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종 / 오제세 ‘준비 됐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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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종 / 오제세 ‘준비 됐습니까’
  • 충청리뷰
  • 승인 2018.01.1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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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현 발행인

오제세 국회의원이 이시종 도지사를 향해 “이젠 후배에게 물려줄 때가 됐다”고 어깃장을 놓자 돌아온 시민들의 반응은 “자기는 몇 살인데...”였다. 이 지사는 47년생, 오 의원은 49년생으로 둘 다 우리나이 두살 차이의 70대이다. 이런 경우 보통 연배(年輩)라는 말을 쓴다. 때문에 두 사람에게 오는 6월 지방선거의 최대 화두인 세대교체론은 애(시)당초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둘은 같은 세대에 거의 비슷한 이력을 쌓아온 삶의 동반자적 관계나 다름없다. 행정고시로 출발해 고급관료를 섭렵하다가 정치에 입문한 것부터가 닮은 꼴이다. 이시종 지사는 71년 고시에 합격해 충북도에서 공직을 시작했고 오제세 의원은 1년 뒤인 72년 고시에 합격, 당시 행정자치부 근무로 공직에 들어선다.

운좋게도 둘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2004년 17대총선을 통해 일거에 행정관료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한다. 이들의 정치적 성향만을 따지자면 당시 열린우리당이라는 당성(黨性)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그 해 노무현 탄핵에 따른 후폭풍에 힘입어 역시 관료출신인 변재일 의원(청주청원)등과 함께 동반당선되는 순발력을 보인다. 이처럼 한 번의 시행착오도 없이 신분의 탈각을 기하는 경우도 드물다. 비록 가난하고(이시종) 부자였다는(오제세) 집안 사정으로 인해 성장과정은 달랐지만 그만큼 둘은 전성기에 들어선 후로는 주변여건의 은혜를 많이 입는다.

현재를 기준한다면 요즘 잘 나가는 여당의 경우 6월 지방선거 충북지사후보는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이시종 오제세로 굳혀질 것같다. 굳이 ‘특별한 변수’를 언급한 것은 두 사람에 대한 여론이 그렇게 썩 호의적이지는 않아서인지 도민들이 ‘새로운 인물’의 출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이 이시종 오제세에 대해 나이를 들먹이는 것은 단순히 70이라는 숫자에만 얽매이지 않는다. 요즘 70대는 시골마을의 경로당 순번에도 못 낄 정도로 되레 젊은층으로 치부된다. 둘에 대해서는 나이도 나이이지만 그보다는 ‘변화’에 대한 도민 갈증이 더 심하다. 대통령이 바뀌었고 적폐청산으로 나라가 달라지고 있는 마당에 우리도 한번 새로움을 시도해보자는 의욕이 지금 많은 사람들의 공감으로 번지는 것이다.

이럴 때 등장하는 것이 인지상정과 상식으로서의 잣대이다. 고위관료로 공직의 정점을 찍고 나서 선출직인 국회의원과 도지사로 10년 안팎씩이나 지역사회를 이끌다가 어느덧 70대 나이가 되었다면 이젠 욕심을 버릴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판단에서다.

지금껏 그만큼 누렸으면 스스로 알아서 내려올 때가 되었다고 핏대를 올리는 이들도 많다. 염치가 없어도 너무 없다는 것이다. 충북의 행정과 정치판이 그들만을 위한 잔치상은 아니지 않느냐는 볼멘소리도 횡행한다. 편견일지는 몰라도 나는 이들 둘을 떠올릴 때마다 정치적으로 확실한 이미지를 생각해내지 못한다.

솔직히 두 사람이 가장 꺼릴 수 있는 나이문제만을 보더라도 여타 광역자치단체장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충북은 너무 노쇠했다는 것이다. 전국 시·도 광역단체장 중에 이시종과 오제세보다 연장자이거나 동급인 경우는 올해 만 76세인 경북 김관용과 69세인 광주 윤장현 밖에 없다.

하지만 김관용은 이미 3선으로 다음 번 선거엔 나올 수가 없고 윤장현은 초선이기 때문에 재선에 도전한다 해도 크게 시비받을 처지는 아니다. 나머지는 65년생인 안희정(충남) 남경필(경기)을 최저 나이로 하여 52년생인 송하진(전북)까지 모두가 5, 60대 나이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들 또한 3, 40대 국가지도자가 속속 등장하는 세계적 추세를 감안한다면 리더로선 이미 고령(?)에 해당된다.

지역의 세대교체가 안 되고 있는 것은 비단 행정과 정치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당장 무슨 일만 터졌다 하면 늘 거론되는 어른문화가 그렇다. 청주를 기준한다면 어른문화는 어느덧 ‘꼰대문화’로 변질됐다. 신망과 존경의 대상이 되어야할 ‘어른’이 단순히 나이를 먹었다는 이유만으로 행세하려는 ‘꼰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도덕적으로 하자가 많은 이들조차 나이를 내세워 지역의 각종 명예직을 독차지하고, 그들만의 이너서클을 만들어 여론을 좌지우지하는 바람에 젊은층들은 아예 접근조차 꺼리는 기피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진정한 저널리즘에 매진하기보다는 오너의 명예나 처세, 더 나아가 사업의 방패막이로써 언론사를 악용하는 사례가 요즘엔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 일그러진 꼰대문화에 기생해 가짜들만 득세하는 것이다. 이러는 사이에 중앙무대에서 충북의 정치력과 위상은 이젠 떨어질대로 떨어졌다는 게 뜻있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우려의 목소리다.

이원종 전 지사의 최근 추락은 지역사회에 분명한 경고를 내리고 있다. 그는 누구보다도 청렴하고 누구보다도 어른이었으며, 그러기에 누구보다도 존경을 한 몸에 받았던 인물이다. 그런데 지금, 본인의 이미지와는 너무나도 다른 부끄러운 혐의를 받고 구속의 위기에까지 몰렸다. 그는 탄핵정국에 청와대 비서실장을 그만두면서 지인들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인생은 총량제인 것같습니다’. 비서실장 제의를 뿌리치지 못한 자신의 말년 ‘욕심’에 대한 후회쯤으로 들린다.

이시종 지사와 오제세 의원이 만약 자신들에게 가해지는 ‘인생의 총량제’를 무시하고 도지사 선거에서 맞붙겠다면 한가지 조건이 있다. 더 이상 관료나 관리형으로 처신하지 말고 치열하게 행동하라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자기의 모든 것을 걸고 삶의 나락에서 밤을 새워 격통도 해보고, 직을 걸고 배수진의 투쟁도 해보라는 것이다.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불러 밥을 사면서 여론을 무마하려는 식사정치가 아니라 현안에 총대를 메고 난제에 앞장서면서 “날 따르라”고 외치는 리더의 깡다구있는 면모를 갖추라는 것이다.

무슨 소통특보니 하며 한 사람의 탁월한 사회운동가를 상처내고 지금 이 순간에도 희생을 감수하면서 지역사회를 살피는 시민운동마저 훼손하고서도 나 몰라라하는 그 무책임한 리더십이라면 설령 둘이 당선된다고 해도 도민들은 그저 찝찝할 뿐이다.
그래서 외친다. 민선 7기 숫자놀이가 아닌 진정한 신바람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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