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아파트 ‘탈출’ 점점 더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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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아파트 ‘탈출’ 점점 더 어려워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8.03.29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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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전세가 매매가의 50%수준, 청주사람들 대이동
청주시민들 브랜드·입지 따져, 펜트하우스 희소성 인기
청주시내에 가장 먼저 생긴 아파트는 1991년 신축한 대성동 우성아파트다. 이제 신축아파트에 살고 싶어도 기존 아파트에서 ‘탈출’을 못해 분양권을 포기하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사진=육성준 기자

충북, 아파트가 남아돈다
분양권 매매 메리트 없다

청주에 사는 A씨는 ‘하우스푸어’다. A씨는 세종시에 2014년 3억원대 아파트를 분양받았지만 생활권이 청주인지라 입주를 하지 못하고 전세를 놓았다. 전세 가격은 매매가의 절반 수준인 1억 5000만원이다. 그는 3억원 아파트에 대한 대출 이자를 내면서 청주의 24평 아파트(1억 2000만원 상당)에 산다. A씨는 세종시에 분양받은 아파트가 1억원 가량 올랐고, 더 오를 거란 기대감에 팔지도 못하고 대출이자를 매달 내고 있다.

청주 수곡동에 살던 B씨는 2016년 세종시로 거처를 옮겼다. 세종시 임대 아파트가 1억~2억원 내외밖에 안 돼 차라리 이주를 택했다. B씨는 “당시 청주시내 오래된 아파트가 1억 5000만원 내외였다. 차라리 그 돈을 주고 세종시에 새 아파트를 전세로 사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청주에서 30분밖에 안 걸려 출퇴근 부담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2014년 분양권 시장이 흥행

 

충북의 미분양 아파트 비율이 전국 최고라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도내 지자체 중 청주시내 공급물량은 이미 초과상태다. 하지만 최근 수곡동에 ‘더샵 퍼스트파크’ 모델하우스가 오픈했고 이후 분양이 예고된 곳들이 줄줄이 있다.

아파트 수는 늘어나고 있는데 아파트에 살 인구는 줄고 있다. 청주시 인구는 1월 84만 7809명에서 2월 84만 7498명으로 감소했다. 현재 청주시의 아파트는 18만 1138세대다. 그 가운데 준공 15년 이상 된 아파트는 62.3%인 11만 3010채로 절반이 넘는다. 청주시내 부동산 카페인 ‘청주아파트 정보’에 글을 올린 ‘RedBUII(아이디)’씨는 “기존 아파트를 정리하고 신규 아파트로 갈아타기를 하지만 기존 아파트에 입주할 사람이 있어야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게 받쳐주게 된다. 결국 인구가 늘지 않으면 기존 아파트는 채울 수 없고 결과는 뻔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부동산 관계자들 또한 “청주시는 더 이상 아파트 분양권 매매 메리트가 없다. 간혹 펜트하우스(복층)나 입지조건이 좋은 경우 반짝 거래가 되는 정도다. 펜트하우스는 단지에서 몇 개 밖에 없어 희소성 때문에 인기가 좋다”라고 설명했다.

 

분양권 웃돈 주는 시대 끝나

 

청주시내 아파트 분양권을 웃돈으로 사고 파는 시장이 형성된 것은 2014년 대원건설이 율량지구에 대원칸타빌 시리즈 아파트를 내놓으면서부터다. 승리부동산 이은희 대표는 “청주‧청원 통합으로 기대감이 컸고, 소위 택지개발로 돈을 번 이들도 생겨났다. 분양권 매매가 돈이 된다는 걸 알게 된 사람들이 너도나도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후 2016년부터 분양권 시장은 청주에서 매력을 잃었다. 수요 공급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2년 사이 분양한 아파트 가운데에서도 호불호는 갈렸다. 청주 미소랜드 박윤희 대표는 “청주시민들은 확실히 브랜드를 선호한다. 아이파크, 푸르지오, 자이, 중흥 등이 인기를 끌었다. 입지도 중요하다. 오창 호수 공원 주변 아파트는 대단지 개발이었지만 분양을 마감했다. 또 하나의 특징은 낡은 아파트 주변에 새 아파트가 신축되면 철새처럼 옮겨간다는 것이다. 문제는 기존 아파트 매매가 되지 않아 이사를 못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청주에선 최근 △호미지구의 우미린 △사천동 푸르지오 △방서지구 롯데자이, 증흥 클래스 △가경동 아이파크 1·2단지 등이 그나마 ‘성공’한 아파트”라고 손꼽았다.

청주시내 아파트들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가격이 보통 2000~5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최근 부동산114가 전국의 분양권 대상 아파트 중 시세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215개 단지에 대한 분양가 대비 분양권 시세를 분석한 결과 11.7%인 2만 2578가구(33개 단지)에서 분양권에 프리미엄이 없거나 마이너스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에서 분양권 프리미엄이 가장 높은 곳은 서울로, 평균 2억원의 웃돈이 붙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다음으로는 세종시 아파트 분양권에 평균 8천785만원이 형성된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 분양권에 웃돈이 없거나 마이너스인 단지는 경기도가 8233가구로 가장 많았고 경북(4014가구), 부산(3198가구), 울산(2853가구), 충북(2500가구), 경남(866가구) 등의 순이었다.

이은희 대표는 “지난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대책으로 세종시는 분양권 매매가 전면 금지돼 부동산 업자들이 많이 빠져나왔다. 돈 벌겠다고 달려들었다가 영업 정지 등 위험 부담이 있어서 사업을 접는 사람이 많다. 아이러니하게도 청주시 아파트 시장은 세종시의 전세가가 올라가면 가격이 반등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이대로 가면 청주시의 부동산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모두가 공멸의 길을 가게 된다. 지자체가 적극 개입해 공급량을 조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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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하고 싶어도, 집이 안 팔리네”

20년 넘긴 아파트 빈집 될라

 

청주시내에 가장 먼저 생긴 아파트는 1991년 신축한 대성동 우성아파트다. 뒤이어 탑동현대아파트, 금천현대아파트가 들어섰다.

호미지구 우미린 아파트가 올해 초 입주가 시작되면서 금천동 지역 아파트 가격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우성아파트 앞에서 부동산을 하는 박윤희 미소랜드 대표는 “대성우성아파트는 노인인구가 상대적으로 많다. 탑동현대나 금천현대는 그래도 젊은 인구 비율이 40%정도라 공실이 생길 우려도 있다. 그동안은 새 아파트로 이주하면 기존 아파트가 자연스럽게 채워졌다. 하지만 지금 금천동은 그 법칙이 깨지고 있다. 다른 곳도 그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금천 부영아파트는 32평이 2억 2000~4000만원까지 거래됐으나 최근 4000~6000만원이 빠져 1억 8000만원 선이다. 대성우성아파트, 탑동현대아파트, 경희아파트 등도 2000~3000만원이 떨어졌다.

그러다보니 기존 아파트에서 ‘탈출’을 못해 신축 아파트 분양권을 포기하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 경희아파트에 거주하는 모 씨는 “사람 심리가 같은 지역이라면 대출받더라도 옆에 있는 신축아파트 살고 싶지 않나. 기존아파트 가격은 더 떨어질 거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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