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열어갈 미래 좀 상상해볼까?
상태바
인공지능이 열어갈 미래 좀 상상해볼까?
  • 충청리뷰
  • 승인 2018.02.22 09: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맥스 테그마크 저 <맥스 테그마크의 라이프 3.0>

김대선
책방 ‘질문하는 책들’ 운영자

지난달 8일, 월요독서모임 회원들과 함께 다음 달의 토론 주제와 읽을 책을 논의했다. 그때 다큐멘터리 영상 두 편의 정보가 공유되었고, 관련된 책 세 권을 연달아 읽고 토론하기로 협의했다. 주제는 ‘인공지능과 사피엔스의 미래’였다.

두 편의 다큐멘터리 중에서 첫 번째 작품은 2016년에 열린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국을 다룬 내용이었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에서 제작한 영상으로, 당시 알파고 개발진의 심경을 세세하게 살필 수 있기에 무척 흥미로웠다. 이 영상은 한동안 잊고 있었던 인공지능이라는 주제의 호기심을 새롭게 불러일으켰다.

두 번째 다큐멘터리는 작년 12월에 EBS에서 방영됐다. 우리는 ‘과학 다큐 비욘드’ 프로그램의 인공지능 4부작 중에서 세 번째, ‘슈퍼 인텔리전스’편에 주목했다. 영상에 등장한 여러 인공지능 전문가 중에서 유난히 새롭고 폭넓은 가능성을 전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바로 월요독서모임의 최근 선정도서였던 <맥스 테그마크의 라이프 3.0>의 저자 맥스 테그마크였다.

이야기는 짤막한 SF 시나리오로 시작된다. 범용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오메가팀’은 ‘프로메테우스’라 불리는 초지능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데에 성공한다. 구글 딥마인드를 닮은 오메가팀은 초지능 인공지능 프로메테우스를 안전하게 가두어 통제한 채로 차근차근 성취를 이루어 나간다.

먼저 뜻을 이루는 데 필요한 돈을 확보하고, 그 돈으로 언론과 경제, 정치, 교육 등의 여러 방면에서 점점 영향력을 넓힌다. 그리고 세계에 어마어마한 기술 붐을 일으킨다. 배후는 철저히, 교묘하게 숨겨진다. 새롭게 고용된 전문 변호사들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이 인공지능을 위해 복무한다. 압도적인 성공을 거둔 뒤에, 결국 그들은 세계를 움직이는 주도적인 권력을 손에 얻는다.

흔한 예상과는 달리 새로운 집권의 여파는 부정적이지 않다. 오히려 세계를 효율적으로 통합하여 진정한 민주화와 평화의 길을 열었다. 역사상 최고의 사회적 서비스와 교육, 사회기반 시설이 제공되었고, 국제 갈등의 완화로 군비 지출의 많은 부분이 불필요해졌다. 과연 이런 미래는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인공지능의 미래에 인간의 위치는 어디인가? 이야기는 약간의 반전과 함께 책의 중반에서 다시 이어진다.

다른 인공지능 책들과 비교돼

우선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이벤트 이후에 만들어진 책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기존에 나온 좋은 책들이 많지만, 다루는 가능성의 갈래가 좁은 느낌이 있었다. 체스나 장기는 몰라도 인공지능이 바둑을 정복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쪽의 견해가 흔했다. 몇몇 물음에는 논할 가치도 없다는 듯 설명을 생략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어땠는가? 알파고가 승리를 거둔 이후로는 전문가들의 예측도 조금 더 조심스러워진 것 같다.

저자는 인공지능의 시대를 대비하는 전문가의 책무를 이야기한다. 비록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일이라 할지라도 가능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대비할 전문가의 책무가 있다는 것이다. 온갖 가능성과 반론을 다 짚고 넘어가는 바람에 분량이 길어지는 아쉬움이 있으나, 그만큼 상세하기 때문에 인공지능을 둘러싼 온갖 논의를 이 책 한 권으로 알뜰하게 접할 수 있다.

다큐멘터리와 독서모임 이야기로 글을 시작한 이유가 있다. 관련 다큐멘터리나 영화 등의 영상은 독자가 책을 읽고 상상했던 내용을 시각화하여 보여주고, 책의 내용을 편집하여 핵심을 명료하게 전달한다. 다큐멘터리와 영화를 적절히 곁들이면 독서의 재미와 유익함이 몇 배로 뛴다.

또한, 독서모임에서의 진지한 토론은 책의 핵심 주제를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데에 도움을 준다. 요즘은 청주에 좋은 독서모임이 늘어나는 바람에 선택폭이 부쩍 넓어졌다. 만약 혼자 읽기에 고독함을 느껴서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분이 있다면 주변의 독서모임에 참가해보시기를 권한다. 열정적이고 뛰어난 독자를 가까이하면 내 독서욕도 덩달아 샘솟는다. 사람에게서 배운다는 말의 의미를 새롭게 깨닫는 순간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