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이렇게 관리해서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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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이렇게 관리해서 되겠나
  • 윤호노 기자
  • 승인 2018.05.2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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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음성 신고 받고도 방치, 주민들 원성 커

충주시와 음성군이 지역 내 보호수 및 나무 관리에 허술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나무를 보호해야 할 자치단체가 관리소홀을 넘어 수난을 주자 주민 반발이 커지고 있다.

나무가 벌어진 채 방치된 음성군 대소면의 보호수 느티나무

음성군 대소면 성본리에 있는 460여 년 된 보호수 느티나무가 고사 위기에 처했다. 이 나무는 군이 1982년 11월 보호수로 지정한 느티나무이며 키가 23m, 둘레가 650㎝나 된다. 나무에 이상조짐이 발견된 건 지난해 9월이다. 주민들은 나무가 벌어지기 시작하자 같은 해 11월 신고했다. 이후 올 3월 마을이장과 주민들이 군청을 방문해 관리를 요청했다. 하지만 음성군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고 이달 들어 이 나무의 주 가지가 잘려져 나가 흉물처럼 변하자 주민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주민 A씨는 “지난해 금이 간 것을 보고 신고했는데 군이 신고를 받고도 방치했다. 이 나무는 마을 주민들에게 특별하다. 어린 시절부터 보고 자라 남다른 애착이 있다”며 “매년 음력 정월대보름에 느티나무 앞에서 마을안녕 기원제를 지낸다. 보호수로 지정만 하면 뭐하냐. 관리를 제대로 해야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군은 행정적인 절차와 민원 때문에 늦어졌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신고한 시점인 작년 11월은 보수 외과수술이 모두 끝나 예산이 없었다. 바로 손을 대고 싶어도 행정적인 절차가 있다”며 “게다가 정비작업을 위해 지주대를 설치하려고 했는데 그 곳에 특정 토지 소유자가 있어 지연됐다”고 해명했다.

‘피겨 퀸’ 김연아의 스케이팅 모습을 닮은 월악산국립공원의 이른바 ‘연아 소나무’도 고사 위기에 처했다. 등산객들에 따르면 하늘재 탐방로에 있는 ‘연아 소나무’는 일부 가지가 말라 죽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나무는 스케이트 부츠를 머리 위까지 끌어올린 상태에서 회전하는 ‘비엘만 시핀’ 자세를 닮았다고 해서 ‘연아 소나무’로 불린다. 문제는 하늘을 향해 우아하게 뻗은 다리에 해당하는 가지에서 고사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이 가지는 제일 윗부분에서 1m 가량이 썩어 잘려 나갔고, 나머지 부분의 절반에서 껍질이 말라 벗겨지면서 변색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3~4년 전에도 나타났다. 고사가 더 진행되면 ‘비엘만 스핀’ 자세를 유지할 수 없어 ‘연아 소나무’란 이름도 무색해 질 것으로 보인다.

환경단체 “자치단체 나무 함부로 베”
충주시는 지난달 식목행사를 한다며 멀쩡한 나무를 잘라내 비난 받았다. 문화동 산 2 일원 약 1.5ha에 심어진 낙엽송 124그루, 리기다 5주, 기타 활엽주 1071 등 모두 1201그루를 벌목했다. 식목일기념 식수를 하고, 나아가 시민 꽃공원을 조성한다는 이유에서다.

시는 당시 식목일 행사와 공원조성을 위해 6200만 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나무 값만 3200만 원이고 나머지는 기타 경비다. 시는 미리 선정한 시민 50명에게는 기념식수로 지름 6㎝, 높이 2㎝의 벚나무 한 주, 행사당일 참석한 시민에게는 매실·헛개·아로니아 나무 3종 각 한 주씩을 나눠줬다.

고사 위기에 처한 월악산국립공원의 ‘연아 소나무’

때문에 행사를 위해 1200그루의 나무가 잘려 나가자 시민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주민 이영복(62·충주시 문화동) 씨는 “처음에는 나무가 베어나갔는지 몰랐지만 나중에 알게 됐다. 행사를 위해 오래된 나무를 자르고 다시 어린 나무를 심는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 “공원조성이 목적이라면 기존 나무를 활용하면 되지 않느냐. 자연을 보호하지 않는 시의 행정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시유지다. 단월정수장에서 공급되는 수돗물을 보관하는 사직배수지가 위치해 시민들의 접근이 통제돼 왔다”며 “공원조성을 위해 부득이하게 벌목을 했다”고 답변했다.

시는 지난해 말에도 심은 지 50년이 다 돼 가는 가로수 수십 그루를 안전을 이유로 베어내 시민들의 원성을 샀다. 당시 시는 도로안전에 위협을 준다며 도심으로 들어오는 관문인 중원대로 충주IC 입구에서 황산마을 입구까지 500m 구간에 위치한 플라타너스 나무를 잘라냈다.
더욱이 벌목된 나무는 한 그루당 수백만 원의 가치가 있어 매각했다면 수억 원에 해당됐지만 ‘위험물’로 지정해 벌목업자가 임의로 처리했다. 시는 플라타너스를 벤 자리에 예산 수천만 원을 들여 은행나무를 심는다.

시는 또 산척면에 도로 조성을 위해 메타세콰이어 40그루 중 23그루를 절단했다. 더욱이 이 도로는 ‘감자꽃 시인’ 권태응 생가 터에 개설되는 만큼 환경단체의 반발을 샀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자치단체들이 나무 관리를 제대로 못한다. 한 그루의 나무가 크기까지 많은 세월이 필요한데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며 “특히 나무를 함부로 베는 행태는 더 이상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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