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공공기관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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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공공기관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외면
  • 윤호노 기자
  • 승인 2018.05.1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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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음성지역, 법 시행 10년 지났으나 법정기준치 ‘외면’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이 우선구매를 의무화한 중증장애인생산품을 외면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 일부 공공기관은 다른 품목에 대한 예산 낭비는 물론 공익성에 반하는 행태를 보여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이 중증장애인생산품 구매를 외면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촉진위원회를 열어 지자체 및 공공기관의 ‘2017년도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실적’을 발표했다. 이 실적을 보면 충주·음성지역 공공기관 중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법정기준치 1%를 넘어서는 곳이 손에 꼽을 정도다. 충주의료원은 203억 8000여만 원의 총 구매액 중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액은 단 한 푼도 없다. 때문에 충주의료원은 총 구매액 100억 원 이상 500억 원 미만 대상기관 144곳 중 141위에 올랐다.

지방공기업인 충주시설관리공단도 26억 4100만 원의 총 구매액 중 우선구매는 한 건도 없어 총 구매액 10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 대상기관 153곳 중 151위에 올랐다. 상황이 이런데도 시설관리공단은 이달 초 2018년 공공기관 연계 중증장애인 신규 일자리 창출사업인 ‘I got everything’ 카페사업에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며 홍보했다.

장애인 고용확대를 위한 일자리 창출 및 일반인과 어울리며 장애인에 대한 인식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는데 장애인 생산품 구매를 외면하면서 나온 것이어서 ‘이율배반’이란 지적이 높다. 음성군 역시 257억 3870만 원의 총 구매액 중 1억 1656만 원을 우선 구매해 우선구매율은 0.45%에 그쳤다. 도교육청 산하 지역교육지원청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충주·음성교육지원청은 법정 기준치 1%를 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보건복지부는 최근 ‘2018년도 중증장애인생산품 총 구매계획 및 우선구매 계획’을 공고했다. 계획에 따르면 충주시는 총 구매계획 448억 33만 625원 중 4억 8003만 307원의 우선 구매계획을 세웠다.

법정비율 지키지 않아도 제재 없어
음성군도 총 구매계획 237억 7387만 원 중 2억 3773만 8700원의 우선 구매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우선구매가 단 한 건도 없었던 충주의료원(224억 1059만 4000원 중 2억 2410만 6000원)과 충주시설관리공단(39억 300만 원 중 3905만 원)도 우선 구매계획을 세웠는데 모두 비율 1.00%에 맞췄다. 교육청도 상황은 같다. 법정 기준치 1.00%에 모두 일률적으로 맞춘 것. 하지만 이전에도 우선 구매계획만 세우고 지키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제대로 지켜질지 미지수다.

그동안 장애인 고용 확대의 노력은 경증장애인 위주로 이뤄져 왔다. 지적장애나 자폐 등 발달장애인과 뇌성마비장애인 등 중증장애인이 직업적으로 재활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방법도 제대로 제시되지 않았다. 중증장애인이 생산한 생산품의 판로 개척 역시 어려움이 많았다. 장애인 생산품에 대한 관심의 저조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그 밑바탕에는 국가기관이나 지자체, 공공기관의 저조한 구매실적이 크게 작용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2008년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특별법’을 제정했다. 국가기관과 지자체, 시·도교육청, 공공기관에서 총 구매액의 1%를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 구매로 의무화한 것.

“지자체·공공기관 관심과 실천 필요”
하지만 법 시행 10년이 지났지만 구매비율은 여전히 저조하다. 법정구매율을 달성하지 않아도 별다른 제재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장애인 생산품에 대한 선입견과 인식 부족도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더욱이 선출직 자치단체장은 선거와 관련된 ‘내 고장 상품 팔아주기’에 큰 비중을 둬 표와 관련이 별로 없는 장애인 생산품 구매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다.

일각에선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제도가 지켜지지 않으면 중증장애인 노동자들의 설자리가 뿌리째 흔들릴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충주장애인연대 관계자는 “시설 장애인 노동자들이 받는 급여가 천차만별인데 지자체와 공공기관, 기업체에서 구매하는 매출에 따라 격차가 벌어진다”며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만든 물품에 대한 선입견을 바꾸는 것과 신뢰를 갖고 생산품을 구매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권익위원회는 올해 공공의료기관 청렴도 측정 결과를 발표했다. 그 중 충주의료원은 7.31점을 받아 4등급을 기록했다. 청렴도 측정에는 리베이트 적발, 의약품·의료기기 구매, 환자 진료, 진료비 청구 등이 포함돼 있다. 충주의료원은 2015년에도 예산 낭비 등 방만 운영으로 감사원 지적을 받았다. 의료 장비와 의료품 구입 과정에서 예산을 낭비한 것인데 수십억 원 어치의 의료품을 구입하면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또 고가의 병원장비를 납품받으면서 실제 가격보다 비싼 가격(계약서 공급가 조작)에 계약을 맺고, 입찰과정에서 특정업체가 유리한 조건을 달기도 했다. 때문에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에는 한 푼의 돈도 쓰지 않으면서 엉뚱한 곳에 예산을 낭비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충주지역 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이는 충주의료원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중요한 것은 최소한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비율이라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라며 “장애인에게 현실적 도움을 주는 정책이 될 수 있도록 지자체와 공공기관들의 보다 많은 관심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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