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락 아래 일군 아름다운 책방 ‘터득골 북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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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락 아래 일군 아름다운 책방 ‘터득골 북샵’
  • 충청리뷰
  • 승인 2018.03.1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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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이 채 안됐으나 원주에서 인기몰이 중, 카페도 잘돼

우리 부부 스스로 한국 최초의 ‘가정식 서점’이라 이름 짓고 시골마을 전원주택에서 책과 하룻밤 잠자리를 팔아온 지 벌써 5년이 되었다. 일 년이면 3000~4000 명 이상 책방을 찾았으니 못해도 2만 명 가까운 사람들과 만난 셈이다. 도시 한복판에 있는 대형 서점과 달리 오다가다 우연히 들른 사람은 많지 않고 대개가 이 시골 책방을 목표하고 찾아온 이들이니 만남의 농도 또한 제법 진한 편이다.

그들 중에는 간혹 우리와 비슷한 꿈을 꾸는 이들이 있어서 지금 당장 살고 있는 동네에서 서점을 열고 싶다든가, 혹은 은퇴 후 언젠가 시골에서 책과 함께 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이들이 많았다. 우리를 만나고 돌아가 실제로 작은 책방을 연 이들도 여럿 있었다.

카페+서점으로 시작한 ‘터득골 북샵’

원주 ‘터득골 북샵’도 그런 곳 중 하나다. 오랫동안 출판사를 운영해온 나무선 대표와 동화를 쓰는 이효남 작가 부부는 공동체 마을을 꿈꾸며 원주에 자리를 잡았다.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산자락 아래 집을 짓고 살면서 언젠가는 마음 맞는 이들과 이곳에서 책과 문화가 함께하는 터전을 일구겠다고 생각했다.

원주 터득골 북샵의 야경.

“숲속작은책방을 가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우리는 뭔가 새롭게 건물을 지어서 시작해야 한다고만 생각했었고 그 때문에 꿈은 간절했지만 시작을 하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부족하더라도 내 집에서 첫 걸음을 뗄 수도 있겠구나 라는 발상의 전환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무선 대표는 우리 부부를 만난 뒤, 현재 상태로도 충분히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할 수 있겠다는 용기를 얻었다고 말한다. 부부는 즉시 살던 집을 조금 고치고 정비해 카페와 서점, 북스테이가 가능한 작은 책방을 열었다. 2016년 9월의 일이다.

왜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었는지 터득골 북샵을 가본 뒤에 알게 되었다. 이곳은 숲속작은책방에 비하면 궁궐과 같은 규모다. 좁은 마당 한 조각에 집 한 채가 전부여서 살림집과 서점이 일체화된 우리와 달리, 넓은 집 한 채가 단독으로 카페 겸 서점이다. 한 번에 열 명이 앉을 수 있는 넓은 테이블이 있어서 차를 마시며 소모임도 가능하고,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는 아늑한 자리도 있다.

무엇보다 책방 뒤로 병풍같이 펼쳐진 산자락에 조성된 야외 공연장은 터득골의 큰 자랑이자 기쁨이다. 소나무 숲 사이사이 집을 짓다 나온 돌들을 갖다 쌓아 객석을 만들고, 무대를 만들었다. 이곳에 서니 저 멀리 강원도의 산과 구름이 한 눈에 들어온다. 그리 높이 올라온 것 같지 않은데 가슴이 탁 트이는 시원한 광경에 눈도 마음도 정화되는 느낌이다.

이곳에선 작가 초청 북콘서트, 숲속의 음악회 등 그간 다양한 공연과 행사들이 이어졌다. 햇빛 맑은 날, 새 소리 바람 소리와 어우러진 첼로와 피아노, 하모니카와 기타 소리는 이곳을 찾은 이들에게 잊을 수 없는 하루를 선사했으리라.

소문 듣고 찾아오는 손님들 ‘북적’

멋진 공간은 가만 있어도 절로 소문이 나는 법, 산 속 작은 책방과 카페는 자동차로 20분 거리인 원주 시내에서 찾아오는 사람들로 성황이다. 원주에 오랫동안 살면서 맺어온 탄탄한 지역 네트워크는 책방을 빨리 안정시키는데 큰 힘이 되었다. 시작한지 2년이 채 안되었지만 생각보다 매출이 높아서 깜짝 놀랐다고 한다.

카페 매출이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책 판매와 숙박인데 손님들이 숙박할 수 있는 방이 한 개 뿐이어서 북스테이 매출은 비중이 크지 않다. 앞으로는 추가로 오두막 등을 지어서 북스테이 비중을 좀 더 늘리고 싶다고 했다. 마음 수련과 인문 강좌를 겸한 ‘터득골 인생학교’도 시작해보고 싶다고 했다.

산 속에 있지만, 카페가 활성화된 데에는 아마도 안주인인 이효남 작가의 역할이 컸을 것이다. 질 좋고 신선한 원두를 이용해 커피 맛을 높였고 직접 구운 스콘과 쿠키, 브런치 메뉴는 입맛을 끌어 당긴다. 카페 주방 쪽 자리에는 그림책을 배치해 엄마와 아이들이 간식을 먹으며 책을 볼 수 있게 했다.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 도통 책을 사지 않는다고들 하는데 어쩌면 그동안 사람들에게 좋은 책을 선별하고 알려줄 공간과 서비스가 없었기 때문에 책을 사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전국에 좋은 책공간을 만들고, 독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책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한다면 사람들이 다시 책으로 돌아올 수도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어 봅니다.”

나무선 대표의 희망이 바로 나의 희망이다. 책 읽는 사회, 읽고 쓰며 자신을 성찰하는 사회, 나를 알고 이웃을 품을 줄 아는 인격과 교양 넘치는 사회, 이것이 우리들의 희망이며 작은 책방이라는 촛불 하나를 켜고 있는 이유인 것이다. 터득골을 돌아 나오는 발걸음에 힘이 실린다. 오래 함께 갔으면, 꿈으로 가득한 이 길!

책방의 내부 모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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