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대 총장 선거, 4년 전 갈등 재연 조짐
상태바
교통대 총장 선거, 4년 전 갈등 재연 조짐
  • 윤호노 기자
  • 승인 2017.11.17 10: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립대 총장 선출방식 6년 만에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변경

내달 직선제로 치러질 예정인 국립 한국교통대학교 총장 선거가 관련 규정 개정 절차 논란으로 파행이 우려된다. 교통대에 따르면 대학 최고 의결기구인 전교교수회는 최근 ‘총장임용추천규정’ 개정안 등을 처리했다.

전교교수회는 전체 교수 330여명 가운데 2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어 교수 149명이 발의한 총장임용추천규정 개정안을 가결했다. 이 개정안은 직원과 조교 참여비율을 선거공고일 기준 최근 3년간 직선제를 했거나, 하기로 한 국립대 참여비율 평균으로 한다는 내용이다. 또 지난 8월 차기 총장 선출과정에서 교수회 집행부와 직원을 대표하는 단체가 협상을 벌여 직원 참여비율 및 의견을 수렴하기로 합의했지만 개정안 통과로 ‘의견수렴 문구’가 삭제되면서 없던 일이 돼 버렸다.

전교교수회가 직원단체(직원회,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국공립대학노동조합) 등 대학 구성원의 의견수렴 없이 학칙과 총장임용추천규정을 개정하면서 갈등은 커지고 있다. 직원회 관계자는 “직선제를 위한 총장임용추천규정 개정을 하려면 대학 구성원의 의견 수렴과 협상을 통해 회의에 부쳐야 하지만 전교교수회는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학칙과 총장임용추천규정을 개정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상황에서 구성원 참여비율은 차후문제”라며 “절차를 무시한 전교교수회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직원회가 포함된 교통대 3개 단체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총장을 선출하는 총장임용후보자 선정규정에 구성원의 의견수렴이 생략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심각한 사안”이라며 “총장과 대학본부가 이 규정에 대해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기존의 안일한 입장을 고수한다면 직원단체들은 전면에 나서 투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직원·학생 의사도 반영해야”

또 “총장 선출을 위한 규정 어디에도 학생, 직원, 조교에 대한 배려나 고민이 없다”면서 “대학본부는 학생, 직원, 조교에게 단 한번이라도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토론의 기회와 총장선출을 위한 자료를 제공한 적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총장과 대학본부는 신임 총장을 선출하기 위한 규정을 중립적인 입장에서 책임을 지고 제정해야 하지만 그 책임을 회피했다”면서 “교수회의 제정안에 대해 사사건건 참견하면서 그간 교내에 많은 갈등과 혼란을 야기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민주적인 총장선출을 위해 전 구성원에게 1인 1표를 보장하라. 비민주적 총장임용후보자 선정규정 제정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전 구성원 합의에 의해 다시 추진하라”면서 “전 구성원의 합의를 통한 총장임용후보자 추천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대학본부에 요구했다.
여기에 학생들도 가세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교통대 한 학생은 “학생은 등록금으로 대학 재정에 기여하는 교육 수요자인데 총장을 선출하는데 참여할 길이 미미하다”며 “대학을 구성하는 교수, 직원, 학생 세 주체가 총장을 뽑을 때도 각각 비슷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교교수회 측은 “일부에선 구성원 협상을 통해 규정을 개정하자고 했지만, 다수의 교수가 발의한 안이 투표를 통해 통과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교교수회의 총장임용추천규정 개정에 직원단체와 학생들이 반발하면서 교통대 총장 선거는 파행으로 치달을 개연성이 높아졌다.

현 총장의 임기가 내년 2월로 종료되는 대학은 직선제를 택한 교통대, 목포대, 제주대, 군산대 등 4곳이다. 이들 대학은 현 총장의 임기가 내년 2월 끝나기 때문에 연말까진 차기 총장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교통대를 비롯한 목포대, 제주대, 군산대 등 국립대 구성원들은 압도적인 차이로 직선제를 택했고, 이화여대 등 사립대에서도 직선제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총장 공백 사태 우려도

국립대 총장 선출방식이 6년 만에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변경된 것인데 그 배경은 교육부가 지난 8월 ‘국립대학 총장 임용제도 운영 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 등은 국립대가 추천위원회(간선제) 또는 직원들이 합의한 방식(간선제)을 바탕으로 2명 이상의 후보자를 추천하면 교육부 장관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총장을 임용하도록 하고 있다.
국공립 대학들은 2011년 전까지 교직원들이 직접 선거를 통해 총장을 선출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 직선제를 폐지하고 국립대 선진화 방안이라는 이유로 간선제 선출을 강요하면서 대학들은 직선제를 폐지할 수밖에 없었다.

6년 만에 부활한 직선제 총장 선출방식을 가장 먼저 시행할 도내 대학은 교통대다. 김영호 현 총장의 임기가 내년 2월 3일 만료돼 올 하반기 직선제로 차기 총장을 뽑아야 한다.
특히 규정에는 임기 만료일 60일 전까지 차기 총장을 선출해야 하지만 전교교수회와 직원단체 및 학생들이 갈등을 빚으면 선거가 순조롭게 일정대로 치러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학 본부 관계자는 “직원 등 나머지 구성원을 배제하고 교수만으로 치른 선거 결과를 현 정부가 수용할지 미지수”라며 “자칫 총장 공백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교통대는 2013년에도 총장선거를 앞두고 삐걱거렸다. 구성원 간 갈등으로 직원·학생들이 보이콧 움직임까지 보였지만 대학 측은 선거를 강행했다. 이때 갈등은 총장임용추천위원회(총추위) 구성 비율 때문이었다. 사실상 교통대 총장 선출권을 가진 총추위의 위원 80% 가량을 교수들이 차지한다는 데 대한 반발이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서 총장 공석 사태가 수개월 간 이어졌고, 총장 후보자 간 법정다툼까지 생겼다. 따라서 이번 총장 선거를 둘러싸고도 2013년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편, 교통대의 직선제 총장 선출은 도내 다른 국립대 총장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충북대학교는 간선제 방식으로 처음 뽑은 윤여표 총장 임기가 내년 8월 19일 만료됨에 따라 차기 총장을 4년 만에 다시 교직원들의 손으로 선출하게 됐다. 한국교원대 류희찬 총장과 청주교육대학교 윤건영 총장은 4년 임기 중 절반도 지나지 않아 2019년 하반기 교직원들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통대 직원단체가 낸 성명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