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리뷰 지령 1000호 다시 저널리즘을 회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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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리뷰 지령 1000호 다시 저널리즘을 회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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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2.14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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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현 발행인

창간 24주년과, 지령 1000호가 되었습니다. 지역 유수의 매체에 비하면 아직 일천하기 그지없지만 1주일에 한 번씩 발행되는 시사 주간지로선 그동안 단 한번의 결호도 없이 도민들과 함께 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큰 보람과 위안이 아닐 수 없습니다.

1993년 충청리뷰의 창간은 이런 의미를 갖습니다. 1964년의 ‘주간 한국’을 기점으로 우리나라 주간지는 이후 80년 대 중반까지 그 전성기를 누리지만 언론의 본질과는 괴리가 컸던 게 사실입니다. 군사와 독재권력의 의도대로 주간지는 정치에 대한 국민관심을 희석시키는 대신 연예나 성문화 전파에 앞장섬으로써 이른바 옐로페이퍼, 옐로저널리즘의 역할에 충실했을 뿐입니다.

이 때도 기자협회보와 독서신문, 뿌리깊은 나무 등 진보적 매체가 언론의 순수 보도기능을 다하려 애를 썼지만 권력은 끝내 재갈을 물리는 것도 부족해 폐간이라는 극약 처방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틀어 막았던 어두운 역사를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1987년 6월 민주항쟁과 6.29선언을 계기로 우리나라 시사 주간지는 비로소 자기영역과 자기역할을 확보하게 됩니다. 일 일 발행되는 매체와는 달리 시사주간지는 국가권력과 사회 모순에 대한 견제를 기획기사로 다루고 탐사보도라는 영역을 새롭게 구축하면서 저널리즘의 본령을 다시 회복하게 됩니다. 처음 월간지로 발행된 충청리뷰는 바로 이러한 시대적 추세에 맞춰 지방에서는 가장 선두주자로 탄생했고, 지금까지도 그 초심을 잃지 않고 정통 시사 주간지로서의 소명과 책임을 다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독립언론’이라는 창간 정신은 그동안 경영상의 여러 위기에서도 흔들림없이 지켜지고 있습니다. 선뜻 도민주 공모에 응해주신 분들은 물론이고 위기 때마다 지원을 아끼지 않은 책임 주주들까지 이같은 신념에 한 치도 어긋남이 없이 공감해 줌으로써 충청리뷰는 창간 이후 지금까지 경영과 편집의 분리 원칙을 일관되게 곧추세울 수 있었습니다.

충청리뷰 창간호

하지만 지령 1000호를 맞는 오늘, 리뷰는 대내외로 가해지는 언론환경의 온갖 변화 속에 원만하고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음을 솔직히 고백하고자 합니다. 디지털의 전진과 차별화에는 여전히 후발주자로 머물러 있고, 언론의 시대적 트렌드라는 플랫폼의 구축에도 아직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사주간지의 생명이랄 수 있는 발굴기사와 심층보도 역시 초창기에 비해 많이 느슨해지고 있음을 인정합니다. 물론 거기엔 종이신문의 한계라는 피할 수 없는 물리적인 요인과 경영합리화라는 현실적 잣대가 나름의 변명과 이유가 될 수도 있지만 이 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결국엔 리뷰 구성원들의 책임 회피와 직무유기를 자책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치열한 기자정신 보다는 현실 안주에 길들여지고 있음을 책망도 합니다.

이 것을 받아들이기에 충청리뷰는 다시 종이신문의 본질에 천착하고자 합니다. 다름 아닌 보도기능의 재정립입니다. 종이신문의 시대는 끝났고 언론환경이 제 아무리 급격히 변한다고 해도 신문언론의 본질은 기사 속의 ‘컨텐츠’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종이신문은 디지털의 다매체 홍수시대에선 속보나 모바일 경쟁에 승부를 거는 건 무의미합니다. 이는 그동안 십 수년이나 많은 언론들이 ‘모바일 퍼스트’로 경영전략의 변침을 시도했지만 끝내 소기의 성과를 못 거두고 있은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결론은 탐사보도입니다. 탐사보도만이 언론의 미래를 담보하게 됩니다. 시사 주간지의 경우는 더 더욱 그렇습니다.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과 JTBC의 사례는 언론에 있어 왜 전투적 탐사보도가 필요한 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거기에 궁극적인 경쟁력이 있고 또 거기에서 지속가능한 언론활동의 자양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호흡이 긴 기사를 다루는 신문, 특히 시사주간지의 경우는 탐사보도 강화는 곧 생존과도 직결됩니다. 탐사보도는 사회를 바꾸어 바로 잡는 것이고 이것은 곧 사람을 살리는 저널리즘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실체적 모델이 지난 국정농단 과정에서 보여진 몇몇 언론들의 활약상이라고 사료됩니다.

물론 탐사보도가 수익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는 아직도 멀었습니다. 전국의 특정 매체에서 시도하고 있는 후원조직 운영 역시 여전히 실험의 차원에 머물러 있습니다. 리뷰 역시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는 데 인색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그 현실을 깨기 위한 노력에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자세로 임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그 것은 결국 신문언론의 본질추구에서 답을 찾겠다는 것입니다. 부정과 비리를 파헤치고 특권사회를 고발하는가 하면 남이 기피하고 안 쓰는 숨은 사실을 끄집어 내 도민들의 판단을 구하겠습니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는 것은 중앙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똑같습니다.

다기능 사회와 다매체 시대에 새롭게 요구되는 저널리즘, 이슈를 한번 건드리는(agenda setting) 차원이 아닌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agenda keeping) 근성을 회복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잘 만드는 신문이기 보다는 색깔있고 임팩트 있는 신문으로 거듭나 도민과 독자들한테 인정받겠다는 것이 지령 1000호를 맞는 저희 임직원들의 각오입니다.
지난 24년을 함께 하며 충청리뷰를 지켜준 도민과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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