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무엇과 싸워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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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무엇과 싸워야 하나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7.12.27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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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담화> 박소영 사회문화부장

올 한해가 며칠 남지 않았다. 교육계, 문화계 결산을 하면서 한 해를 다시 되돌아보게 된다. 2017년에도 많은 이들이 불합리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지만 내년에는 얼마만큼 달라지고 개선이 될지 의문이 남는다.

충북과학고 학부모들은 기존의 축사시설 때문에 학생들이 악취로 고통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축 축사 허가 18개가 난 것에 대해 화가나 결국 거리로 뛰쳐나왔다. 학부모들은 연일 시위와 기자회견을 통해 불합리한 상황을 알렸다.

교육환경보호구역을 재설정하지 않은 충북도교육청의 담당자나 신축 허가를 내 준 청주시 공무원이나 결국 학생들의 편에서 단 한번이라도 생각해봤다면 이 같은 결정은 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허가가 난 시설들을 불허하는 데는 행정소송 등 불필요한 많은 행정력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가능성도 장담할 수 없다. 애초에 학생 편에서 생각하면 될 일을 담당 공무원들의 안일함 때문에 문제가 커진 것이다.

오송 봉산리 옹기 가마 또한 오송 제2생명과학단지 개발로 철거 위기에 있다. 현장을 가보면 가마터를 제외하고 모든 것들이 포크레인으로 뭉개져 있다. 아파트 개발이 되기 전 존치 방안에 대해 서로 논의했다면 합리적인 해결점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오송 일대 옹기요업은 7대째 내려져 오고 있다. 박재환 옹기장은 충북도에서 지정한 무형문화재이다. 충북도는 무형문화재를 인정할 때 ‘200년이 된 옹기가마’의 역사성에 대해 자랑했다. 최근 과학적인 연대측정으로 옹기가마 조성시기가 최소 100년 전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 일대를 개발하고 있는 충북개발공사는 항공사진을 공개하며 옹기가마의 역사성을 깎아내리는 데 힘썼다.

행정의 엇박자다. 다 밀고 난 뒤 오송이 보여줄 역사성은 과연 무엇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 아파트만 들어선 땅에 이름 그대로 ‘생명’이 있는 건지 안타깝기만 하다.

왜 행정은 주민의 편의에 서서 판단하지 않고 제멋대로 인가. 오히려 행정기관에 맞서 싸우는 시민들만 늘어나고 있다.

17년 된 스페이스몸미술관은 도시개발로 미술관 일부 시설이 헐리게 돼 있지만 이에 대한 행정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청주시가 임의로 그은 도로선 때문에 땅 귀퉁이가 잘려나가게 돼 있는 데도 다른 부서에서 도로선을 그었다고 우긴다. 아무도 이러한 문제에 대해 해결해주지 않는다. 서로 담당이 아니라고 떠넘기기만 할 뿐이다.

도대체 불합리하고 비상식적인 판단을 하고도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공무원들에게 대해, 지자체 행정에 대해 어떠한 희망을 가져야 할 까 싶다. 내년에는 또 무슨 싸움들이 벌어질까. 어째서 시민들이 행정기관과 싸워야 하는 아이러니가 계속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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