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라도 ‘외양간’ 고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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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라도 ‘외양간’ 고치자
  • 윤상훈 기자
  • 승인 2017.12.2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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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화재 교훈
필로티, 드라이비트 외장 보완과 초기 진압 기술 도입 필요

지난 21일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 화재로 29명이 사망하는 대형 참사가 벌어져 지역 사회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이런 가운데 1층 벽을 세우지 않은 채 기둥으로 건물을 지탱하는 ‘필로티’와, 스티로폼 위에 시멘트를 타설해 외장을 마감하는 ‘드라이비트’ 구조물에 대한 전면적인 안전 점검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건축사 A씨는 “화재가 발생한 스포츠센터 건물은 1층이 완전히 개방돼 이번처럼 1층에서 발화하면 외부 산소가 전혀 차단되지 않아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며 “포항 지진 참사 때에도 확인했듯이 필로티 구조 건물은 경제성이나 건축 편익의 측면에서는 좋을지 모르지만 지진, 화재 등 안전, 방재 측면에서는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이근규 제천시장이 가운데로 지나가고 있다.

또 “건물 외부를 스티로폼 단열재로 마감하는 드라이비트는 시공비가 매우 저렴하고 공사 시간도 단축할 수 있어 특히 지방 소도시에서 선호하고 있지만, 인화력이 매우 강해 화재가 발생하면 치명적인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며 기존에 지어진 드라이비트 구조물에 대한 전체적인 안전 점검 필요성을 강조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주차장이 1층이 아닌 지하에 배치된 일반 건축물의 경우 주차장에 화재가 발생하면 방화벽이 작동해 불이 다른 층으로 옮겨 붙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거나 최소한 지연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필로티 건물의 경우에는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2층으로 진입하는 계단 등이 화재에 그대로 노출돼 연기와 화염을 위층으로 유도하는 굴뚝 역할을 하게 된다.

지난해 4월 정부가 지상 6층, 높이 22m 이상 건축물에는 외벽 마감재로 불에 잘 타지 않는 불연재나 난연재를 쓰도록 의무화하기 전까지는 화재와 관련해 외장재에 대한 규제가 전혀 없었다. 단지 30층 이상 건물에 대해서만 외장재 규제가 있었을 뿐이다.

이에 따라 작년 4월 이전에 지어진 드라이비트 건축물에 대해서는 외장을 불연 또는 난연재로 전환하는 행정적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A 건축사는 “정부와 지자체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교실 석면 천정과 슬레이트 지붕을 철거하고 있는 것처럼 상가 등 건축물의 드라이비트 외장을 불연 또는 난연재로 교체하기 위한 정책적, 재정적 조치가 필요하다”며 “특히 목욕탕, 공연장, 극장, 전통시장과 같이 다중이 이용하는 건물들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실태조사를 벌여 외장재 교체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를 계기로 사후 진화에 치중하는 후진국형 소방 정책을 사전 예방 쪽으로 전환하기 위한 국가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소방 업체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종합하면 대구 서문시장, 여수 수산시장, 인천 소래시장 등과 마찬가지로 전기적 발화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며 “차제에 정부와 지자체는 누전이나 합선 등 전기적 발화 시 불이 발화점 주변으로 번지지 못하도록 관련 소방 제품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사전 예방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대구 서문시장의 경우 소방차가 상시 대기 중이었음에도 속수무책이었는데, 불이 난 뒤에 소방차가 신속히 출동한다 한들 얼마나 효과가 있겠느냐? 그럼에도 정부는 올해 예산에 화재 시 소방서에 신호를 알리는 시스템 시범사업에 1백억 원이 넘는 혈세를 쏟아 붓고 생색내기에 급급했다”며 “다중 이용 시설의 경우 불이 나면 자동으로 소방서에 알리는 것뿐 아니라 인지 즉시 스프링클러 등을 작동시켜 소방차 출동 전에 화재 확산을 최소화하는 기술도 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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