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우리 민족의 원형을 기록한 사진가
상태바
40년간 우리 민족의 원형을 기록한 사진가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7.11.16 10: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향에서 첫 개인전 여는 송봉화 씨

젓가락페스티벌이 열리는 옛 연초제조창 전시장에선 11월 19일까지 사진작가 송봉화 씨의 사진 40여점과 300컷으로 이뤄진 동영상을 만날 수 있다. 충북콘텐츠코리아랩 섹션에서 송 씨는 ‘우리 민속 문화의 원형, 그 씨줄과 날줄’전을 주제로 40년간 작업한 민속의 현장을 보여준다. 우리 지역의 장인을 비롯한 전국의 장승과 마을 굿 등 오랜 세월과 이야기가 녹아진 작품이다.

충북 청원이 고향인 그는 외지에 있다가 20년 전 고향에 왔다. 일본과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개인전을 열었지만 고향에서 전시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개인전은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작업이 민속적인 것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에 책이 더 맞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민속관련 공저와 단독 저서 등 14권을 펴냈다. 고향에 와서는 청천과 수암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현재 음식문화공간 산들바람을 운영하고 있으며 (사)충청역사문화진흥원장, 한국우리문화연구원장 등을 맡고 있다.

20대에 민속 사진을 찍겠다고 결심한 이후 그의 다짐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가 이번에 내보인 풍경 중에 사실 이제 10%도 남아있지 않다. 장승은 한국인의 얼굴이라고 말한다. 현재 장승은 80%가 다 사라졌다. “지금은 삶의 현장이 아닌 무대에서만 재현된 민속을 만날 수 있다.”

마지막 남은 기록자로서 산 그의 삶은 그래서 고단하기도 하고 때로는 외롭기도 했다. 사진작가 중에 ‘민속’을 자기작업으로 가져간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송 씨의 사진은 그 만큼 이제 희소가치가 있다. 그에게 민속사진을 찍게 된 계기에 대해 묻자 일화를 들려줬다. “젊은 시절 칠갑산 답사를 했을 때 소설가 박태순 씨를 만났다. 사소하게 지내는 마을 제사라고 할지라도 공동체를 위한 정성스러움이 가득 담겨있었다. 달집태우기를 하는 날이면 마을 주민 모두가 지게를 지고 가서 산 위에 달집을 쌓았다. 불이 타오를 때 박태순 씨는 운동화 끈이 타 올랐는데도 까맣게 몰랐다. 온 마을이 그 만큼 집중해서 절실하게 제를 치렀다.”

그 현장은 이제 필름 안에나 존재하게 됐다. 그는 “봉산리 발굴현장의 사진과 장례사진이 가장 애착이 간다. 모든 근원이 흙에서 시작돼 결국 흙으로 간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고향에서 첫 전시인지라 전시장을 찾는 이들이 많다. “이번에 사진전을 열어보니 관객들과 소통하는 것이 의미있다는 걸 알았다. 지금 전시장에 온 관객들을 촬영하고 있다. 이 또한 내 작업의 일환으로 가져가려고 한다.” 그러면서 송 씨는 이 말도 잊지 않았다. “이제 국립청주박물관에서 내 사진들을 초대해야 할 때가 왔다. 박물관이 해야 할 일들을 그동안 해왔으니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