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다독인 일상의 깨우침
상태바
사랑으로 다독인 일상의 깨우침
  • 충청리뷰
  • 승인 2017.12.08 09: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랑의 힘이 글의 힘이 된 정명숙의 수필집 〈무인도〉

나는 읽는다 고로 존재한다
심억수 충북시인협회장

정명숙 수필집 <무인도>는 5부로 구성되었다. 1부「몸으로 말하다」, 2부「사랑하는 그대에게 」, 3부「내 마음 속에 간직한 풍경」, 4부「여우별」, 5부「나도 가끔은 바람이 난다」 등으로 72편의 수필을 담았다.

자신의 삶을 다독이며 사랑하는 정명숙 수필가는 서문에 먼 곳을 떠나고 싶을 때 글 속에 자신을 가두고 살아온 날들을 건져낸다. 사랑하며 배워야 할 내일의 꿈을 꾸었다. 글을 쓰면서 모든 것이 새로워졌다. 작은 풀꽃 하나에도 머리가 숙여지고 실바람에도 마음결이 살랑인다고 하였다. 작품 속에 표현된 모든 가치는 정명숙 작가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이다. 그가 살아오면서 겪은 실제적 체험을 작품의 소재로 삼았다. 정명숙 작가의 개인적인 삶의 이야기이지만 독자들의 삶에서 실제로 겪을 수도 있는 사건이기에 공감한다.

표제작 「무인도」처럼 우리 인생은 혼자인 섬에서 각자의 삶을 꾸려나가는 것이다.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는 인간관계를 당부한 고모부를 대전현충원에 안장하며 작가의 삶과 고모부의 삶이 교차한다. 고모부는 자식과 친구의 돌연사로 겉으로는 조용한 것 같으나 내면에서 끊임없이 거센 파도를 일으켜 아무도 당신의 섬에 상륙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수필가 정명숙은 죽음의 문턱을 곁눈질하다 자식의 천진한 눈망울에 황급히 그 터널을 빠져나왔다. 그 후 정명숙 수필가는 소설 같은 고모부의 삶을 타산지석으로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다. 그 시간만큼은 잡념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황무지가 되어버린 마음 밭에서 형체도 없는 꿈이라는 새싹이 안간힘을 쓰며 돋아났다. 그리고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황폐한 무인도로 있던 작가에게 따스한 눈길로 다가오는 이들의 마음을 부여잡고 나락에서 올라왔다. 그렇게 작가는 글밭에서 용기를 갖고 희망을 이야기한다. 꾸미지 않는 소박함과 진솔함으로 자신의 삶을 반추하였다.

「몸으로 말하다」의 수필은 환갑에 즈음하여 초등학교 동창들과 여행을 떠나면서 버스 안의 풍경을 뚜렷한 자신의 철학을 담아 간결한 문체로 풀어놓았다. 비좁은 통로에서 무아경으로 춤을 추며 행복해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바라본다. 친구들의 몸짓은 그동안 말로 하지 못했던 사연과 무거워진 나이에 공허함이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며 작가도 언젠가는 용기를 내어 몸으로 말하겠다고 한다. 여행을 통해 얻어낸 체험적 삶의 사색을 진솔하게 그렸다

진실한 사랑을 꿈꾼다

「사랑하는 그대에게」의 작품은 장애인의 날에 즈음해 느낀 것을 쓴 글이다. 작가가 집안 청소를 하던 중 수석이 발등에 떨어져 깁스를 하였다. 몸이 아프면 제일 먼저 사랑하는 사람이 생각난다. 자신의 건강을 핑계로 사랑하는 사람의 건강을 염려하는 작가의 마음이 사랑이다. 사랑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정이 묻어난다. 그동안 장애인의 모습만 보고 판단했던 편견을 깨닫게 되었다는 교시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내 마음 속에 간직한 풍경」의 작품은 도시화로 사라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다. 작가는 공업단지 조성으로 흔적조차 알 수 없는 고향의 풍경을 가슴에 안고 산다. 꿈속에서나 그려보는 고향이 그리울 때면 농촌 마을 친구를 찾는다. 문체의 상큼함은 마치 시골 전경을 눈앞에 보는 듯한 느낌이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감상에 젖는 작가와 친구가 나눈 짧은 대화에 가슴이 뭉클하다. 세월은 세상의 모든 가치와 형상들을 변하게 한다. 코끝에 맴도는 풀냄새를 좋아하는 작가는 그리운 고향이 되어 주는 친구의 넉넉한 마음을 잊지 못한다. 세상을 살면서 서로 의지하고 마음을 나누는 친구를 둔 정명숙 수필가가 부럽다.

「여우별」의 수필은 모르는 남자가 보낸 문자메시지에 잠시 설레던 마음을 감칠맛 나게 표현하였다. 발신자를 알 수 없는 문자메시지는 여우별이 되어 신기함과 상상력을 풍부하게 하였다. 작가는 예고 없이 찾아온 변화에 잠시 혼란스럽고 황당하였다. 그러나 작가는 이 또한 삶의 활력소로 남편에게 질투심을 유발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통쾌하단다.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에 뚜렷한 주제 의식을 불어넣어 격조 있는 작품으로 승화하였다.

「나도 가끔은 바람이 난다」의 작품은 사랑의 이야기다. 대청호반 억새가 춤추는 가을날의 풍경을 섬세한 문체로 생동감 있게 묘사하였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문학과 사랑에 빠진 작가는 멋진 일탈을 꿈꾼다. 문학과의 사랑은 고독한 수행이다. 늘 혼자 싹 틔우고 혼자 물주며 혼자만의 애틋한 마음으로 사랑한다. 사랑은 준 만큼 주고 배신하지 않는다. 지난날의 고난이 어쩌면 작가를 더욱 강인하게 만들었다. 작가는 헛된 꿈일지언정 무지개 같은 꿈을 꾸며 여기까지 왔다. 살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진실한 마음을 나눈 것이 사랑이다. 진실한 사랑을 꿈꾸는 정명숙 수필가의 사랑의 힘이 글의 힘이 되었다.

수필은 개인의 삶의 철학과 사색을 담은 다양한 목소리의 문학이다. 사랑과 희망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 긍정의 수필집 <무인도>는 정명숙 수필가의 사랑으로 다독인 일상의 깨우침을 선사한다. 평생 글을 쓰며 사람들의 마음을 보듬어 주고 싶다는 정명숙 수필가는 청주 출생으로 2005년 새한국문인으로 등단했다. 청주문인협회. 푸른솔문학회. 여백회 회원이며 청주문학상, 홍은문학상, 푸른솔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청주시 1인 1책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