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화재 소방공무원 징계 선거 때문에 유보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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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화재 소방공무원 징계 선거 때문에 유보했나
  • 윤상훈 기자
  • 승인 2018.05.0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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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이슈로 부상 우려한 이시종 지사의 입김 작용 의혹 확산

충북도가 지난해 12월 제천 화재 참사 당시 소방공무원 징계를 유보한 것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소방청 합동조사단은 지난 18일 2차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상민 전 제천소방서장 등 지휘라인의 판단 잘못이 있었다고 거듭 확인했다. 앞서 1월 11일에도 소방 간부 공무원에 부실 대응 책임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2월 21일 화재로 인해 잿더미로 변한 제천 스포츠센터 현장 전경.

도 소방본부도 자체 조사를 거쳐 2월 27일 이 전 서장과 김익수 전 119상황실장, 김종희 제천소방서 지휘조사팀장, 한운희 단양소방서 119구조팀장에 대한 중징계와 제천소방서 119구조대 직원 2명에 대한 경징계를 충북도에 요구한 바 있다.

이를 종합할 때 화재 당시 소방공무원들의 현장 대응에 총체적 부실이 있었다는 사실은 뒤집기 어려웠다. 사법적으로도 이 전 서장과 김 팀장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상태다. 그러나 지난 3월 5일 소집된 충북도징계위원회는 소방공무원 6명에 대한 징계 결정을 1심 판결 이후로 유보했다. 민감한 사안인데다 보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통상 수사기관의 수사개시 통보나 수사결과 통보 직후 징계 수위를 정하는 관례를 감안할 때 1심 판결 이후로 징계 절차를 미룬 도 징계위 조치는 매우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한순간에 소중한 생명을 잃은 유가족들의 반발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유가족 A씨는 “이번 제천 화재참사는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 몬 사실상의 인재”라며 “이미 원인조사 결과를 통해 당시 소방 지휘 체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점이 확인됐음에도 징계를 미루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수차례 지적했음에도 도는 요지부동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문제가 6·13 지방선거 이슈로 부상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 이 지사의 정치적 셈법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소방공무원 징계를 의결할 경우 야당이 최종 책임자인 이 지사를 집중 공격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아직 사건이 검찰에 송치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 이전에 1심 판결이 나오기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이대로라면 당시 현장 소방관들에 대한 징계 처분은 6·13 지방선거 이후에야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지역의 또 다른 정치 관계자는 “이 지사가 소방공무원 징계를 결정하면 당연히 야당에 공세의 빌미를 제공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며 “이번 징계 유보 조치는 선거 후까지 징계를 미루면 야당으로서도 마땅한 공격 카드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아는 이 지사가 던진 노회한 한 수”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야당이 이 지사에게 소방관 징계를 촉구하고 나설 경우 서명운동과 대규모 집회를 통해 소방관 징계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는 의용소방연합회 등의 거센 반발을 살 수밖에 없다. 이 지사 책임론은 당시 현장 소방공무원 징계론과 궤를 같이하고 있어 이 지사를 무작정 몰아붙이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소방관 징계를 유보한 충북도 결정이 선거를 앞둔 이 지사의 꼼수일 수 있다는 시각이 유가족 등에 확산되는 것 자체가 이 지사에게는 정치적 타격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징계 유보 결정은 화재 참사에 책임이 있는 소방공무원을 엄벌하겠다는 소방청 의견에 정면으로 반하는 조치로, 지역 여론은 대체로 수긍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이 지사가 책임 회피에 급급하다는 인상이 지역에 확산되면 3선 도전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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