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정(17·사진 왼쪽)양과 송승태 (20·가운데)군이 어릴 적 추억의 공간을 찾았다. 청주시 상당구 영동 차 없는 거리에 위치한 어린이 전문서점 ‘서당’ 이다.
이들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제집 드나들듯 서점을 오가며 독서 삼매경에 푹 빠졌던 책벌레들이다. 서점 한편에는 초등학생들이 한데 모여 책을 읽고 있다.
대학생 송승태 군은 “문학수업에서 책 읽고 토론했던 과정이 대입 자기소개서를 쓸 때 큰 도움이 되었어요.”라고 말한다.
‘서당’에서는 책을 파는 것뿐 아니라 또래들끼리 모여 읽을 책을 정하고 감상문을 쓴 뒤 토론도 한다. 한 주에 한 번 모이는데 그 때부터 책 읽는 습관이 들었다고 한다.
“발표능력이 올라갔어요, 고전도 읽은 게 도움이 많이 되었고요, 무엇보다 김해정 선생님의 도움이 컸어요.” 류호정 양이 말했다.
서점주인 김해정(47.오른쪽) 씨는 18년 동안 대형서점 틈 속에서도 꿈 많은 아이들과 함께 있다. 그 틈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은 단행본만 취급한다는 그만의 고집이다. “똑같은 규격의 전집 100권에서 내가 좋아하는 책은 10권 내외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단행본은 그 하나만을 위한 책이죠. 또 각각의 개성과 작가 정신이 묻어 있어 세월이 가도 버리지 않는 추억이 된다고 생각해요.”
서점 안에는 영유아 그림책에서부터 청소년들이 읽을 만한 고전 등 2000여 권의 책이 따뜻한 연탄난로와 조명 아래 찾아오는 사람들의 눈높이대로 놓여 있다.
어린이서점에 맞는 그림책이 있을 뿐 아니라 ‘강아지똥’ ‘몽실언니’를 쓴 아동문학가인 권정생 작가와 ‘모모’ ‘끝없는 이야기’의 저자인 미하엘 엔데의 작품들도 어른들이 꾸준히 찾는다고 김 씨는 말했다.
1999년 서점을 차릴 때부터 지금까지 변치 않은 건 신간이 들어오면 제일 먼저 읽고 줄거리를 묻는 손님들에게 전부 이야기 해주는 것이다. 책은 비닐 포장도 없다.
빗자루를 탄 마녀가 나오는 등의 판타지 책을 좋아한다는 그는 줄거리를 말할 때면 그야말로 동심에 찬 해맑은 표정이다.
18년 동안 은행대출의 연속인 세월 속에서도 주인의 고집스러운 철학으로 서점은 살아 있다. 어둠이 내려앉은 썰렁한 거리에 서점 불이 밝혀지면 동네 꼬마 녀석들의 책 읽는 소리와 추억을 간직한 사람들의 책 넘기는 소리가 교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