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에게 마지막 선물로 건넨 시집 <풍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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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에게 마지막 선물로 건넨 시집 <풍등>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8.04.10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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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해직교사였던 김시천 씨 별세
김이동 교사가 그린 김시천 시인의 캐리커처.

김시천(본명 영호·캐리커처) 시인이 지난 7일 별세했다. 향년 63세.

고 김시천 시인은 충북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교사로 재직하며 1987년 분단시대 동인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교사운동협의회를 거쳐 전교조 충북지부 회원으로 활동하다가 1989년 해직됐다. 이후 몇 년이 지나 복직했지만 그는 돌연 사표를 던지고 잠적했다. 그렇게 그는 10여년을 지인들에게 연락을 끊은 채 바람처럼 지냈다.

평소 그와 가깝게 지냈던 대학 1년 후배인 김이동‧송영국 교사는 김 시인과 지난해에야 연락이 닿았다. 하지만 이미 암이 온 몸에 깊이 퍼진 상태였다. 김이동‧송영국 교사는 김 시인에게 유작이 된 원고를 넘겨받았다. 김 교사는 “이미 발문부터 목차까지 정리가 돼 있는 원고였다. 지난 1월 <풍등>(도서출판 고두미)시집이 나왔고, 가족을 포함한 5명이 모여 그가 살던 아파트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당시 몸이 반짝 회복됐지만 그 후 일어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김 시인의 빈소는 청주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고인의 유지에 따라 시신이 기증돼 8일 24시간만 영결식이 진행됐다. 그의 마지막 길에는 해직교사 시절 함께 투쟁했던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과 김병우 교육감, 동료 교사 등이 함께 했다.

김시천 시인의 마지막 시집 <풍등>

김 시인의 영정사진은 김이동 교사가 그린 캐리커처로 대신했다. 김 교사는 “장례식도 안하겠다는 것이 고인의 뜻이었지만 딱 하루만 손님을 받았다. 독특한 감성은 있어도 실천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는 특이한 예술가였다”라고 말했다.

송영국 교사는 김 시인이 생전에 시집을 내기 전 보내 온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이 책의 용도는 나 떠날 때 친구들에게 인사를 나누려는 것인데 난 장례식을 안 하니까 정신 멀정할 때 미리 만들어 놓으려고 하는데 내가 잘 못 움직이니까 준비가 어렵네….”

<풍등>시집에는 그의 마지막 이야기가 담겨있다. 초등학교 3학년인 딸을 위한 시도 있다. 송 교사는 “40년 인연을 뭐라 한마디로 말하기가 어렵다. 내밀한 부분까지 알고 지낸 긴 인연이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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