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단결로 기업 혼내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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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단결로 기업 혼내주다
  • 권영석 기자
  • 승인 2018.02.2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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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폐기물업체 진주산업과 한 판 승부
기업·주민 대표 ‘짬짜미’ 물리치고 사업허가 취소 끌어내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은 최근 ‘진주산업 사태’로 유명해졌다. 주민들이 힘을 합쳐 악덕기업 허가 취소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이는 쉽지 않은 사례로 주민들의 단결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유민채 씨는 진주산업 인근 마을인 청원구 북이면 추학1리 이장이다. 그리고 북이 주민협의체에서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청원구 북이면은 인구가 5000명 남짓 된다. 51개의 부락이 있고 각각의 마을은 저마다의 추억을 담은 이름이 있다. 하지만 북이면에는 언제부턴가 공장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현재는 1025개의 크고 작은 공장들이 있다. 대략 5명당 한 개 꼴로 공장이 있는 셈이다.

더욱이 공장은 많지만 산업단지는 없다. 북이면 대길리와 신기리 등에 걸쳐 108만 4260㎡ 규모의 산업단지 조성사업이 있고 올해 도의회를 통과할 것이라는 계획만 있는 상황이다. 산업단지가 없어 공장들은 여기저기 난립해 있다. 그로 인한 문제점도 터져 나왔다. 대표적으로 이번에 허가 취소 처분을 받은 북이면 용계리 진주산업이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지난해 12월 20일 다이옥신을 기준치 이상 배출했다가 적발된 진주산업에 대한 사업허가 취소를 촉구했다. /뉴시스

 

몇 몇 대표들, 기업 편들어

북이면엔 공장 중에서도 유독 폐기물업체가 많다. 등록된 업체만 14개. 진주산업의 경우엔 이 중에서도 규모가 큰 업체다. 폐기물 처리는 기준에 부합한다 해도 지역 주민에게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부분 설립 조건은 엄격하다. 하지만 문제가 된 진주산업은 그렇지 못했다.

진주산업은 2002년 12톤으로 운영하다가 2006년 72톤, 2016년 96톤, 그러다가 2017년 352톤으로 증설허가를 받아 전국 최대규모의 폐기물처리시설로 몸집을 불렸다. 그 사이 주민들의 반대도 점점 거세졌다. 2016년 12월 9일엔 내수·북이 주민협의체와 진주산업이 서로 협약을 맺었다.

그런데 여기엔 협약 당사자인 지역 주민들과 논의가 빠졌다. 유민채 이장은 “지역이장단조차도 협약을 했는지 몰랐다. 협약 내용 또한 주민들이 알지 못했다. 이장들은 주민센터의 개발팀에서 사본을 입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표자 몇몇이 진주산업과 협약을 맺은 것이다. 이전 대표자들은 2016년 12월 19일 있었던 진주산업과의 협약에서 ‘내수·북이 주민협의체’라는 이름을 썼다. 당시 이 단체는 존재하지 않았다.

유 이장은 “주민들이 계속 문제제기를 하니까 한 달 여만에 이전 이장단이 다른 협약서를 갖고 왔다. 그 협약서는 당초 협약일인 12월 19일보다 몇 일정도 뒤에 작성된 것이었다. 거기에는 ‘내수발전 주민협의체’의 이름이 빠져있고, 이장 개인의 도장이 찍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절차상 하자가 있는 협약이었다는 것이다.

또 진주산업과 주민협의체의 협약은 내용에도 문제가 있었다. 협약서엔 진주산업이 지역 환경에 영향을 끼치는 일을 하면서 주민 피해 등의 대책들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협약사항 이행과정에서도 말이 많았다. 협약에서 감시원 3명을 두어 진주산업의 폐기물 처리 활동을 모니터링하게 했다. 주민들은 진주산업 감시원들에게 보고서를 요청했고, 지난해 8월 보고회 발표가 있었지만, 이후 지금까지 모니터링에 대한 보고는 없다.

 

보고서는 진주산업이 작성?

주민들은 보고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하루단위 폐기물량에 대한 기록이 없이 총량에 대한 수치만 있고, 연소온도만 있을 뿐 활성탄 사용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것이다. 활성탄은 온도를 올려주는 촉매제로 다이옥신저감을 위해 필요한 물질이다. 지난해 9월 있었던 진주산업에 대한 금강유역환경청의 행정처분에는 다이옥신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사실 진주산업은 70.5t의 활성탄을 사용해야 하는데 실제 사용량은 2.5t에 불과했다. 그리고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허가된 소각량을 초과해 쓰레기를 처리, 15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적발됐다. 하지만 보고서엔 이 사실이 빠져 있었다. 현재 북이 주민협의체에서 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청석 이장을 구심점으로 주민들은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했다. 그러나 기존 협의체는 주민들의 요구에 대응하지 않았다.

서 이장은 “기존 이장단은 진주산업과 협약이 되어 있다”며 “주민들의 지적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주민협의체는 기존 협의체와 갈등을 풀기 위해 지역구 청주시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거절 당했다고 한다.

진주산업에 대한 문제점이 행정기관과 수사기관에 의해 계속 적발되고, 주민들이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에서 주민협의체는 결국 지난 2017년 12월 새로운 대표단을 구성했고 내수·북이 주민협의체에서 북이주민협의체로 이름을 바꿨다. 새롭게 구성된 북이주민협의체는 적극적으로 진주산업의 허가 취소를 주장했다. 그리고 지난 2월 6일 청주시는 진주산업이 폐기물관리법상 변경허가 미이행 등으로 적발된 점을 들어 마침내 폐기물처리허가취소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진주산업은 이에 불복해 청주지법에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지난 12일 법원은 오는 28일까지 임시 집행정지 처분을 내렸다. 청주지법에 따르면 ‘가처분신청에 대한 심리기일 등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허가취소 날짜가 시작된 점을 고려한 결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진주산업은 현재 가동 중이나 기업으로서의 위치는 잃었다. 주민들의 진주산업에 대한 투쟁은 계속 진행 될 것이다.

진주산업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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