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행 수학여행보다 시민교육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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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행 수학여행보다 시민교육 중요”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8.05.1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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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단재교육연수원 ‘통일교육 교육과정 개발’을 위한 워크숍
참여자들 “형식적인 교류사업보단 평화‧통일교육 벌여야”중론
지난 9일 충청북도단재교육연수원에서는 ‘통일교육 교육과정 개발’을 위한 의미 있는 워크숍이 열렸다.

최근 광주교육청은 북한으로 수학여행을 떠나겠다고 발표했다. 세종시교육청은 평양의 교원들과 교류하겠다고 선포했다. 이러한 ‘선언적인 발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충청북도단재교육연수원에서는 ‘통일교육 교육과정 개발’을 위한 의미 있는 워크숍이 열렸다. 남과 북에서 화해와 평화의 분위기가 고조되는 이때 충북의 교육은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할 지를 묻는 자리였다.

이번 워크숍을 준비한 김성근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은 “통일이 시대의 화두가 됐지만 아직 남과 북이 풀어야할 문제가 많다. 교류사업을 하는 것도 좋은데 이후 무엇을 남길지 의문이 든다. 수학여행을 가는 것은 좋지만 막상 가면 학생들이 무엇을 느끼고 올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그러려면 역시 서로 다른 집단에 대한 배려와 존중부터 배워야 한다. 민주시민의식교육이 필요한 대목이다”라고 강조헀다.

 

북한의 교육 과정 소개도

 

이날 주제발표를 한 김지수 한국교육개발원 통일교육연구실장은 “통일이 된다고 해서 교육부가 통일교육과정부터 만드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과거 남북의 역사에 대해 학생들이 잘 모르는 부분이 많다. 종전협정, 정전협정의 문구부터 7.4남북공동성명 내용, 6.15선언 등 기본적인 역사의 실체를 알려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분단으로 인해 감춰진 진실이 많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평화 통일 교육은 기존 관점은 서로 다른 차이를 어떻게 화합하느냐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실장은 북한 학제 및 의무교육 제도의 변천사를 소개하고 북한 교육의 변화와 통일 교육의 미래를 전망했다. 북한사회는 1970년대까지는 수재교육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었지만 1984년 수재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평양 제1고등중학교를 수재학교로 지정하는 등 변화를 꾀한다.

1986년엔 전국 도‧직할시에 각 1개교 씩 제1고등중학교 12개를 설립하고, 1999년엔 전국 시‧군‧구역에 각 1개교 씩 제1고등중학교 200여곳을 설립한다. 따라서 중등학교 경우 일반중학교, 시군구역 제1중학교, 도 제1중학교, 평양 제1중학교로 서열화됐다는 설명이다. ‘고난의 행군기’ 이후 학교의 시설 복구 작업도 차별적으로 이뤄졌다.

김 실장은 자료를 통해 “북한에서는 지금 교육과정 및 교과 경연대회를 별도로 진행하고 진학 입시경쟁도 일어난다. 비공식적 사교육도 확대되는 추세”라고 전했다.

 

디지털 세대 위한 교육 필요

 

이날 발제를 맡은 정용민 서울월계고등학교 교사는 “평화시민을 위한 통일교육의 우선 과제는 시민성 교육이다. 민주적 시민성 함양을 위한 민주시민 교육이 중요하다. 평화교육과 평화시민교육, 평화시민성 교육이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진행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 교사는 민주시민, 세계시민, 통일시민을 강조했다. 임춘희 서울 장승중학교 교사는 감성이 있는 통일 교육을 제안했다. 베를린 유학시절 독일 통일의 현장에 있었던 그는 “인터넷 문화의 확산으로 디지털 시대 학생들의 통일교육은 새로운 형태로 진행돼야 한다. 교과 중심의 통일교육이 아닌 학생들 스스로 참여하는 활동중심의 교육이 필요하다. 학교 행사와 연계한 창의적인 활동들이 이뤄줘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학교 축제 때 발표회를 갖거나 학교 내 통일 관련 동아리를 활용한 이벤트를 진행해 볼 수 있다는 것. 임 교사는 “각 학교 행사 및 교과과정과 연계한 통일교육을 현장에서 진행할 여지는 충분하다. 통일교육 뿐만 아니라 평화교육, 인권교육과 연계해 영역을 넓혀가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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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성의 회복, 미래세대의 자산이 될 것”

인터뷰/ 김성근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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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사진)은 통일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다. 1990년대 통일을 생각하는 전국 교사모임의 회장을 맡기도 했다. 이후 평화교육연구회를 결성해 전쟁의 상흔이 있는 전세계 구석구석을 돌며 대안을 모색했다.

그런 만큼 통일교육에 대해 할 말이 많다. 단재교육연수원장의 자리 또한 통일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단재 신채호는 남과 북이 함께 선양사업을 해야 할 중요인물 1순위에 꼽힌다. 단재연수원에서는 연 2회 세미나 및 학생들과 함께 단재가 중국에서 활동했던 거취를 따라가는 ‘단재로드’프로그램을 벌이고 있다.

김 원장은 “전국의 지자체, 교육청, 단체들이 무슨 경쟁하듯이 통일관련 의제를 던진다. 충북도교육청은 아직까지 아무런 내용도 내놓지 않았는데, 그게 잘하는 것이라고 본다. 지금 무슨교류하겠다고 선전포고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내면으로 들어가보자. 서로 다른 집단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배우지 않는다면 더 큰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남과 북의 민간교류가 진행된다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다. 반면 그간 오랫동안 떨어져있었기 때문에 문화적인 차이와 다름에서 오는 갈등도 불거질 것이다. 이러한 갈등을 줄이고 공동체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다시 말하지만 민주시민 교육이 중요하다. 이러한 준비를 차근차근 해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과거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올림픽에 참여하기 위해 끊었던 열차 티켓을 보여줬다. 당시 손기정 선수는 부산에서 동경, 동경에서 하얼빈을 경유해 베를린에 도착했다. 그는 “분단으로 남한은 섬나라가 됐다. 통일의 화두 중 하나는 대륙성의 회복이다. 대륙성의 회복은 미래세대들에게 큰 자산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국 진보진영의 교육감 후보들은 통일대비 관련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김병우 예비후보 또한 “통일을 대비한 평화교육, 통일교육이 진행돼야 한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한 로드맵 또한 공약으로 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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