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원님, 반말 그만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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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원님, 반말 그만하세요’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7.12.22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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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눈에 띄는 뉴스 한 꼭지를 접했다. 전국공무원노조 김해시지부는 지난 11일 경남 김해시청사 외벽에 ‘시의원님 반말 그만하세요’라는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다. 시의원들의 반말이나 하대를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걸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들은 시의원 전원에게 “일부 시의원들이 공무원들을 존중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말을 놓는 경우가 있다. 공식회의에서 개인적 친분을 이유로 하대해서도 안되고 추궁을 위해 반말을 해서도 안된다”고 적은 서한문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노조는 일부 시의원들이 시정 질문 과정에서 출석 공무원들에게 반말을 하자 들고 일어났다는 후문이다. 여러차례 개선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달라지지 않아 이런 현수막을 내걸었다는 얘기다. 지방의원들의 갑질 내지 집행부 공무원 하대는 심심찮게 벌어지는 일이다. 그런데 이렇게 현수막을 내걸고 정면으로 항의한 적은 별로 보지 못했다. 이런 뉴스를 접하고 사실여부를 확인하기도 전에 속 시원하다는 생각까지 드는 것은 왜 그럴까.

며칠 전에는 음성군의회 A 의원이 집행부 간부 공무원에게 폭언과 욕설을 해서 공무원노조가 나섰다고 한다. A 의원이 노조지부장을 대동하고 간부 공무원에게 찾아가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 더 이상 문제삼지 않는 것으로 일단락 됐다는 것. 하지만 해당 의원에 대한 공무원들의 비난은 오래 갈 것이다.

지방의원들은 대체로 공무원들 위에 군림하고 있다. 의회 사무국 직원들을 심부름꾼 정도로 여기고, 집행부 공무원들을 아랫사람으로 생각하는 의원들이 많다. 충북도의회 모 의원은 행정사무감사 기간 동안 집행부 감사를 하면서 “000 듣고 있으면 당장 내려오라”고 호통을 쳤다고 한다. 집행부와 의회에서는 TV로 감사장면을 볼 수 있다. 생중계 되기 때문이다. 그러자 그 의원은 증인 신청도 생략한 채 간부 공무원을 아이들 부르듯 당장 감사장으로 오라고 해 여러 사람들 입줄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모습 때문에 공무원들에게 뭘 물어도 “의원님들이 하는 일은 모른다” “의원님들한테 대꾸했다가는 야단 난다”며 입을 닫는다. 괜히 말 잘 못했다 혼쭐이 날까봐 아예 말을 안하는 것이다. 이런 것만 봐도 지방의원들의 공무원에 대한 ‘갑질’은 일상화 돼있다.

충북도청에는 도의회 A 의원이 공무원을 어떻게 괴롭히고, B 의원이 공무원을 저녁 술자리에 불러내 어떻게 하고, C 의원이 행사장에서 자신을 인사 시키지 않은 간부 공무원을 얼마나 나무랐는지 등의 얘기가 떠돈다. 업무상 잘못된 부분을 지적받으면 수용할 수 있으나 의원이라는 이유로 집행부 공무원을 무시하거나 괴롭히면 참기 힘들다는 게 직원들의 말이다.

이제 민선6기도 6개월여 시간 밖에 남지 않았다. 현 의원들의 대부분이 내년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할 것이다. 선거철이 되면 의원들의 태도는 180도 달라진다. 반말하고 하대했던 공무원들이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들이기 때문이다. 아마 고개를 숙이고 인사하며 표를 달라고 사정할 것이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선거 기간 동안 표를 애원하는 의원들의 태도에 넘어가지 않는다. 그 의원들의 평소 행동과 사람 됨됨이를 보고 평가한다. 혹시 전국공무원노조 김해시지부의 현수막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건 아닐까. 충북에도 등장할 날이 오지 않을까. 강한 자가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소위 ‘갑질’은 가장 야비하고 나쁜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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