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에 가정은 안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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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에 가정은 안녕한가?
  • 충청리뷰
  • 승인 2018.05.14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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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동 균 신부대한성공회 청주산남교회

해마다 5월이면 ‘가정의 달’이라 해서 가정에 관련된 사건 사고 이야기가 언론과 인터넷 매체를 통해 쏟아져 나온다. 우리의 가정은 안녕한가? 통계수치를 가지고 하는 이야기를 떠나 이제 변화하는 가정의 형편을 이야기하자면 세대간 갈등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전통적으로 가정은 세대의 생산처이고 세대를 양육하고 공존시키는 곳이었다. 그래서 가정에서 세대간의 갈등은 늘 있어왔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가정 내에서의 세대간 갈등은 전체 사회내 세대간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고스란히 세대간 갈등을 직접적으로 겪어내야만 하는 곳이다. 이러한 세대갈등은 여러 가지 가족관계와 맞물려 현대 한국가정의 문제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가정은 자녀, 부부, 부모의 관계가 만들어지는 곳이다. 가정에서 자녀를 기르고 부부가 이혼하기 전까지 함께 살며 부모를 부양한다는 통념은 아직도 대부분의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일이지만 이런 이야기가 더 이상 통념으로 통하지 않은지는 오래되었다. 대부분의 가정은 이러한 통념대로 살아가는 과정에서 여러 실패와 상처를 안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어쩌면 가정이란 통념대로 존재한 가정은 없는지도 모른다.

전통적 세대간 갈등에서 고부간의 갈등이 주를 이루었지만 요즘은 모계부모와 딸의 갈등, 혹은 사위와 장인장모의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또 미혼인 자녀가 부모 혹은 조부모와 일으키는 갈등의 문제, 즉 부모의 자녀양육과정에서 일어나는 세대간 갈등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더구나 입시는 더욱 치열해지고 취업난이 심각해지고, 자녀의 결혼은 더욱 뒤로 미루어지는 경향 때문에 부모가 자녀를 양육하고 함께 사는 기간은 한참 늘어나 있다. 이렇게 부모와 자녀가 함께 살아야 하는 기간이 늘어나는데 두 세대간의 문화적 격차는 더욱 커져가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청년기에 이른 자녀가 대학졸업 이후 독립생활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것은 청년들의 경제활동 편입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러한 세대갈등의 문제는 더 이상 가정 내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다.

가정의 달에 가정의 행복을 이야기 하지만 우리는 더욱 깊은 가정의 어려움을 안고 살고 있다. 어떤 세대에게도 가정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는 문제에 봉착해 있다. 이제 사회가 가정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만들어 내야 한다. 노인문제는 부모의 문제이기도 하고 자신의 문제이기도 하다. 청소년문제는 내 자녀의 문제이기도 하고 부모와 자녀의 문제이기도 하다. 청소년들의 취업문제나 노인들의 돌봄 문제를 가정내에서만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변함없는 것은 사회에서 가정이 안정되지 않으면 사회가 안정될 수 없다는 점이다. 사회적 문제는 이제 가정의 문제를 떠나서 해결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가정의 달은 더 사회적인 캠페인이 되어야 한다. 가정과 일이 하나의 문제로 인식되는 사회, 가정과 사회가 하나의 공동체 과제로 다루어져야 한다.

세대간 갈등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가정을 돌아보면 우리는 다음 세대 양육에 대해 얼마나 책임있는 의식을 가지고 있는가? 가정의 달에 어린이날이 지난 며칠 후 어버이 날을 맞이하게 된다. 이렇게 우리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사이의 모순에서 가정의 문제가 길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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