 전체 모집인원의 73.7%를 수시모집으로 선발한다. 전년도보다 3.8%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학생부중심전형 선발비율도 63.6%(교과 40%, 종합 23.6%)로 전년도보다 3.6%포인트 증가했다.

서울대 뿐만 아니라 대부분 대학은 수시모집 6번의 기회를 부여해 신입생의 70% 이상을 선발한 뒤 나머지를 정시에서 충당한다. 문제는 내신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이 수능을 위해 재수나 삼수를 선택한다는 것인데, 이들 학생 중 대다수는 현행 입시제도에 부응하지 못하는 비평준화지역 내의 특정고교에 몰려 있는 우수학생들이라는 점이다.

중상위권 몰린 중산고와 비교되네

충주지역에서 상위권 학생들이 다니고 있는 충주고의 경우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한 해에 20~30여명을 서울대에 합격시키며 전국의 명문고교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서울대를 비롯해 수도권 명문대에 들어가는 학생들까지 합쳐도 20여명에 못 미쳐 예전에 비해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사정은 충주지역 여고 중 상위권 학생들이 많은 충주여고도 마찬가지다. 여기에는 최근 대학입시제도가 내신성적을 중시하는 수시전형으로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어 상위권 학생들이 모인 충주고와 충주여고가 상대적으로 대학입시에서 불리한 입장이지만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학교 측의 책임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이는 중학교 성적 중상위권에 속해 충주 중산고를 진학한 학생들을 보면 나타난다. 2017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중산고는 137명이 대학에 합격하는 성과를 거뒀다. 서울대에 2명이 합격하고 일본 APU와 중국 하얼빈 공대,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합격자를 배출했다.

또 연세대 1명, 고려대 2명, 한국예술종합학교 1명, 한양대 3명, 서강대 1명, 중앙대 1명, 경희대 4명, 이화여대 1명 등 서울·경기권에서만 62명의 학생들이 최종합격했다. 서울교대, 경인교대를 비롯한 교대에 8명이 합격한 것을 포함해 국립대학교에도 75명의 합격생을 배출했다.
때문에 평준화를 찬성하는 측은 우수학생들이 특정학교에 몰리는 것을 방지하고, 지역 일반계 고교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평준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평준화에 대해 찬반 팽팽

중산고 안건일 이사장은 “최우수 학생들을 선발한 것이 아닌데도 이런 성과를 냈다”며 “만약 충주도 평준화지역이 되면 우수 학생이 고루 분산돼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평준화 찬성 측 학교 관계자도 “우수학생들이 특정학교에 몰리는 것을 막고, 평준화 지역 일반계고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평준화가 조속히 실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평준화를 반대하는 측은 충주지역의 규모를 감안할 때 지역 명문고 육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상위권 학생들이 모이면 내신 경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선택이라며 이를 박탈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학부모 김모(49·충주시 용산동) 씨는 “우수 인재들이 자꾸 외부로 유출되다보니 지역 자체가 정체되고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 하지만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원하는 대학을 가기 위한 방법은 다르지 않느냐”며 “고등학교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선택권을 빼앗는다면 그것이 더 문제”라고 주장했다.

충북도교육청은 지난해까지 충주를 평준화지역으로 확대할 것인지 결정하지 못하다가 올해 ‘충주지역 고교 평준화 필요성에 관한 연구용역’을 충북대학교 한국지방교육연구소에 발주했다. 이번 연구는 평준화 도입시기와 대상지역, 대상학교 등을 파악해 오는 12월 타당성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12월 중 타당성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도입 필요성이 입증되면 충주지역 고교 평준화 문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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