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과 혐오를 극복하는 시민민주주의 완성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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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혐오를 극복하는 시민민주주의 완성을 향해
  • 충청리뷰
  • 승인 2018.02.02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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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동 균 신부대한성공회 청주복대동교회

나는 아직 영화 <1987>을 보지 못했다. ‘그날이 오면’ 보려고? 주변에 ‘왠지 그 영화를 못보겠다’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당연히 그날의 주인공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이 그런 반응을 보이면 “나도 그들과 같은 마음에 서 그러는 걸까?” 하고 묻게 된다. 나도 왠지 그 영화를 선뜻 보지 못하고 있다. 분명 그 때 외쳤던 ‘독재타도’는 달성되었는데 아직 우리의 민주주의는 갈 길이 먼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제 30년이 지난 다음 작년 새로운 민주주의의 커다란 한 걸음을 내딛었는데도 ‘아직’이라는 이 현실에서 무엇이 부재하는가를 묻게 된다.

87체제라고도 하는 그날 이후 우리나라의 형식적 민주주의는 많이 발전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민이 주인이라는 민주주의라는 말이 지시하고 있는 ‘민’은 어떻게 되었는지 말하기 애매하다. 박근혜 정권을 향해 촛불을 든 그 많은 국민들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외쳤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은 작년에야 비로소 국민들의 촛불혁명으로 쟁취된 문장이 되었다. “한 사람이 죽었고, 모든 것이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87체제는 30년이 지난 뒤 헌법 제1조1항을 실현시킨 체제였다. 그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었다.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돌아보면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잘 나타내 주는 몇가지 단어들로 이루어진 구호들이 있었다. 민중민주주의, 민족 민주, 삼민혁명, 자주적 민주주의 등등. 이런 단어들은 운동권 학생들의 이념이었고 이것 때문에 서로 분파를 이룩하기도 했었다. 그 주역들이 이제 기성세대가 되었고 2017년체제를 맞이하였다.

나는 촛불혁명의 감동을 주제넘은 몇줄 글로 담아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새 정부는 그 감동의 산물이다. 나는 이제 갓 태어난 시민민주주의에 대해 말하려고 한다. 독재를 향해 싸울 때 민중 권력이 실현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87체제 이후30년이 지난 다음에야 쟁취한 것은 헌법 제1조 1항이라면 이제 2항을 시작하는 단계에 와 있음을 실감케 한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우리는 이 문장을 아직 완성하지 못했다.

우리는 2016년 겨울 청와대 앞에 수백만의 국민이 모여서 박근혜를 퇴진시킬 것인지 탄핵할 것인지, 아니면 청와대를 점령할 것인지를 논의 하면서 권력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에 대해 심각한 장벽을 느꼈다. 국민이 권력을 집단적으로 행사할 역사적 기회를 만들었는데 그 권력을 어떻게 행사해야 할지 몰랐다. 결국 탄핵의 길을 감으로써 의회권력이 그 길을 대행했는데 결과는 좋은 대통령을 당선시켰다는 것 이외에 아직 모른다. 그 대신 이제까지 기득권의 권력을 썩어문드러지도록 누렸던 보수세력이 길거리에 나가 태극기를 흔들 권리까지 생겼다.

유럽의 시민혁명 역사에서도 보수는 나름대로의 발전 경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소위 보수세력은 이러한 과정에서 어떤 길을 갈 것인가? 제1야당과 태극기 시위꾼들로 대표되는 보수세력은 나름대로 자신들의 이념을 내놓고 있다. 바로 혐오와 차별이다. 2017년체제에서 한쪽에 대한민국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음을 증명하려는 시민민주주의 세력과 다른 한쪽에는 혐오와 차별을 자신들의 정체성으로 내세우는 보수 세력이 존재한다. 이 양대 세력의 갈등과 경쟁이 2017년체제의 내용을 결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헌을 앞두고 이 두 세력은 그 내용을 확보하기 위한 싸움을 할 것인데 절대적 우위를 가지고 있는 시민민주세력이 보수세력에게 우롱당할 것이 걱정된다. 왜냐하면 (이명박근혜) 구체제에서 형성된 의회권력의 손에 개헌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아직 권력이 국민 손에 들어오지 못한 것은 바로 이 의회권력의 비정상성 때문이다. 비정상적인 의회권력에게 개헌의 칼자루가 쥐어졌기 때문에 시민민주주의의 내용이 훼손될 가능성이 커졌다.

벌써 동성애문제를 가지고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는 일부 보수 기독교세력이 지방선거에 나서고 있다. 보수세력은 1970~ 1980년대에 써먹던 ‘빨갱이’를 이젠 ‘동성애 지지자’로 바꾸어 색깔 입히기를 시도하고 있다. 2017년체제는 이러한 시도를 분쇄할 것이다. 또 2017년체제의 시민민주주의는 혐오와 차별을 범죄화하는 수준으로 국민들의 민주주의 의식을 높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려면 이제부터 혐오와 차별에 대항해서 싸우는 시민민주주의의 뿌리를 튼튼히 하고 깊게 하는 정치를 시작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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