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렵철 민간 피해 이대로 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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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렵철 민간 피해 이대로 둘 것인가
  • 윤호노 기자
  • 승인 2018.02.22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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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사고, 멧돼지 오인 사망, 사냥개 농장 공격 등 사고 잇따라

최근 충주 등에서 수렵활동에 의한 민간 피해가 잇따르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특히 허술한 수렵 규정으로 인해 주민 불안이 이어지고 있고, 피해에 따른 보상도 기대에 못 미쳐 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본격적인 수렵철을 맞아 충주의 한 야산에서 수렵하던 50대가 동료가 쏜 엽총에 맞아 최근 숨졌다. 충주시 산척면 명서리 인등산에서 수렵활동을 하던 김모(58) 씨가 동료 엽사 배모(64) 씨가 쏜 엽총 탄에 맞아 숨진 것.

최근 허술한 수렵 규정으로 인해 민간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김씨와 배씨는 동료 4명과 함께 충주 연수지구대에서 총기를 수령해 수렵 가능 지역에서 사냥을 했다. 경찰은 계곡 쪽으로 이동해 동료가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멧돼지인 줄 알고 총을 발사했다는 엽사 배씨의 말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했고,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당시에 사용된 총탄은 산탄이었는데 한 번 방아쇠를 당기면 총구를 통과한 총알이 한꺼번에 10개의 탄알로 흩어져 나간다. 산탄 특성상 총구를 벗어나면 거리가 멀어질수록 더 넓은 각도로 퍼져나가고 조준점도 벗어난다.

전문가들은 야생동물을 쐈을 때 살상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현행법에서 규정한 유효 사거리 60m를 크게 벗어난다고 말하고 있다. 규정된 유효 사거리를 넘어서 살상 효과를 내는 총탄 사용은 엄연히 불법인데 총알마다 제각각인 유효 사거리를 산정하는 방법도, 사용 매뉴얼도 없는 실정이다.

허술한 수렵 규정…주민 ‘벌벌’

한국총포협회 관계자는 “화약의 양에 따라 성능이 달라지는데 산출할 수 있는 매뉴얼이 없다. 어떤 총탄을 써야 하는지 법에 규정돼 있지 않다보니 살상력이 높아진 실탄이 실제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며 “경찰청도 관련 규정을 고치겠다고 해 놓고 방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엽사 사망사고가 발생한 충주 인등산 인근 마을주민에게도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수렵장과 100~200m 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점에 생활 터전을 잡고 있다. 따라서 해마다 수렵기간이면 여기저기서 울리는 총성에 놀란 마음을 쓸어내리고 있다.

사고 이후 주민들은 과수원 운영에 손을 놓고 있다. 예년 같으면 봄을 앞두고 과수 가지치기 작업에 들어가지만, 총기 사고 우려 때문에 엄두를 못내고 있다. 때문에 주민들은 관계기관에서 안전장치를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수렵장 관리 인력을 늘려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 마을 주민은 “해마다 수렵철이면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는데 관리인력도 부족하고 안전장치도 미흡하다”며 “안전대책이 강화된 상태에서 수렵장 운영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수렵장 관리 인력은 수렵 신청 인원에 비해 크게 부족한 상태다. 관리 인력은 수렵장 ㎢당(환경부 기준) 0.2명을 배치한다. 도내 운영 수렵장 면적은 1684㎢으로 충주시와 음성군을 합한 면적보다 넓다. 따라서 면적 대비 관리 인력은 340여명에 불과하다. 반면 올해 수렵 신청 인원은 6배가 넘는 수준인 2200여명에 달한다.

수렵철 무분별한 총가 사용에 따른 안전사고는 충주만의 문제는 아니다. 2016년 음성군 생극면 송곡리의 한 마을에서 엽사가 쏜 총에 중학생이 맞는 사고가 발생했다. 마을로 내려온 고라니를 향해 총을 발사했지만 산탄이 인근 주택 마당에 나와 있던 중학생 허벅지에 맞았다. 음성지역에선 2012년 10월에도 훈련 중이던 군인을 엽사가 멧돼지로 착각해 공기총 3발을 발사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피해보상

수렵활동에 의한 민간 피해는 총기 사고 우려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충주시 중앙탑면에 위치한 한 축사에서 사냥개가 소를 공격했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농장주 A씨에 따르면 사냥개 8마리가 소 9마리를 동시에 공격해 그 중 1마리가 피를 흘리고 있었지만, 사냥개 주인들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장애2급인 A씨는 수년 전 남편을 여의고 혼자 농장을 운영한터라 도움의 손길이 절실했다. A씨는 인근 면사무소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관할도 아니고 면에서 할 일이 아니라며 경찰에 신고하라는 소리만 들었다.

위급한 상황은 발생 10여분만에 도착한 개 주인 5명이 사냥개를 진정시키며 일단락됐다. 이후 수렵인들은 출동한 경찰에게 수렵보험을 통해 보상을 해 주겠다고 했고, 축협 직원들은 놀란 소들에게 진정제를 투여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보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찾아 온 보험회사 직원이 다친 소의 치료비 정도만 보상할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번 일로 부서진 축사는 보험에서 제외됐다.

때문에 실제 수렵장을 운영해 수익을 거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추가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여론이다. 현재 가해 수렵인이 밝혀지지 않을 경우 지자체에서 가입한 배상책임보험을 통해 피해 농가에 보상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외 경우는 수렵보험을 통해 보상이 진행된다.
수렵보험은 사람을 사망·부상하게 하면 1억 원 이상, 재산에 손해를 입히면 3000만 원 이상 보상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 피해자들이 납득할 만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충주지역 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겨울철 수렵장이 운영되면 해마다 총기사고로 인한 사망 사례까지 나와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관계기관에서 안전관리 수칙 및 보상 부분에 대한 미비점을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허술한 수렵면허, 총 쏠 줄 몰라도 통과

수렵면허를 따기 위한 필기시험과 강습이 허술하다는 지적이다. 사냥용 엽총은 멧돼지 같은 큰 짐승은 물론 사람에게도 치명적이다. 사냥용 총기류는 수렵면허가 있어야 구입이 가능한데 문제는 면허 취득 절차가 너무 쉽다는 것이다. 관계법령과 안전사고 등 4가지 필기시험을 보고 수렵 강습 1회만 들으면 ‘수렵면허증’이 나온다.

더욱이 필기시험은 이미 준비된 문제은행에서 출제된다. 문제도 단순하고 실제 수렵활동에서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도 다루고 있다. ‘다음 중 수렵장에서 숙지할 사항이 아닌 것은’, ‘수렵면허 재발급 수수료는 얼마인가’ 등이 그 예다.

글씨만 알면 아무나 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수렵 강습도 형식적이다. 5시간 교육 중 사격 실습은 산탄총 20발 발사가 유일하다. 이마저도 맞추지 못해도 수렵면허를 딸 수 있다. 때문에 안전한 수렵을 위해 면허취득 과정과 안전교육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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