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교육청, 용역결과 나왔어도 뒷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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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교육청, 용역결과 나왔어도 뒷짐만
  • 윤호노 기자
  • 승인 2018.05.17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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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지역 고교평준화, 교원·학부모·학생 찬성 여론 높아

고등학교 평준화 문제가 다시 충주지역 현안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충북도교육청이 ‘충주지역 고교 평준화 필요성에 관한 연구용역’을 발주해 긍정적 반응이 나왔지만 평준화 문제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 실행방안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고교평준화시민연대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고교평준화를 요구했다.

고등학교 평준화 정책은 1974년 서울과 부산에서 시행되기 시작해 전국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1990년 교육감이 지역실정에 맞게 결정할 수 있게 된 후부터 평준화를 해제하는 지역이 늘고 있다.

현재 비평준화지역인 충주에서는 고등학교 간 서열로 학교간의 교육격차가 심각하고, 중학생의 고입 진학과 고등학교의 대입진학 과정에서 문제를 겪고 있다. 이에 충주고교평준화시민연대는 최근 충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주고교평준화로 평등교육을 만들어내자”고 주장했다.

시민연대는 “충주는 교육시설과 인구가 밀집된 시내권역과 기타 13개의 읍·면 권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시내권역과 읍·면 권역 간 교육 격차가 크고 고등학교 간 서열이 오랜 시간에 걸쳐 고착화 돼있다”며 “과열화된 고입경쟁, 정상적인 학교 교육과정 운영의 어려움,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은 대표적인 충주 고교 비평준화의 부작용”이라고 역설했다.

이들은 “고교평준화는 학교쏠림 현상으로 인한 서열화 문제 및 입시 스트레스 해소, 대입제도에 대한 불리한 여건 개선 등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도교육청은 충주시 고교평준화 실현을 위한 조례와 교육규칙 등 관련 법령을 개정하고 충주지역의 고교평준화를 즉각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과거 명문고 수시 전형 적응 못해
충북도교육청은 2016년까지 충주를 평준화지역으로 확대할 것인지 결정하지 못하다가 지난해 ‘충주지역 고교 평준화 필요성에 대한 연구용역’을 충북대학교와 한국지방교육연구소에 발주했다.

그리고 최근 타당성 결과가 나왔다. 결과는 충주고교평준화시민연대 주장과 비슷하다. 평준화에 대해 ‘긍정적’ 반응이 나온 것. 현행 고교 비평준화 입시제도에 대한 만족도를 알아본 결과 대상별 기준 63.1%가 만족하지 않고, 36.9%가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교원의 68.6%, 학부모의 66.0%, 학생의 57.6%가 현행 고교 비평준화 입시제도에 만족하지 않다고 답변했다. 또 문제 수준을 알아본 결과 전체 응답자의 73.4%, 교원의 79.2%, 학부모 77.4%, 학생 66.9%가 문제가 있다고 인식했다.

아울러 충주시 일반고등학교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점 3가지를 학교 서열화(20.9%), 대학 진학률(19.5%), 충북 내 다른 지역의 고등학교보다 낮은 학교교육력(14.8%)을 들었다.
실제 충주지역은 학교 서열화만 높았지 명문대학교 진학률을 보면 일반고교가 당면한 문제점이 드러난다. 2018 서울대 등록자 배출고교 중 충북지역에서는 24개교가 52명(수시 40명+정시 12명, 이하 외고·검정고시 제외)의 실적을 냈다.

충북지역 1위는 세광고다. 세광고는 8명(수시4명+정시4명)의 등록자를 배출해 내 전국 순위 82위, 충북지역 1위에 올랐다. 2위는 청원고로 7명(수시5명+정시2명), 공동 4위는 등록자 3명을 배출한 운호고와 상당고다. 2명을 배출한 고교는 충주 중산고와 충주여고, 충북과고 등이며, 1980~1990년대 서울대 20~30명을 배출한 충주고는 1명만 배출했다.

고교별 서울대 합격자수 및 등록자수 조사는 고입체제 개편 이후 학교별 경쟁력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잣대로 의미가 있다. 더욱이 수시는 고교 경쟁력을 알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된다.
충주 중산고는 중학교 성적 중상위권에 속한 학생들이 진학한다. 2018학년도 입시에서 서울대 2명, 고려대 4명, 연세대 4명, 한양대·중앙대 각 4명, 경희대 10명, 이화여대 2명, 성균관대·서울시립대 각 1명, 일본 APU 2명, 경희대 한의대 1명, 충북대 의대 1명, 해군사관학교 1명, 뉴욕주립대 1명, GIST(광주과학기술원)·UNIST(울산과학기술원) 각 1명 등이 합격했다.

이 같은 현상은 2017학년도, 2016년도 대학입시 때도 비슷했다. 따라서 현행 고교 비평준화 입시 제도를 평준화로 전환시키는 문제에 전체 76.2%, 교원 77.1%, 학부모 77.2%, 학생 74.9%가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물론 반대 여론도 있다. 학력의 하향평준화, 학교 선택권 제한, 학교의 자율성 제한, 학군 간 교육여건 불평등 등으로 반대하고 있다.

충북도교육청 “당장 급하지 않아”
그러나 신입생의 입학성적이 두드러지게 높은 충주고와 충주여고의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입시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것에 비해 수시 합격률이 매우 낮다. 이는 현 대학 정책에 부합하지 못한 대학 입시 전략 때문인 것으로 예측된다. 그래서 학군 설정과 학생 선발 및 배정방법, 단기적인 평준화 예외지역 설정 등을 통해 평준화 정책을 실현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교육당국은 명확한 태도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타당성 용역 결과는 평준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나왔지만 실현여부는 더 있어봐야 할 것 같다”며 “당장 급한 것은 아닌 것 같고 중장기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답변했다.

한편, 청주의 평준화 제도 도입은 성적 상위권 학생들의 특정학교 쏠림 현상을 막고 정시모집보다 수시모집 비중이 커지는 대입제도에 탄력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실시됐다.

청주시는 평준화 제도 전환 이후 제도 변화가 계속됐다. 최근 남녀별로 합격생들의 중학교 내신성적을 1군(상위 10%), 2군(중상위 40%), 3군(중하위 30%), 4군(하위 10%)으로 나눠 성적군별로 지망학교를 반영한 뒤 컴퓨터로 추첨하는 ‘평준화고교 성적군별 배정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학생 배정방식은 평준화 제도 도입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논란이 돼 오고 있어 충주가 평준화를 도입할 경우 세부적인 보완마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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