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도 안 통하는 깐깐한 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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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도 안 통하는 깐깐한 복지부
  • 윤상훈 기자
  • 승인 2018.05.17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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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화재참사 의인 재조사 등 고압적 태도 논란

지난해 12월 21일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당시 목욕탕에서 탈출하던 여성 15명을 맨손으로 구해낸 의인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석연찮은 이유로 보상 조치를 미뤄 당사자 가족이 반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깐깐한 복지행정에 애먼 시민들이 상처를 입고 있다. 사진은 제천스포츠센터 화재참사 현장.

화재 참사 당시 4층 헬스클럽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운동을 하던 이재혁 군(17)은 건물을 빠져나오다 2층 계단에서 불길이 치솟아 더 내려가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여성 15명을 발견했다. 이 군은 연기가 치솟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고 계단 창문틀을 뜯어내 이들을 무사히 건물 밖으로 대피시켰다. 이 과정에서 연기를 들이마신 이 군과 이 군의 할아버지는 병원 입원 치료까지 받았다.

이 같은 선행이 알려지자 충북도교육청과 제천시, 학교 측은 선행 학생상, 자랑스러운 청소년상, 학교장 특별상을 앞다퉈 수여했다. 그러나 이후 보건복지부는 ‘이 군의 선행이 알려진 사실과 다를 수 있다’며 재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지역사회에서는 복지부의 상식 밖 처사를 성토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 군 할아버지 상화 씨(72)는 “보건복지부에서 조사를 나와 구출된 여성 등을 상대로 당시 상황을 물었는데, 그 중 70대 한 여성이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 채 ‘하나님이 도와줘 사뿐히 내렸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고 한다”며 “복지부 조사 공무원은 이 같은 답변을 근거로 당시 손자가 실제 구출을 한 것인지 확실치 않다며 우리에게 다른 입증방법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복지부 조사원은 ‘사람을 구해줬으면 소방서나 경찰서에 가서 신고를 해야 한다’는 상식 밖의 얘기도 했다”며 “1.5m 높이의 벽을 타넘지 못해 발을 구르는 여성들을 목숨 걸고 구해 도교육청 등도 모두 의인으로 인정했음에도 사건 당시 경황이 없어 기억이 불분명한 여성 한 명의 진술을 이유로 손자에게 입증을 요구하는 복지부의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이 군 가족은 현재 충북도를 거쳐 사실을 입증할 서류를 복지부에 추가로 제출하는 등 재심을 신청한 상태다.

그런가 하면 다자녀 여성이 아이돌봄 도우미를 신청했다가 복지부의 이해하기 어려운 기준으로 탈락한 황당한 사례도 있었다. 제천시에 거주하며 4명의 아이를 둔 여교사 A씨는 복지부 신청 기준에 따라 한 명이던 아이돌봄 도우미를 추가로 신청했다. 그런데 복지부는 A씨의 외조모가 친정어머니와 함께 거주한다는 이유로 추가 도우미 제공을 거부했다.

A씨는 “먼저 제천시에 확인했더니 담당자는 도우미를 더 지원받을 자격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도 도우미가 제공되지 않았다. 시에 확인했더니 복지부가 아이들에게 외증조모가 있다는 이유로 도우미 추가 수급 자격이 안된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내려 지원이 어렵다는 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A씨는 “80세가 넘어 본인 몸 가누기조차 어려운 증조모가 아이 돌보미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며 혀를 찼다.

노환으로 장기요양병원에 입원한 기초생활수급 대상 할머니가 매달 제공되던 지원금을 한 푼도 제공받지 못한 경우도 있다. 제천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기초생활수급자 B할머니는 그동안 20만원 가량의 급여를 수급해 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매달 지급되던 급여가 끊기자 이상하게 여긴 가족들이 급여 중단 이유를 시에 물었다. 돌아온 답변은 “그동안 바뀐 수급 기준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급여가 더 많이 지급됐다. 그래서 지급되던 급여를 소급해 환수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할머니 가족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손녀 C씨는 “전에 20만원 정도를 받았다. 그러나 장기요양병원에 입원한 이후 하루 5000원이던 간병비가 1만 원으로 올라 매달 병원에 지급하는 돈이 36~38만원에 이른다”며 “기존에 주던 돈을 절반만 주더니, 이제는 아예 한 푼도 주지 않는 것은 지나친 행정편의주의가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개별 사안마다 담당 부서가 달라 구체적으로 답변하기는 어렵지만, 관련 법규나 절차에 따라 그런 조치가 내려졌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의신청 등 다양한 구제 방안이 있는 만큼 담당 부서와 상의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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