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지 않는 홍역,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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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지 않는 홍역, AI
  • 충청리뷰
  • 승인 2017.11.2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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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명 순 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지난해 이맘때쯤 충북 음성에서 시작했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올해는 전북 고창에서 시작되었다. 과거에는 큰 뉴스거리였는데, 이제는 늦가을에 치르는 의례적 홍역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정부는 발 빠르게 초등대응에 나서고 있다. AI가 발생한 축산농가의 축사와 사료공장을 세척하고, 사람과 차량을 10일간 통제한다. 전국의 가금류 판매업소에 대한 관리도 강화하고, AI가 발생하지 않은 축산농가에서도 소독, 방역, 외부인 출입제한 등의 대책을 제시했다.
정부는 매년 발생하는 AI에 대하여 10월부터 준비를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번 고창군에서 AI가 발생한 농가는 축사시설이 노후 되었고, 비닐은 찢어졌으며 그 위에서 철새의 분변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AI 병원균을 옮기는 숙주는 철새라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예방하거나 확산을 막기가 어렵다. 정부와 농가는 전국적으로 확산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일부에서는 철새의 이동경로를 인위적으로 변경시키거나, 그 경로 근처의 축산농가에서는 늦가을 이전에 가금을 전부 출하하는 대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언뜻 그럴듯하게 들릴 수 있지만 현실성은 없다. 철새가 언제 어떤 경로로 이동할지 어찌 예측할 수 있단 말인가? 오로지 이윤의 극대화를 위한 공장식 밀집사육 방식을 농가 스스로 바꾸지 않는 한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고쳐지지 않는 것일까?

AI 발생에 따른 축산농가의 피해액, 예방과 대응에 소요되는 정부예산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일반인에 대한 차량통제와 소독, 24시간 투입되는 인력 등의 사회적 비용을 포함하면 홍수나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에 맞먹을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는 대형 재난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살처분된 가축을 매립한 지역의 토양과 지하수 오염을 고려하면 그 피해 정도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진다.

문제는 이러한 사회적 비용이 가금을 사육함으로써 이익을 얻는 집단 즉 가축농가, 가공·유통업자, 판매업자와 별개로 지출된다는 것이다. 농가는 충분하지는 않지만 살처분된 가축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 그리고는 예전의 공장식 밀집사육 방식으로 다시 시작한다. 가공·유통업자나 판매업자는 잠깐의 충격을 받는 것에 그치며, 때로는 공급부족에 따른 가격 폭등으로 이익을 보기도 한다.

결국 AI 발생에 따른 막대한 사회적 비용은 전 국민의 몫으로 전락하고 만다. 살처분 매립에 따른 토양과 지하수 오염에 대한 영향은 우리의 미래 세대가 떠맡게 될 것이다. 환경문제와 관련해서 ‘이익은 사유화되고 비용은 사회화 된다’는 말이 있다.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당사자는 오염행위를 통해 이익을 보지만 오염에 따른 피해와 비용은 지역사회가 책임을 지고 있다. 그래서 환경문제가 해결되기 어렵고 계속 반복된다는 것이다.

가축을 사육해서 얻는 이익은 철저히 사유화 되지만 AI 발생으로 인한 피해와 사회적 비용은 전 국민이 공유한다. AI 예방의 가장 근본적이고 일차적인 열쇠를 쥐고 있는 가축농가는 굳이 수익이 훨씬 덜 나오는 친환경 사육방식을 택할 이유가 없다. 왜냐하면 AI가 발생하는 한 철만 잘 넘기면 사회적 관심은 수그러들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 잘 알기 때문이다.

가축을 길러 생계를 유지하는 축산농가를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들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너무 많은 사회적 비용이 지출된다면 상황은 달라지며, 근본적인 것부터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축산농가는 더 이상 벼농사를 짓는 농부처럼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 그들은 농민이 아니라 기업가이다.

기업가는 엄연히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하고, AI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애꿎은 철새를 탓할 것이 아니라 기업가가 가져야 할 사회적 책임에 정부와 국민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국민들은 친환경 가축사육을 위해 닭과 오리를 덜 먹고, 조금 더 비싸게 사먹는 불편은 충분히 수용할 용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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