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호박 활용하면 이런 요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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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박 활용하면 이런 요리가
  • 충청리뷰
  • 승인 2018.05.28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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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해물볶음을 단맛이 강한 호박과 함께 먹는 맛 일품

대전에서 활동하시는 민양운 선생님이 바질모종이 필요하시다며 놀러 오셨다. 민 선생님은 대전 중촌동의 마을활동가로 마을부엌을 운영하신다. 지역 활동가들과 마을주민들 그리고 마을 청년들이 함께 식사하는 마을밥상 살림꾼이시다. 공룡이 청주시 사직동이라는 마을에서 터전을 잡을 때부터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지내다 보니 친구사이가 되었다. 오랜 시간 대전 여성민우회 활동 등 지역 여성운동진영에서 활동을 해오시고 최근에는 중촌동 마을 활동의 다양한 영역에서 소중한 지역 일꾼으로 활동하신다.

나는 공룡에 놀러오는 다른 친구들보다 좀 더 긴장되기도 하고 더 많은 즐거움을 얻기도 하는데, 역시나 이유는 요리다. 민 선생님은 제철 채소들과 건강한 식재료들을 주로 사용하시며 건강밥상에 관심이 많으시고, 그만큼 특유의 요리세계가 확고하신 분이다. 함께 식사하는 것인 만큼 건강 또한 함께 지켜나가야 할 중요한 공동체의 가치라고 강조하신달까 ?

단호박 매운 해물찜

물론 나도 건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함께하는 즐거움에 좀 더 방점을 찍는다. 소박하지만 건강한 먹거리가 민 선생님의 특징이라면 재미나고 다채롭고자 하는 게 나의 스타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여하튼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무엇을 해드릴까 고민하다가 생각한 게 단호박이다. 단호박은 맛도 가격도 한결같은 재료다. 비싸지 않은 식재료임에도 불구하고 자주 이용되지 않는 이유도 맛이 워낙 한결같기 때문이랄까? 그 특유의 단맛은 쉽게 변용하기 어려운 재료라서 쪄 먹거나 튀겨먹는 정도로 이용되는 게 보통이라서 그런지 식탁에 자주 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그만큼 이 강한 단맛을 이용하면 오히려 실패 확률이 적은 요리를 만들 수 있는데 그 대표적인 요리가 찜이다.

단호박 속을 파낸다.

다양한 단호박 요리들
단호박찜에서 단호박은 일종의 그릇으로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우선 내가 자주 해먹는 단호박 매운해물찜은 프라이팬에 오징어 등등의 해물을 양파, 느타리버섯 등과 섞어서 조금 맵고 짜게 볶아준다. 이 자체로 먹을 때는 단맛도 첨가하지만 단호박찜용일 때는 가급적 단맛을 자제해야 한다. 그렇게 볶아낸 해물을 속을 파낸 단호박 안에 채워준 후에 단호박을 쪄내면 끝이다. 매운 해물볶음을 단맛이 강한 호박과 함께 먹는 맛이 일품인데, 심지어 보기에도 무척 근사한 요리라서 손님접대할 때 좋다. 가성비도 좋고 요리법도 쉽고.

해물, 양파, 느타리버섯 등 조금 맵고 짜게 볶아준다.

두 번째로 준비한 건 같은 단호박 요리지만 근사한 이탈리아 요리랄까? 돌체 주카다. 어디에선 주카 돌체라고도 한다는데 큰 차이는 없다. 한마디로 하면 단호박 크림파스타이다. 이 요리를 만드는 데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원래는 단호박의 일부 조각을 삶아서 그 속살만 으깨어 준비한 후에 크림파스타를 한다. 크림파스타가 거의 완성될 때 쯤 미리 준비한 으깬 단호박을 넣어준다. 이렇게 노란 색의 단호박 맛 크림파스타를 다시 속을 파낸 단호박에 넣어서 오븐에 구워내면 돌체 주카가 된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호불호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단호박 맛이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나는 크림파스타 자체는 치즈맛을 강하게 준비하고 그것을 단호박에 넣어서 쪄내는 편이다. 이렇게 치즈가 듬뿍 들어간 돌체 주카를 만들면 두 가지 맛을 다 즐길 수 있다. 즉, 단호박 살과 같이 먹으면 돌체 주카, 안의 크림파스타만 먹으면 그야말로 진한 치즈크림파스타.

오이피클 대신 노각 무침
여기에 한국식으로 피클대신 준비한 게 노각 무침이다. 노각무침은 일종의 오이무침이지만 노각을 굵은 소금에 5분정도 절여준 후에 꾹 짜주면 전혀 다른 식감의 오이무침이 된다. 여기서 포인트는 절인 늙은 오이를 짜는데 있다. 물기가 거의 나오지 않을 정도로 짜주면 식감이 쫄깃한 맛있는 반찬이 된다.

이렇게 세 가지 요리를 민 선생님과 나누어 먹으며 시시콜콜한 일상의 운동을 이야기했다. 거대한 이데올로기가 존재하지 않는 대신에 모든 것들에서 날카로움과 진정성을 가져야 하는 마을활동가의 삶은 어쩌면 단호박 같은 맛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했다.

볶아낸 해물을 단호박 안에 채운 후 쪄내면 끝.

한결같은 맛이라서 좋기도 하고 혹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무언가를 그 안에 담으면 전혀 다른 관계들이 생기고, 그런 관계들이 쌓일수록 빛나는 일상을 경험하게 만들어 주는 활동들이 마을 활동이라는 생각을 한다.

단호박 크림파스타

그렇게 소소하고 익숙해서 이런 것들이 활동이라고 불릴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반대로 그러한 일상들을 놀라운 관계들로 엮이게 만들어서 삶의 공간 자체를 새로운 방식으로 재구성할 수 있게 만드는 활동이 마을활동이라고 믿고 지내고 있기도 하다. 여하튼 오랜만의 단호박 요리처럼 빛나고 즐거운 점심식사 시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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