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 없으면 줄서지 마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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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 없으면 줄서지 마시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8.05.23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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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위원들이 결정하는 더민주당 비례대표, 밀실공천 우려
“친해서 뽑고, 아는 사람이라 뽑고” 등 소문…공천방식 바꿔야
비례대표제는 의회에 진출하기 어려운 여성, 장애인, 노인, 청년 등에게 문호를 개방한 것이나 선출방식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없음

누구 ‘빽’이 더 센가 내기해보자? 이는 최근 있었던 각 정당의 비례대표 공천에 대해 비아냥 거리는 소리다. 뚜껑을 열고 보니 계파싸움에서 이긴 사람은 공천을 받고, 패한 사람은 떨어지는 결과가 나왔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그 만큼 비례대표 선정이 탈도 많고 말도 많았다는 얘기다.

비례대표는 각 정당별로 득표한 비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선거제도이다. 유권자들은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 때 정당투표를 따로 한다. 비례대표제는 의회에 진출하기 어려운 여성, 장애인, 노인, 청년 등에게 문호를 개방해 이들이 정치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데 의미가 있다. 이 때문에 당선권 안에서 공천을 받는 사람들은 그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게 유권자들의 말이다.

여성계는 오래전부터 여성의 정치권 진입을 위해 비례대표 1, 2번을 할당할 것을 요구해왔다. 여러 정당이 여성에게 앞 번호를 주는 것은 여성운동의 산물이지 저절로 된 게 아니다. 현재 정당들은 1, 3번을 여성, 2번은 남성에게 주고 있다. 하지만 이제 어떤 방식으로 공천을 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로 대두됐다.

 

여실히 드러난 계파
 

각 정당은 최근 광역과 기초의회 비례대표 후보들을 공천했다. 시간이 갈수록 비례대표 경쟁률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정당 지지도가 높은 더민주당은 후보들이 줄을 서 그 결과에 관심이 집중됐다. 더민주당 당헌에 따르면 비례대표 시·도의원선거 후보자 추천은 시·도당 비례대표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해 심사하고, 상무위원회의 순위선정을 거쳐 최고위원회의 의결 및 당무위원회의 인준으로 확정된다. 그러나 최고위원회는 시·도당 상무위원회가 의결한 것을 수정의결 할 수 없도록 돼있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비례대표 순위 결정은 상무위원들의 손에 달려있다. 충북도당 상무위원은 총 43명. 당헌에 의하면 도당위원장, 지역구 국회의원, 각종 상설위 위원장, 지역위원장, 당 소속 지자체장, 당 소속 광역의원 및 시·군의회의장단, 시·도당위원장이 지명하는 5명 이하의 위원 등이 도당 상무위원들이다. 이들이 광역의원 비례 순위를 결정했다. 시·군 비례대표 후보 순위를 결정하는 시·군 상무위원은 따로 있다.

도내 여성계 인사 모 씨는 “비례대표제를 만들어 소외된 계층들의 의회 진출 길을 튼 것은 선배 여성운동가들 덕이다. 그나마 이를 통해 여성들이 의회에 들어갔다. 그렇지 않았으면 국회나 지방의회는 남성들의 독무대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비례대표 후보 공천권은 정당이 갖고 있다. 지방의원은 주민과 지역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인데 어떻게 정당에서 비공개적으로 밀실공천을 할 수 있느냐”고 분개했다.

정치인 모 씨도 “유권자들도 모르게 결정되는 비례대표 공천 방식은 바꿔야 한다. 상무위원들끼리 앉아 투표하고 나니 항상 뒷말들이 나오는 것 아닌가. 유권자들이 참여하는 공개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바꾸자”고 주장했다. 실제 비례대표 예비후보들은 이번에 상무위원들 만나러 충북도내를 몇 바퀴 돌았다는 얘기들이 떠다니고 있다. 그런가하면 모 예비후보는 변재일 위원장이 밀고, 모 예비후보는 오제세 의원이 도와줬다는 등 소문이 파다하다.

 

비례대표 선정기준은 무엇?
 

형식적으로 비례대표 선정기준은 있으나 그 기준대로 뽑았는지는 미지수다. 예비후보들은 서류와 면접심사를 받은 뒤 5분간 정견발표를 했다. 이들 중 일부는 상무위원들간에 계파가 형성돼 있어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겨우 40여명에 불과한 상무위원들이 광역 비례대표를 선정하는 것 자체가 정실에 치우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정치인인 상무위원들은 이런 기회를 통해 자기 사람을 심거나 후보들을 줄 세워 자신의 선거 때 활용한다는 얘기도 있다. 이번에 도와줄테니 다음 선거 때 보자는 식이 통용된다는 게 여러 사람들 말이다. 모 씨는 “비례대표 의원은 그 당의 얼굴이다. 의정활동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체성이 확실한 것도 아닌 사람을 뽑아 종종 문제가 되는 것을 보았다. 어떤 사람은 비례대표 의원을 하고 나간 뒤 탈당해서 다른 당으로 출마하여 자신이 몸 담았던 당을 비판하더라. 비례대표 선정 기준이 무엇인지 의아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당 관계자는 “지역구 후보는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고, 비례대표 후보는 정당의 대표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정당에서 비례대표 후보를 뽑는 것이다. 다만 더 많은 당원들과 국민들이 참여해 투표하는 방안을 고민해 볼 필요는 있을 것”이라고 짧게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공천관리위원회에서 비례대표 후보도 공천했다. 이 위원회에는 박덕흠 위원장, 최현호 청주 서원당협위원장과 외부인사 7명이 참여했다. 자유한국당 비례대표 후보 공천에도 누가 누구를 밀었다는 식의 얘기들이 돌고 있다.

한편 정의당은 청주시 비례대표 후보로 확정된 A씨로 인해 홍역을 치렀다. 충북여성연대와 충북직지장애인자립생활센터, 충북젠더폭력방지협의회는 지난 17일 청주시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씨는 비례대표 후보를 사퇴하고 피해자 B씨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에 의하면 A씨는 장애인 여성 B씨를 성폭행하고 결혼한 뒤 성적·경제적 폭력을 자행했으며 2015년에는 장애인단체 운영을 이유로 돈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B씨는 현재 A씨와 이혼한 상태다. A씨는 이후 후보직을 사퇴했으나 이 날 나온 얘기는 사실과 다르다며 B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여러 정당이 여성에게 앞 번호 주는 것은 여성운동의 산물

비례대표 공천 기준 있으나 공정하게 이뤄지는지 미지수

더민주당 상무위원 40여명이 광역 비례대표 순위 결정

밀실공천 벗어나 공개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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