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나의 예언과 미투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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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나의 예언과 미투운동
  • 충청리뷰
  • 승인 2018.03.16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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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동 균 신부대한성공회 청주복대동교회

성추행 혹은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 중에 자신들의 과거 상처를 용기있게 드러내고 폭로하자 그를 뒤따르는 여성들이 자신의 피해와 상처를 드러내는 운동이 이른바 ‘미투(me too)'운동이다. 이것을 운동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와 상처를 통해 연대하고 하나의 큰 힘을 만들어 내기까지 지속되고 발전되기 때문이다.

기독교에는 예언이라는 행동이 있다. 예언이라 해서 미래의 일을 알아맞히는 것을 의미한다기 보다 과거와 현재의 개인이나 집단의 부도덕한 행위와 관습을 하느님의 이름(신탁)으로 정죄하고 폭로하는 것을 예언이라고 한다. 그러한 부도덕한 죄는 대개 지배집단에 의해 은폐되고 합리화되고 심지어 미화되기까지 한다. 그러므로 그 죄로 인한 피해자들은 약자이며 약자들은 그 죄를 죄로 규정할 힘이 없기 때문에 하느님의 말씀을 받은 예언자(하느님의 말씀을 대신 전한다 해서 대언자라고 하기도 한다)는 그 어떤 권력에도 굴하지 않고 그 죄상을 폭로하는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러므로 구약 유대인들의 역사에서 예언자는 특별한 사람들로 대접을 받기도 했고 때로는 핍박을 받기도 했다.

나는 요즈음 미투 운동을 보면서 구약성서의 예언자를 떠올리게 된다. 특히 요나라는 예언자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요나는 B.C 750~60사이 지금의 이스라엘의 고대국가에서 활동하던 예언자였다. 당시 북왕국 이스라엘은 북쪽 앗시리아의 침략을 받을 운명에 놓여 있었는데 그 앗시리아의 수도는 니느웨(니네베, Nineveh)라는 큰 도시였다.

요나에게 하느님의 말씀이 내려졌다. 앗시리아의 수도 니느웨로 가서 그들을 회개시키라는 것이다. 예언자 요나는 앗시리아의 힘을 이용해 북왕국 이스라엘을 치시리라는 하느님의 뜻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니느웨에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은 적국 니느웨를 살리고 자신의 조국 이스라엘을 멸망으로 이끄는 행위이기 때문에 이를 거부하려 하였다.

요나는 하느님 말씀을 전하는 예언자였지만 그 명령을 듣느니 차라리 죽겠다고 생각하여 반대방향으로 가는 배를 탔다. 즉 지중해 북쪽이 아니라 남쪽으로 가는 배를 탄 것이다. 그러자 폭풍이 일고 배가 곧 침몰할 위기에서 요나는 자기를 바다에 던져 넣으라고 요청해서 바닷속에 던져졌다. 그러나 큰 물고기 뱃속에서 사흘만에 뭍으로 토해진 요나는 결국 니느웨로 가서 건성으로 회개를 선포하였다. 하지만 북쪽의 거대제국의 왕은 남쪽 조그만 나라에서 온 예언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하여 니느웨가 모두 회개를 선포하고 죄의 징벌을 피하였다는 이야기이다.

주일학교 어린이들의 동화로 많이 알려진 이 이야기는 아리송하고 재미있는 우화가 들어있지만 오늘 날 미투운동과 같은 폭발력을 가지고 전개되는 윤리적 폭로와 회개운동과 어울리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미투운동의 핵심은 폭로라는 피해자들의 운동과 회개라는 공동체적 변화의 운동을 포함하고 있다. 니느웨의 왕과 백성들은 요나가 외치는 그 작은 소리에도 재를 뒤집어 쓰고 회개를 선포하였다.

지금 미투운동이 종교인 예술인 정치인같은 유명한 사람들 사이에 요란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피해자들은 약자인 여성들이었고 아직도 그런 여성들은 수없이 많이 존재한다. 지극히 사적인 공간에서 자행되는 성적인 폭력과 추행은 지배를 위한 은밀한 전략으로 공유되어 온 것처럼 보인다.

<성폭력의 역사>의 저자 수전 브라운 밀러는 모계사회에서 부계사회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숫컷들의 성폭력적 공격이 있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어쩌면 성폭력은 부계지배, 혹은 남성지배의 원초적 전략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원초적 전략에 대항해서 자신의 수치와 상처를 드러내 보임으로써 그 실태를 폭로하는 것은 요나의 예언에 맞먹고 결국 온세상을 변화시킬 것이다. 또 한편으로 회개를 선포하고 자정을 위해 노력하는 공동체의 결단이 필요하다. 법을 정비하고 성폭력에 대한 불관용의 원칙을 작은 공동체 단위에서 실천하는 운동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가야할 목적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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