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 남은 과제는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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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단축, 남은 과제는 무엇?
  • 윤호노 기자
  • 승인 2018.03.14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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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음성담당 부장

우리나라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은 2113시간으로 OECD국가 중 멕시코(2246시간) 다음으로 많다. 가장 적은 시간을 일하는 독일의 1371시간과 비교하면 742시간 가량이 많다고 하니 가히 ‘일 중독’이란 말이 나올 만 하다.

이런 사정으로 가족들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저녁 있는 삶’은 먼 나라 얘기고, 행복지수도 OECD국가 중 하위권이다. 다행히 지난달 말 국회는 주당 최대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고 8시간 기준 휴일 근로수당을 150%로 정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개정안은 고용노동부와 법원의 엇갈린 해석을 정리해 최대근로시간과 휴일근로수당을 명문화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그동안 최대근로시간과 휴일근로수당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토요일에 대한 성격을 어떻게 보느냐가 문제였다. 토요일을 무급 또는 유급 휴일로 보느냐에 따라 근로시간과 수당에 차이가 발생한다. 결국 절충안을 채택해 그간 논란이 됐던 근로일을 토·일요일 포함한 7일을 명문화하고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한정했다. 토·일요일 휴일근무에 대해서는 8시간 이하는 150%의 수당을 지급하고 8시간 초과시는 200%의 수당을 지급해 현재의 고용노동부 해석을 유지했다.

경영계와 노동계는 각자의 셈법에 따른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최대 근로시간은 52시간으로 제한했지만 휴일근로수당은 200%에서 150%로 낮아졌다. 경영자는 근무시간이 줄어 추가 고용 부담이 늘었고, 노동자는 수당이 줄어든 셈이다.

하지만 근로기준법 개정을 단순히 기존 노사 근로시간이나 임금문제로만 볼 것은 아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기업의 경쟁력 확보와 고용 확대라는 측면이다. 국내기업들은 그동안 노동생산성을 높이거나 더 많은 인력을 고용하지 않고 기존 인력의 근로시간을 늘림으로써 경쟁력을 유지했다.

현재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 기계가 인간을 대체해 고용이 줄어든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고용환경이 악화돼 실업자와 저소득층이 늘어나면 내수가 위축되고 이는 기업의 생산 감소를 가져와 고용을 줄이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저절로 일자리가 늘어나기 어렵다면 나누기라도 해야 한다. 과거 인적 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고용 증대를 목적으로 한 노동유연화 정책이 시행되기도 했다. 그러나 업무효율을 높이고 고용을 늘릴 수 있다던 탄력시간근무제나 임금피크제 등이 오히려 일자리나 임금을 줄이는 방향으로 역효과가 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최대근로시간 단축은 기존 근로자의 일자리나 임금에 영향을 덜 미치면서도 일자리 나누기가 가능하다. 연장 근로를 제한하는 근로시간 단축이 신규 채용의 증대보다는 기존 근로자들의 임금 축소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또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이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이 산업현장에 정착되기 위해서는 긴 기간이 필요하다. 주요 선진국들도 오랜 시간 근로시간 단축 정착을 위해 노력했으며, 정부는 노사 양측 간 양보와 타협을 전제로 각종 보완책을 폈다.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우리나라도 새로운 이정표가 만들어졌다. 이제 보완책 마련과 더불어 근로시간 단축의 부작용을 억제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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