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썼는데 공식명칭 아니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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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썼는데 공식명칭 아니라니
  • 윤호노 기자
  • 승인 2018.02.07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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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정보지리원 “현지 명칭일 뿐”…충주호냐 청풍호냐 이름 갈등 재연 조짐

‘충주호’ 명칭을 둘러싼 해묵은 논란이 충주-제천-단양 등 충북 북부지역 3개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각종 공문서와 지도에 표기됐던 충주호 명칭이 국가가 인정한 지명이 아니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충주댐 건설로 호수가 생긴 1985년부터 표준 지도인 국가 기본도에 줄곧 ‘충주호’로 표기돼 있고, 댐 이름과도 같다 보니 ‘충주호’는 공식 지명으로 인식됐다. 20년 전 충북도지명위원회가 제천시의 지명 변경 요구안을 부결한 것도 ‘충주호’를 댐 건설 당시 고시한 지명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충주댐 건설로 생겨난 충주호는 충주, 제천, 단양에 걸쳐 있다.
충주-제천-단양 지자체가 명칭을 두고 논란을 벌이고 있는 충주호.

 그런데 최근 전국 지명정비 사업을 진행 중인 국토지리정보원이 ‘충주호’에 대해 국가가 인정한 지명이 아니라고 밝혔다. 30년 넘도록 고유명사처럼 사용한 충주호 이름이 국가에서 공식으로 인정하지 않은 ‘미고시 지명’이라고 한 것.

때문에 국토지리정보원은 미고시 지명을 조사한 결과를 해당 지자체에 ‘지명 정비 협조 요청’ 공문으로 보냈다. 국토지리정보원 국토조사과 관계자는 “애초부터 국가지명위원회가 의결해 이름을 정한 적 없는 ‘지명 미고시 수역’이다. 표준 지명이 정해질 때까지 지도 이용자가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현지에서 부르는 명칭을 넣어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식적인 지명으로 제정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지명위원회 결정 절차를 거쳐서 고시해야만 한다. 충주호의 경우 정해진 지명이 없는데 이름을 바꿔야 한다며 수십 년간 싸워온 셈”이라고 했다.

제천시 지명변경 추진

이 같은 사실을 접한 3개 지역 자치단체 및 주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먼저 문제를 제기한 곳은 제천이다. 20여 년간 청풍호 이름 찾기 운동을 전개한 제천사랑·청풍호사랑위원회 장한성 위원장은 “충주댐으로 조성된 호수 이름이 고시되지 않았던 것을 30년이 넘도록 몰랐다니 허탈하다”며 “1997년부터 충주호를 유역 면적이 가장 넓은 제천의 청풍호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할 필요도 없었던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충북도가 각종 공부 변경으로 인해 재정적 손실이 크다는 이유로 제천 시민들의 바람을 묵살했다”면서 “사태를 키운 충북도의 무사안일한 행정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장 위원장과 더불어 그동안 충주호 명칭을 ‘청풍호’로 변경해야 한다고 계속해서 요구해 온 제천지역은 충주호 이름이 공식 지명이 아니라는 점을 내세워 지명 변경을 강하게 밀어붙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달 지명위원회 절차를 통한 이름 변경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제천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그동안 ‘청풍호’를 ‘충주호’로 언론사 등에서 표기라도 하면 규탄대회를 여는 등 반발의 수위를 높였다. 2013년 제천시가 추진 중인 ‘청풍호 그린케이블카’ 조성사업을 보도하면서 이를 ‘충주호 그린케이블카’로 고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반면 충주지역은 논란이 확산되지 않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충주는 국토지리정보원이 2014년 1월 제정한 ‘저수지 명칭 정비 지침’(국토지리정보원 예규 63호)을 강조하고 있다. 이 지침 6조 2항은 ‘댐 건설 및 주변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댐 건설로 형성된 저수지는 댐 명칭에 일치시킨다’고 규정하고 있다. 충주는 이 지침 원칙을 들어 충주댐으로 조성된 인공호수는 충주호로 하는 게 맞는다는 논리다.

충주시민인 이종국 씨는 “댐도 충주에 있고 수십 년간 충주호로 사용했는데 이제와 명칭을 변경하는 논의를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조길형 충주시장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명칭 변경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눈치만 보고 있는 충북도

충주와 제천이 호수 명칭을 놓고 첨예하게 이견을 보이는 가운데 단양지역에서도 ‘단양호’란 새로운 이름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다. 단양군은 지난해 수중보 물막이보 준공으로 담수한 구역을 단양호라고 부르고 있다.

수중보 건설로 담수하는 상류 구역을 충주호와는 별개의 인공호수로서 단양호로 이름을 붙였다. 단양군은 수중보에서 도담삼봉 등에 이르는 상류지역 관광종합개발계획을 수립하면서 사업 명칭을 ‘단양호 관광종합개발계획’으로 정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단양군이 제출한 이 사업의 명칭을 그대로 인정하며 관광진흥개발기금 48억 원 지원을 결정했다.

단양군 관계자는 “충주호 구역 안에서 풍광이 수려하기로 유명한 곳이 단양군 장외면 지역이다. 지명은 단양호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토지리정보원은 지명 고시가 법적으로 강제된 사항이 아니어서 지역 간 갈등이 있는 곳은 이번 정비에서 빠질 수 있다며 해당 지역 주민들이 결론을 내라는 입장이지만 한번 불붙은 논쟁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충북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충주호는 충주시, 제천시, 단양군에 걸쳐 있기 때문에 지명을 바꾸려면 이해관계가 있는 지자체 지명위원회의 의견을 우선 수렴해야 한다”며 “도가 나서 명칭을 재정립할 경우 3개 지자체 사이의 갈등이 더욱 심화될 수 있어 지역의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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