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공예비엔날레가 지난 22일 폐막했다. 1999년 시작한 공예비엔날레는 올해로 10회째, 20년의 세월을 청주에서 보냈다. 올해 청주공예비엔날레를 보면서 생각이 많아진다. 그간 청주공예비엔날레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올해는 정말 어느 해보다 파격적인 실험을 했다. 그 실험의 결과물에 대해 지역사회는 이제부터라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2년마다 50~70억원 가까이 사회적 자본이 투입되는 비엔날레가 청주와 청주시민에게 무엇을 남겼는지, 앞으로 무엇을 남길 건지 해야 할 이야기가 너무나도 많다. 물리적인 숫자로 따지면 700억원에 가까운 돈을 쓴 셈이다.
청주공예비엔날레는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유일한 미술국제행사이고, 미래세대의 유산이다. 그런 점에서 10회 비엔날레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청주비엔날레를 보면서 왜 비엔날레 조직위가 지역을 소비하는 방식은 꼭 사람이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예총, 민예총 인사들로 구성된 10명의 라운드테이블이 과연 지역성을 담보하는 것일까. 지역성도 그렇고, 정체성도 그렇고 이 어려운 과제에 대해 전국의 어느 도시도 뚜렷한 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 아닌가. 공예비엔날레의 정체성은 또 얼마나 할 말이 많은가.
선한 의도가 꼭 선한 결과를 내지는 못한다. 10명의 공동감독과 비엔날레 조직위가 진정성을 갖고 출발했겠지만 결론적으로 둘 다 준비가 덜 돼 있었다. 물리적인 시간도 부족했다. 이렇게 된 데는 청주시 문화행정의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고 본다. 비엔날레를 준비하는 기간은 오롯이 2년이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1년도 안 된다. 준비기간 동안 예산은 3억원에 불과하다. 전체 57억원의 예산 가운데 적어도 10%는 준비기간에 써야 한다.
이번에 공동감독 문제도 그렇다. 진정 감독이라면 권한이 있어야 했고, 권한을 부여하는 게 맞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감독을 선임하지 말아야 했다. 차라리 공동감독을 선임할 때 지역의 기획자를 등용하고 싶었다면 그들의 낸 기획서를 보고 선택했어야 한다. 감독이 자기 기획서도 없이 예총과 민예총 회원이라고 추천되는 것도 맞지 않다.
비엔날레 조직위가 지역을 소비하는 방식은 늘 이랬다. 지역의 작가들을 위한 전시회를 따로 열어준다거나 작품을 몇 점 함께 전시했다는 것으로 지역을 말했다. 그게 정말 지역의 작가들이 원하는 것일까, 지역을 위한 일이었을까. 만약 지역 작가들이 그런 것을 조직위에 요구했다면 작가들의 생각부터 바뀌어야 한다.
우리는 좀 더 투명해져야 한다. 비엔날레 조직위는 그들이 해야 할 역할에 충실해야하고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지역사회와 머리를 맞대야 한다. 20년이 지나면서 이미 문제점은 많이 돌출됐다. 특히 이번의 실험들을 통해 서로의 한계와 가능성을 분명히 봤다. 100년 후에도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존재하려면, 2017년 지금의 일들을 잘 기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