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는 일본식 우동과 덮밥
상태바
기억에 남는 일본식 우동과 덮밥
  • 충청리뷰
  • 승인 2018.05.10 11: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별한 우동 맛 보고 싶으면 바지락·꽃게 사용

생활교육공동체 ‘공룡’에 오랜만에 손님이 왔다. 공룡이라는 단체를 만들 때 부터 후원해주시던 분인데, 언제나 묵묵히 공룡의 활동가들을 챙겨주시고 응원해 주신다. 공룡이라는 단체를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부분은 활동가들이 회원관리나 후원회원 관리에 지치지 않게 하자는 것이었다. 단체를 운영하기 위한 회비 관리에 저당 잡히지 않는 체계를 고민했다는 것이다.

어묵 우동

그래서 공룡은 작지만 거창하게 활동가네트워크조직으로 불리지 않고 활동가들의 공동체라는 지향을 가지고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단체 운영이 여의치 않아서 많은 분들에게 후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원래 취지대로 후원해 주시는 분들을 관리하는 별도의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는다. 다만 공룡에 방문했을 때 함께 밥 먹으며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이번에도 점심을 함께 먹기로 해서 무엇을 요리할까 고민하다가 선택한 것이 우동과 오야꼬동이다. 이 날은 후원해주시는 분도 있었지만 동네의 여고생들도 함께 식사를 하게 되어서 면요리와 밥요리를 함께 준비하기로 했다.

우동국물 끓이기
우동 담기

제대로된 우동 국물, 손 많이 가
우동은 매우 어려운 요리이다. 물론 일반적으로 일본식 조미간장인 쯔유를 물에 희석만 해도 일반적인 우동육수가 된다. 여기에 맛이 무척 강한 어묵이나 텐카스(튀김 부스러기), 김치 등을 넣으면 소위 분식집에서 파는 일반 우동 맛이 난다. 일종의 고속도로 휴게소 우동이랄까?

하지만 좀 더 진한 우동국물을 먹고 싶으면, 즉 제대로 된 우동을 먹고 싶으면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간다. 우선 우동국물을 만드는 것부터 복잡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선택할 것들이 있다. 일반적으로는 진간장과 물을 넣은 후에 무, 파뿌리, 양파, 건새우, 황태포, 표고버섯, 디포리나 멸치 등을 넣어서 푹 끓인 후에 다시마를 넣고 한 번 더 끓여 준다.

그리고 양파가 너무 무르기 전에 육수재료를 건져내면 진한 기본 우동국물을 얻을 수 있다. 이 육수가 완성되면 이 때부터 각자의 취향대로 혹은 식사를 대접할 사람의 취향에 맞도록 몇 가지 재료를 더 넣으면 자신만의 우동이 완성된다.

내가 가장 많이 하는 방법은 기본 육수가 끓으면 불을 끄고 가쓰오부시를 한 주먹 넣어준 후 조금 있다가 가쓰오부시를 건져내는 식이다. 그럼 우리가 좋아하는 특유의 우동국물이 된다. 하지만 가쓰오부시를 선택하면 장단점이 있다. 특유의 감칠맛이 강하고 실패하지 않을 확률이 높은 만큼 내가 정성들여 만든 다양한 식재료의 맛을 거의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가쓰오부시가 맛이 강하다.

그래서 보통 많은 사람들에게 동시에 식사를 대접할 때는 가쓰오부시를 쓰지만 이번처럼 느긋하게 즐기는 자리이거나 좀 더 특별한 우동을 맛보고 싶으면 가급적 가쓰오부시를 쓰지 않는다. 대신에 바지락이나 꽃게처럼 풍부하면서 깊은 맛을 낼 수 있는 재료들을 사용해서 육수를 

오야꼬동 만들기

마무리 한다.

또한 어묵처럼 맛이 강한 토핑을 사용할 때는 어묵을 육수에 넣어 데우지 말고 다른 끓는 물에 데쳐서 토핑처럼 우동에 올려주어야 국물 맛을 해치지 않는다. 김치우동을 할 때도 김치를 별도로 다른 후라이팬에 볶아서 토핑처럼 올려줘야 한다.

양파와 닭고기로 맛 낸 오야꼬동
이번에 우동이 살짝 부족할까봐 준비한 밥 종류는 오야꼬동이다. 우동에 비해 요리하는 게 쉽고 맛도 좋다. 오야꼬동은 닭고기가 들어간 일본식 계란덮밥이다. 약간 깊은 후라이팬에 양파 두 개 정도를 채 썰어 얹고 그 위에 먹기 좋게 썰어 둔 닭고기를 얹는다. 그리고 뚜껑을 덮어 중불에 익히면 자연스럽게 닭육수와 양파즙이 생기는데 그럴 때 맛 간장을 넣어서 뒤적뒤적 해준 후 한소끔 더 끓여준다.

그 위에 계란 3개 정도를 흰자가 살아 있을 정도로 대충 풀어 붓고, 좀 거칠게 다진 대파를 흩뿌려 준 후에 뚜껑을 덮어 익힌다. 그것을 밥 위에 얹어내면 덮밥이 완성된다. 워낙 쉬운 요리지만 그래도 한 가지 요리 팁이라면 처음 양파와 닭고기를 익힐 때 물을 넣지 않는다는 것이다. 양파와 닭고기 육즙만으로 익혀야 맛있다.

농사일과 영상작업 등으로 지친 공룡 활동가들과 오랜만에 방문한 후원자, 그리고 처음 만난 동네 여고생들과 함께 밥을 먹었다. 여전히 활동가로 살아가기 위해 혹은 단체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그런 삶과 활동들을 초라해지지 않게 만드는 힘은 특별한 프로그램이 아닌 일상에서 이렇게 함께 식사하는 자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