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시 무차별적 산지 전용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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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시 무차별적 산지 전용의 그림자
  • 윤상훈 기자
  • 승인 2018.01.2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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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굴한 골재 무단 반출 판매 행위에 주민 반발

제천시 농촌 마을에서 노골적인 산림 훼손 행위가 잇따르자 인근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 민간 개발업자는 지난해 제천시로부터 산지 전용 허가를 얻어 수산면 하천리산 민가 주변 약 860㎡ 임야에 대한 굴착 공사를 벌이고 있다. 한눈에 보기에도 임야의 상당 부분을 깎아낸 이곳은 흉물처럼 방치돼 있다.

이미 개발 과정에서 나무들이 잘려 외부로 반출된 이곳은 어찌 된 일인지 수백 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흙이나 돌들이 대부분 외부로 유출돼 골재는 별로 남아있지 않다. 주민들은 개발업자가 해당 임야에서 적출된 돌 등을 시나 주민 몰래 바깥으로 빼돌려 부당하게 수익을 거두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개발업자가 산지 전용한 현장 전경. 번호판 없는 대형 굴삭기가 파헤친 골재를 외부로 유출하는 장면이 포착돼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A씨는 “이 현장에서 발생한 흙이나 돌 등을 외부로 판매할 수 있는 허가를 얻지 못한 것으로 안다. 그럼에도 훼손된 현장은 1000평이 넘어 보이고 수시로 덤프트럭 여러 대가 드나들며 무단으로 돌 등을 외부로 반출하는 것이 목격돼 의구심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최근에도 돌을 실은 덤프트럭 3대가 몰래 마을을 빠져나가려다 주민에게 적발됐다”며 “하지만 이후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결국 해당 골재들이 바깥으로 반출됐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은 돌멩이를 실은 덤프트럭들이 급하게 마을을 빠져나가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아 보관하고 있다.

이처럼 개발업자가 주민 입장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무단으로 골재를 채취하고 외부에 반출해 불법 수익을 거두는 일이 반복되면서 이곳 개발 사업에 대한 주민 불신은 극에 달했다. 특히 산림 개발에 앞서 개발업자가 마을을 찾아 향응을 베푸는 등 환심을 사기 위해 온갖 행위를 남발한 점에 대해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

주민 B씨는 “개발업자가 대형 굴삭기를 동원해 땅을 마구 파헤치고 돌을 실어 날랐지만 앞서 영문도 모른 채 향응을 받은 것이 족쇄가 돼서 적극적으로 환경 훼손을 막을 수 없었다”며 “농업용 소형 굴삭기가 아닌 다른 건설 장비는 모두 번호판을 달아야 함에도 우리 마을에 투입된 굴삭기는 텐(Ten)급의 대형 중장비임에도 번호판조차 달지 않은 채 운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B씨는 그러면서 “번호판이 없는 중장비는 무단으로 골재 등을 채취하는 등 불법에 이용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당연히 세금 탈루 등 불법 행위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당국은 조속히 불법 중장비에 의한 불법 채굴, 세금 탈루 등을 파악해 의법 처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처럼 주민들이 불법 의혹을 제기하며 거세게 반발하자 제천시는 지난 18일 담당 공무원들을 현지에 급파하는 등 점검에 나섰다. 시 산림보호과 관계자는 “현장에서 채굴된 골재류를 무단으로 외부에 반출한다는 제보를 받고 담당 직원을 보내 실태 점검을 마쳤다”며 “자체적으로 불법 여부를 파악해 문제가 있으면 법적, 행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개발업자는 시를 비웃기라도 하듯 다음날 골재를 무단으로 반출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최근 몇 년 사이 제천에서만 유독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원주택, 임산 개발 등을 앞세운 산지 전용과 산림 훼손이 급증하고 있다”며 “시는 이 같은 마구잡이식 산지 전용 허가가 불법적인 자연 훼손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을 깨닫고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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