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년 만에 #ME T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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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0년 만에 #ME TOO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8.03.07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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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기자의 ‘무엇’

성경의 역사가 대략 6000년이라고 한다. 요즘 미투 운동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피해 여성들의 외침이 6000년 만에 처음이 아닐까 싶다. 그동안 성폭력 피해 사실이 은폐된 데는 공고화된 남성‧권력 중심적인 사회구조 때문이었을 것이다.

미투 운동이 육천년 간 유지된 사회질서를 전복시키는 사건이라고 보면 과장일까. 어느 해외학자가 페미니즘이 한국사회를 구원할 것이라는 예언처럼, 미투 운동은 전방위적으로 한국사회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자고 보면 포털사이트에 새로운 이름이 뜨고 여지없이 성폭력 가해자의 이름이 경우가 많다. 최근 차기 대권주자였던 안희정 충남지사는 정무비서를 수차례 성폭행 한 사실이 밝혀져 정치 생명이 끝나게 됐다.

충북에서도 청주대 전 조민기 연극영화과 교수의 성희롱,성추행 사건이 터졌다. 피해자만 10여명에 달한다.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미투를 통해 폭로하면서 조 씨의 행각이 수면위에 드러났다. 조 씨는 형사입건됐고 조만간 경찰에 출두할 예정이다. 최근 충주에서도 우건도 시장후보의 성추행 사실을 놓고 진실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빗장이 열린 미투운동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 다만 미투운동 이후 피해자의 삶이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한 우리사회의 롤모델이 없다는 것은 우려가 된다. 우리는 지금 미투로 부당한 폭력을 알리기를 시작했고, 위드유(#WITH YOU)로 응원하고 있지만 이후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뉘는 상황에서 법정공방이 시작될 때 어떠한 결과물을 낳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서 미투 운동은 참 조심스럽다. 일단 미투 폭로 이후 가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에게도 후폭풍이 밀려올 것이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에서도 미투 운동 이후 시민사회 단체장부터 전직 도청 국장, 현직 교수 등 성폭력 사실에 대한 갖가지 이야기가 들려온다. 시한폭탄이 터지는 것처럼 이러한 일들이 다 드러날지는 알 수 없다. 진실을 알리는 미투를 누군가 해야 하기 때문이다. 누구도 강요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미투 운동이 전개되면서 마흔 언저리의 삶도 돌아보게 된다. 성희롱에 가까웠던 발언들을 들었으나 묵인했던 적도 있었고, 초등학교 때 남자교사가 반 아이들을 집단적으로 성추행한 기억도 떠올랐다. 피해자의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피해자들의 인터뷰를 보면 느껴지는 공통점이 있다. 절대 그 기억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가해자들은 수년 전 기억이라 더듬어 생각해보지만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러다가 실명피해자가 등장하면 그 때서야 기억이 난다고 말을 바꾼다. 물론 피해사실을 즉각 인정하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아니 전세계에서 지워지지 않는 기억을 붙들고 사는 여성들은 얼마나 많을까. 이 미투 운동이 우리들의 미래세대를 진정 구원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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