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포레스트’와 ‘스타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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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포레스트’와 ‘스타필드’
  • 충청리뷰
  • 승인 2018.03.3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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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윤 정충북청주경실련 사무처장

얼마 전 임순례 감독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봤다. 최저임금 ‘알바’로 버티며 임용고시를 준비해 왔던 주인공 혜원은 불합격에 좌절하고 사람들에게 지쳐 고향 ‘집’으로 돌아온다. 다행스럽게도 고향엔 친구들이 남아 있다. 다른 사람에게 내 인생을 맡길 수 없다며 대기업을 ‘때려치우고’ 사과농사를 짓는 재하와 늘 서울로 뜨고 싶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읍내 은행에서 일하는 은숙.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이니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트렌드 때문이었을까, 사계절 평화롭고 아름다운 시골 풍경과 삼시세끼 자연 밥상이 주는 대리만족과 힐링 때문이었을까. 20대 청춘들이 자신만의 ‘리틀 포레스트’를 꿈꾸며 서로를 토닥이는 이야기는 설령 비현실적이라고 해도 좋았다.

일본 원작 영화와 마찬가지로, 영화는 주인공의 나레이션으로 시작된다. 이곳이 얼마나 깊은 산골인지 알려주는 듯, 필요한 물건을 사러 ‘슈퍼’에 가려면 자전거로 30분을 달려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동네 구멍가게마저 대기업 편의점이 자리를 차지하고, 유통재벌은 원스톱 쇼핑을 넘어 소비자들이(심지어는 반려견까지 함께!) 하루종일 놀다 갈 수 있는 복합쇼핑몰을 추진중이다.

신세계 ‘스타필드’가 그 중심에 있다. 언론은 앞다퉈 “쇼핑의 신세계 열다”, “신세계 스타필드에서 고객의 시간 빼앗기 성공”이라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동서남북(하남-청라-안성-고양)에 복합쇼핑몰을 짓겠다더니 이젠 경남 창원, 그리고 청주에까지 진출할 움직임이다.

사실 지금까지의 과정을 보면 신세계로서는 안할 이유가 없다. 전국 지자체 단체장들이 ‘어서옵쇼’ 하는 분위기니 말이다. 하남스타필드의 탄생을 들여다보면 비슷한 흐름이 보인다. 인구 23만 명의 하남시에 117,990㎡ 규모의 어마어마한 쇼핑몰이 들어선 것은 MB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 ‘덕분’이었다. 그린벨트로 묶여 개발이 제한되었던 해당 부지는 2010년 ‘외국인 투자 유치’ 명분으로 봉인이 풀렸고, 당시 하남시장은 ‘명품아울렛’을 만들어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며 하남유니온스퀘어 개발 계획을 밝힌다. 이는 멀리 있는 얘기가 아니다. 청주 연초제조창 도시재생사업도, 충북 밀레니엄타운 개발도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명품아울렛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이 사업은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라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초기에 신세계와 공동 투자하기로 한 홍콩계 킹파워그룹은 어떤 이유에선지 사라지고 신세계가 사업주체로 등장한다. 신세계는 미국계 부동산개발·투자업체인 터브먼사와 손잡은 다음, 자체 지분 51%를 계열사인 ‘신세계프라퍼티’에 넘긴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오로지 스타필드를 위해 만든 부동산개발 회사로, 2013년에 설립됐다.

하남스타필드 이후 신세계는 독자적으로 스타필드를 ‘개발’한다. 스타필드 공사를 독점하다시피 한 ‘신세계건설’도 덩달아 매출 1조원을 뛰어넘었다. 투자도 순풍이다. 심지어 고양스타필드엔 온국민의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까지 투자자로 뛰어들었다. 무려 49%의 지분을 갖고 있다.

그뿐인가? 현재 들어섰거나 들어설 예정인 스타필드 입지를 보자. 고양은 삼송택지지구, 청라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안성은 쌍용자동차 출고장 부지, 창원은 옛 육군 39사단, 그리고 청주는 테크노폴리스산업단지이다. 누가 유통재벌 신세계를 불러들였을까? 노른자위 땅들을 누가 헐값에 내줬을까? 전문가들은 복합쇼핑몰 개발의 미학은 ‘부동산 가치 상승’에 있다고 한다. 이미 신세계는 쇼핑몰을 통한 수익이 아니라 부동산으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공공개발이라고, 일자리 창출하는 대기업 유치한다고 해서 삶터를 내준 원주민들은 이런 사실을 알았을까?

‘청주에 제대로 된 공원 하나 없다. 아이들 데리고 놀러 갈 만한 곳이 있나? 기반시설 하나도 없이 계속 아파트만 지어대고 있지 않나?’ 이러한 요구는 신세계 스타필드가 아니라, 6.13 지방선거에 뛰어든 청주시장 후보자들에게 해야 할 말이다. 돈 없는 서민들도 누릴 수 있는 공원을 제대로 만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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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민 2018-03-30 12:35:22
시민단체의 의견을 대표로 한다면 추정이나 가설이 아닌 사실에 입각한 칼럼를 만들지요! 청주에 진짜로 공원이 없고 청주시민이 스타필드를 반대하나요? 반대를 하더라도 좀도 사실적이고 공감있게 써야 호응을 얻을텐데 쯔쯔쯔 너무 감성적이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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