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대 막말 교수 보직해임으로 끝나서는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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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대 막말 교수 보직해임으로 끝나서는 안돼
  • 윤호노 기자
  • 승인 2018.01.0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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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모가정 남자 범죄율 높다” 등 비하발언 전국민 분노

대학 교수 막말 및 불합격 지침 공유 의혹 등으로 한국교통대학교가 곤혹을 치르고 있다. 특히 이 대학 해당 학과 학생들은 교수의 불이익을 우려해 부당한 지시를 따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교통대 등에 따르면 최근 치러진 이 대학 항공운항과 최종 입시 면접장에서 면접관인 A교수가 수험생에게 인권 침해성 막말을 하는 동영상이 특정 언론매체를 통해 공개됐다. 이 영상에서 A교수는 한 수험생에게 “몸이 좀 뚱뚱한 것 같은데 평상시에 많이 먹고 게을러서 그런가”라며 “63㎏까지 안 되면 나갈거지? 약속할 수 있어”라고 용모를 노골적으로 비하했다.

이 수험생이 근육이라고 답하자 “내가 근육인지 비계인지 어떻게 아느냐”고 되물었다. A교수는 수험생에게 근육인지 확인해 보겠다며 갑자기 팔굽혀펴기를 시켰다. 수험생 가정을 비하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교통대 항공운항과 입시 면접장에서 면접관이 수험생에게 인권 침해성 막말을 하는 동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은 SBS화면 캡쳐.

이 교수는 수험생 가정에 대해 “범죄율이 가장 높은 것이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아들이다. 내 얘기가 아니라 통계가 말해주고 있다”며 “세상에 나가서 자기가 원하는 대로 안 되면 때려 부수고, 찔러서 죽이고 이런 걸 제일 많이 하는 애가 너 같은 가정 스타일 사람들”이라고 했다.
수험생이 서울 노원구의 한 고교 출신이라고 하자 “중계동, 상계동 옛날에는 빈민촌이었다. 완전히 똥냄새 난다고 해서 안 갔다”고 했다.

합격 조건이 구타를 견디는 것이란 황당한 말까지 했다. A교수는 “만약 합격시켜주면 방망이를 하나 가져와. 언제든지 너를 때려도 좋다. 그걸 전제조건으로 해서 갖고 올 거 같으면 (합격을)고려해보고”라고 했다. 수험생이 “바로 준비하겠다”고 하자, “맞아도 좋다는 거지? 나중에 엄마·아버지가 소송하는 건 아니겠지? 내 아들 때렸다고…”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가족 형태·가족 상황 등을 비하하면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보고 있다.

이 대학 항공운항학과 1차 서류 전형에서 특성화고교와 여성은 D, E 등급인 20점 내외로 분류해 불합격 처리하도록 하는 내부 문건이 유출돼 학교 및 성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이 학과 지원자 240명 중 여학생이 18명이었지만 단 한 명도 1차 서류 전형을 통과하지 못했다.

최근 3년 간 이 학과 특성화고 출신과 여학생 최종 합격자가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이 바로 내부 지침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제자가 이 학과에 지원했던 특성화고 교사는 학생들에게 할 말이 없다며 한숨짓고 있다. 한 특성화고교 교사는 “학생을 지도하는 입장에서 상실감과 자괴감이 크다. 상황이 이러면 투가 특성화고를 들어오겠느냐”며 “이렇게 사회적인 편견과 사회적인 불이익, 차별을 받는 것에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여성·특성화고 출신은 불합격

국립대학인 교통대에서 시대착오적인 출신고교 및 성차별이 노골적으로 이뤄진 배경은 대학에 입학한 뒤 군(軍) 장학생이 될 수 있는 학생들만 미리 가려서 뽑기 위해서다. A교수는 면접 내내 수험생들에게 이 학과의 공군 조종 장학생 합격률을 강조했다.

A교수는 “우리 학교에서 공군 조종사로 가는 사람이 97%야. 모든 사람이 다 공군 조종사가 되는 걸 기준으로 맞춰”라고 했다. 공군 조종 장학생이 될 수 있는지가 사실상 수험생 합격 여부를 좌우한 것.

그러면서도 이 학과 홈페이지에는 여자 지원자의 유의사항으로 신체조건 등을 공지하는 이율배반적 태도를 취했다. 국가인권위 관계자는 “모두 남성으로 뽑는, 처음부터 여성은 아예 안 되는 진입장벽을 친 것은 굉장히 문제가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교통대는 총장 명의의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교통대 측은 “2018학년도 대입 선발 과정에서 상처와 실망을 안겨드린 수험생과 학부모님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입학전형 전반에 대해 면밀히 조사하고 있으며, 빠른 시간 내 진상이 규명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사 결과에 따라 위법·부당한 사항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엄정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다시는 이번과 같은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한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교육부는 관리감독에 들어갔다. 교육부는 직원 2명을 교통대에 파견해 현장점검에 나섰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안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교통대 자체감사가 공정하고 바르게 진행되는지 확인하는 차원”이라며 “교통대 감사 결과를 보고 조치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교조 충북지부도 성명을 내고 갑질 막말 대학교수를 즉각 파면하라고 촉구했다.

A교수, 신입생들 강제 합숙

교통대는 문제를 일으킨 A교수에 대해 학과장에서 보직 해임했다. 하지만 학교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가 보직 해임으로 끝나면 안 된다는 여론이다. A교수가 평소 학사 운영도 상식에서 벗어나게 해왔다는 추가 증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A교수는 신입생들을 입학 두 달 전부터 소집해 합숙을 시켜왔다. 군 장학생 합격을 목표로 삼았다는 것인데 사실상 학생들의 의사와 무관한 강제 학습이었다. 학생들이 A교수의 지시에 무조건 따른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썼다는 증언도 나왔다.

A교수는 공군 대령 출신으로 학사 운영을 마치 군대처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운전면허가 있으면 운전병, 당번병이면 옷세탁 심부름까지 시켰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심지어 학생들은 지역구 국회의원의 가족 장례식장에 동원된 적도 있었다.

학생들은 강제학습 및 부당한 지시라고 여기면서도 군 장학생 선발과 장교 임관, 조종사가 되려면 A교수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은 “학생들을 종처럼 취급해도 모두들 불이익을 당할까 말도 못하고 있었다. 그동안 A교수를 둘러싼 다른 의혹들도 많은데 차마 입에 담기 어렵다”며 “학교 측에서 이번 기회에 조사를 통해 낱낱이 밝혀주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A교수는 입학 전에 소집을 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학생들에게 부당한 지시를 했다는 의혹은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 구체적인 답변을 듣기 위해 A교수와 연락을 시도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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