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칭 갖고 또 싸워? 원칙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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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칭 갖고 또 싸워? 원칙을 만들자
  • 윤호노 기자
  • 승인 2018.02.26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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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노 충주·음성담당 부장

충주시와 제천시, 단양군이 각기 충주호에 대한 명칭을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호수 한 개를 놓고 수십 년째 충돌하고 있는 셈인데 지리적으로 친밀감이 높은 지역에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싸우고 있어 안타깝다.

물론 명칭을 두고 갈등을 빚는 것은 충주호만의 문제는 아니다. 특히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산·호수·교량·마을 등 명칭변경을 추진하면서 이웃 시·군과 갈등을 빚고 있다. 소송전으로 비화하면서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기도 한다.

강원도 양양군과 인제군은 태백산맥에서 가장 높은 설악산 대청봉 명칭을 사용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였다. 양양군과 속초시, 인제군은 각각 설악산 대청봉에 다른 지번을 부여해 관리했다. 하지만 양양군이 서면의 행정구역 명칭을 ‘대청봉면’으로 바꾸기로 하면서 일이 불거졌다.

경북 영주시와 충북 단양군도 소백산 명칭을 놓고 껄끄럽게 지냈다. 2012년 영주시가 단산면을 ‘소백산면’으로 이름을 바꾸기로 하자 단양군이 반감을 드러냈다. 행정안전부 중앙분쟁조정위원회는 이 명칭을 쓰지 못하도록 하자 영주시는 법원에 소송을 내는 등 갈등을 빚었다. 부산과 경남은 ‘부산 신항’ 명칭 문제로 골이 깊었다. 양측의 기 싸움은 2005년 12월 해수부가 ‘부산항 신항’으로 발표하면서 일단락됐지만 감정의 골은 사라지지 않았다.

전남 여수시와 고흥군은 2016년 말 완공된 교량 명칭을 놓고 대립각을 세웠다. 여수시 적금도와 고흥군 영남면을 잇는 총 길이 1340m 교량 명칭을 여수시는 적금대교, 고흥군은 팔영산 이름을 따서 팔영대교로 하자고 각각 주장했다.

전남도가 고흥군의 손을 들어줘 팔영대교로 명칭을 정했지만 여수시가 국가지명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해 팔영대교 명칭은 부결됐다. 전남도가 중재에 나섰지만 양 자치단체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가 가까스로 팔영대교로 이름이 정해졌다.

인천시 남동구와 연수구는 ‘대한민국 1호’ 경제자유구역인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관할권을 다투면서 소송을 벌였다. 이외에도 충남 당진과 경기 평택시가 매립지 관할권을 놓고, 부산 해운대구와 남구가 동해와 남해의 경계지점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등 전국이 명칭을 둘러싸고 몸살을 앓고 있다.

왜 전국의 자치단체 및 지역민들이 명칭에 목숨을 걸까. 명칭이 곧 지역의 얼굴이고 랜드마크라는 생각 때문이다. 한번 지어진 이름은 대개 자손만대로 이어진다는 생각도 할 것이다. 여기에는 경제적 이익도 포함된다. 그러면 갈등을 최소화하는 것은 무엇일까. 최선은 아니지만 원칙을 세우는 일이다.

육지와 섬을 연결하는 교량의 경우 섬을 오가는 사람의 이정표로 삼기 위해 섬의 지명을 따르게 하는 것이 그 예다. 물론 모든 경우의 수를 원칙으로 삼을 수는 없다. 하지만 원칙이 세워지지 않으면 논쟁은 끝없이 이어진다. 상생을 위해 한발씩 양보하는 태도가 더없이 아름다운 일이지만 첨예한 이해관계 속에 어쩔 수 없을 때는 원칙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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