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세요 검찰!
상태바
힘내세요 검찰!
  • 충청리뷰
  • 승인 2017.11.23 1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덕현 발행인

정치권에선 검찰개혁의 마지막 기회라고 호들갑을 떤다. 이를 들으면서 언뜻 두 가지를 떠올렸다. 진정으로 검찰의 변화를 바라고 하는 얘기일 수도 있고 반대로 현재 진행중인 전방위적인 사정 분위기에 물타기를 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
당연히 후자는 자기들한테까지 언제 닥칠지 모르는 검찰의 호출에 말못할 고민을 하고 있을 세력들이 해당될 것이다. 

이들의 현재 심정은 어떨까. “나서자니 조심스럽고 그렇다고 앉아서 무사히 지나가기만을 기다리자니 불안하고?”

그래서 그들이 입에 올리는 “검찰 개혁의 마지막 기회”라는 말의 속내는 이럴 수 있다. “아무리 적폐청산이라지만 이 정도로 마무리 해야 검찰이 더 이상 권력의 시녀라는 말을 안 듣지.” 급기야 그동안 공수처 도입을 반대하던 자유한국당이 ‘검찰은 권력의 충견’이라는 극단적인 어휘까지 동원하며 공수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그 책임자는 야당추천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 것이 일말의 진정성에라도 기초했다면 이런 제의에 정부와 여당이 즉각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어차피 검찰이 지금까지의 이미지를 벗어나려면 이러한 특단의 조치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렇게만 된다면 앞으로 누가 정권을 잡든 대한민국의 검찰을 가장 불명예스럽게 하는 무슨 충견이니 시녀니 하는 오명은 알아서 사라질 것이다. 현재를 기준해도 검찰에 대한 견제는 어쨌든 필요하다. 이는 국민들의 숨길 수 없는 학습효과다.

역시 권력 및 정치와의 역학관계에서 검찰이라는 ‘위상’은 참으로 힘들다. 법리를 위시한 모든 사회적 기제를 떠나 그저 국민정서나 정국의 분위기에만 편승해 검찰을 얘기할 때는 지금처럼 대책없이 매도당하고 또 거기에 휘둘린다. 누구는 검찰 쿠데타라고도 하고 누구는 검찰수사를 빌미로 한 전 정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일갈한다. 눈치를 봐도 욕먹고 소신을 부려도 손가락질을 받는 게 검찰의 숙명이라면 아직은(?)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의 원죄는 다름아닌 검찰 스스로에게 있고 국민들도 이를 잘 안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달라지기를 바라며, 또 달라지고 있는 모습에 주목하는 것이다. 과거와같은 부실수사, 이른바 눈치보고, 감추고, 봐주고, 속이고, 물타기하고, 약자만 죽이는 검찰권력의 기망을 기억하면서 말이다. 끊임없는 어깃장에도 불구하고 국민 대다수가 적폐청산을 여전히 지지하고 있다는 여론조사가 이를 입증하고도 남는다.

사진은 적폐청산을 주도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전경

국민들은 정권의 반대편이나 비위자가 시련을 당하고 처벌받는 걸 혐오하는 게 아니다. 그들의 부정과 비리를 그동안엔 몰랐고, 알았더라도 방치했다는 사실에 더 증오하고 자괴감을 갖는 것이다. 국민들은 교통범칙금 몇 만원만 체납해도 시달림을 받는데 그들은 국민세금 수천, 수억원을 자기 사생활을 위한 주머니돈으로 착복, 횡령하고도 이를 관행이라고 당당히 말한다.
적폐는 단순한 일탈이 아니다. 숱한 세월 속에 켜켜이 쌓이고 쌓인 반 사회, 반 국가적인 아주 악질의 병폐인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정작 그 당사자들은 근자의 여러 사례에서 보듯 죄의식을 전혀 못 느낀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적폐를 청산하자는 것인데도 저들은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이 있냐고 자신을 방어한다. 그렇게 대응하려면 자신들이 품고 있는 더러운 먼지부터 드러내야 할 것이다.

지금 검찰은 사정의 피바람을 일으키는 게 아니다. 여전히 세상을 어지럽히려는 구악(舊惡)들의 세찬 역풍에 힘겹게 맞서고 있을 뿐이다. 검찰개혁의 기회는 절대로 정권과 정치권으로부터 주어지지 않는다. 오로지 나라를 바로 세우라는, 그리하여 전국의 길거리에서 모진 혹한의 겨울까지도 이겨낸, 촛불로 다져진 민심만이 검찰을 지지하고 바로 세울 수 있다. 이를 몸소 일궈낸 국민들이기에 변함없이 적폐청산을 외치고 있다.

지금은 검찰 개혁의 마지막 기회가 아니다. 오히려 나라를 바로 세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봐야 옳다. 실제로 현재 돌아가는 형국을 직시하다 보면 다소 어지럽게도 느껴지는 지금이 우리나라 정상화를 위한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어차피 국가와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는 누군가의 희생이나 상처 없이는 불가능하다. 단지 그 상처를 이젠 힘없는, 애먼 국민들이 아닌 지금껏 권력을 내세워 부정하게 살을 찌운 자들이 입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고민한다면 검찰의 적폐청산 의지는 더 곧추세워져야 할 것이다. 바로 이것이 국민들의 진정한 의지임을 한 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검찰이 이처럼 흔들림없이 제 역할을 다 하다보면 어느덧 뒤에 숨어서 마지막 가쁜 숨을 쉬고 있을 온갖 적폐까지를 몰아내게 될 것이고 그러면 검찰의 개혁은 저절로 이루어진다.

대통령과 정치실세, 심지어 청와대의 비서진까지 국가 예산을 제 멋대로 사용(私用)한 사실을 접하고선 비로소 이제서야 꼭 꼭 숨어있던 적폐의 마수들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 것들에 대한 응징에 실패한다면 결과는 뻔하다. 정권이 바뀌면 또 ‘정치 보복’이라는 탈을 쓴 유령이 출몰할 것이고 검찰은 다시 고난의 행군(!)에 직면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고난의 행군이 나라를 위한 헌신이 아닌, 지금 저들의 주장처럼 권력을 위한 투신(投身)으로 결론지어진다면 끝내 그 패배자는 검찰이 아니라 국민이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