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정책, 정당간 싸움으로 변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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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정책, 정당간 싸움으로 변질
  • 윤호노 기자
  • 승인 2018.04.0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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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충주경제자유구역 재추진’ 시사하자 시민들 ‘혼란스러워’

지방선거를 앞두고 충주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정책들이 쏟아지지만 일부 정책은 당대당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 최근 충주지역에서는 충주경제자유구역 ‘에코폴리스’ 문제가 재점화됐다. 자유한국당 박경국 충북지사 예비후보가 1년 전 마무리된 에코폴리스 사업 문제를 다시 꺼내 들어 여야 공방이 예상된다.

식산은행 복원을 반대하는 기자회견.
식산은행 철거를 주장하는 우건도 예비후보.

충북지사 선거 출마로 민생투어에 나선 박 후보는 최근 충주를 방문해 이시종 지사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실정을 지적했다. 박 후보는 “충주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기대를 모았던 에코폴리스는 삽 한 번 떠보지 못한 채 좌초됐다. 충북도가 포기 선언한 에코폴리스를 결코 방치하지 않겠다.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이미 포기를 선언하고 마무리한 에코폴리스의 재추진을 시사한 것인데 재추진 방향과 방법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선거용 발언으로 보일 수 있는 대목이다. 같은 당인 조길형 충주시장도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조 시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충주경제자유구역은 지역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며 “에코폴리스 지구를 대체할 개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소속 충주시의원과 도의원들 역시 에코폴리스 대체 지정 추진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이들은 “에코폴리스의 실패는 가까스로 성장세로 돌아서게 했던 충주의 주요 성장 엔진을 멈춰버린 것”이라며 “충북도와 이시종 지사는 사업재개를 포함한 경자구역 지구 대체 지정 의견 등 모든 가능성을 조속히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여권…충주시민 달래기

이들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충주시의원들에 대해 “지역 발전을 견인할 충주경자구역 중단 문제에 대해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 어떻게 지방선거에서 염치없이 표를 달라고 할 수 있느냐”고 비난했다. 바른미래당 신용한 후보 역시 에코폴리스 포기에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이시종 지사는 충주에코폴리스를 포기하는 대신 북부산업단지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지사는 올 들어 충주를 방문할 때마다 “에코폴리스 인근 지역 주민숙원사업으로 200억 원을 들여 지방도 개선, 상하수도 설치, 소하천정비 등을 2021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라며 “도는 주민들 요구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또 “충북 시·군 중에서 충주시가 가장 안정적이고 계획적으로 발전을 이어가고 있다”며 “바이오국가산단을 충주와 오송에 유치하기 위해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에코폴리스 무산으로 지역 여론이 악화되자 선거를 앞두고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에코폴리스 무산 뒤 수년 동안 재산권 행사 제한을 받아온 에코폴리스 지구 토지 소유주들은 현재도 불만을 나타내고 있으며, 지난해 충북도청에 몰려가 ‘원안 추진’을 요구하며 반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에코폴리스는 선정 과정에서부터 정치색을 나타냈다. 2010년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한나라당 윤진식 후보가 충주경자구역 지정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당선된 뒤 경자구역유치 TF를 구성해 가동했다. 2010년 도지사에 당선된 이시종 지사와 무관하게 자체적으로 추진한 것. 때문에 2008년 총선, 2014년 지사 선거에서 맞붙은 윤진식-이시종의 정책대결이라는 평이 높았다.

이런 이유 등으로 윤진식 전 의원이 있었던 자유한국당은 에코폴리스 추진, 이시종 지사가 속한 더불어민주당은 다른 대체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여야의 책임 공방에 시간은 흐르고 주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어 선거 및 정파를 떠나 사업 자체를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식산은행도 여야 대립각

옛 조선식산은행 충주지점도 6·13지방선거에서 쟁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충주시장 선거에 나서는 더민주당 소속 예비후보와 출마예정자들이 식산은행 건물 철거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2일 충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연 더민주당 우건도 예비후보는 “식산은행 건물이 과연 가치가 있는지 많은 생각이 든다”며 “해당 건물도 관아공원으로 조성했으면 한다”고 밝혀 철거에 방점을 찍었다. 이어 “시장이 되면 시민 의견을 수렴한 뒤 결정하겠다”며 “현재 상태에서 더는 진행하지 않고 기다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립박물관 고객지원팀장을 지낸 더민주 권혁중 예비후보도 앞선 기자회견에서 “식민지 수탈기관이며 일제의 상징 건물을 복원하는 것은 충주시민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일”이라며 “시장이 되면 이 건물을 철거하겠다”고 강조했다.

예비후보 등록은 하지 않았지만 더민주 충북도당에 공천 신청을 한 한창희 전 충주시장 역시 페이스북에 ‘식산은행 건물 철거 소녀상 건립해야’란 제목의 글에서 “충청도를 수탈하기 위해 충청감영 옆에 세운 식산은행 충주지점 건물을 문화재로 등록하고 22억 2000만원을 들여 복원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자유한국당 소속 조길형 충주시장의 시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공약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조 시장도 지난해 12월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자신도 애초 철거 입장이었음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의견 수렴 및 심의 절차를 밟으면서 이 건물을 보존해 미술관으로 활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편, ‘일제강점기 조선식산은행충주지점 건물복원반대 시민행동’은 더민주 후보들의 식산은행 철거 공약을 지지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는 일제의 침략과 수탈의 상징인 식산은행을 복원하려는 충주시의 문제점을 수차례 지적해 왔다”며 “하지만 어떤 설명이나 대안도 없이 침묵으로 일관한 충주시의 태도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등록문화재 지정 이후 철거와 활용 방안을 놓고 논란을 빚는 옛 조선식산은행이 이번 선거에 유권자 표심 대결로 나타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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