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비법은 없다. 습관이다
상태바
공부의 비법은 없다. 습관이다
  • 충청리뷰
  • 승인 2018.06.07 10: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625명의 공부습관을 기록한 정경오의 <행여 공부를 하려거든>

심진규
진천 옥동초 교사·동화작가

자기계발서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공부에 관한 책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나또한 동화를 쓰는 사람이기 이전에 학교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는 선생이다 보니 학부모나 주변의 아는 사람들에게 아이들이 공부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나는 선생이지 공부 컨설턴트가 아니기에 뭐라 딱히 답을 해주지 못했다. 다만 ‘아이가 스스로 할 때까지 기다려 줘라’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 전부였다.

아주 흥미로운 책을 만났다. 제목부터 눈길을 끈다. 공부를 잘 하는 비법도 아니고, 공부를 잘하려면 어떻게 하라는 것도 아니다. 책 제목은 ‘행여’로 시작한다. ‘행여’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그럴 리야 없겠지만 그래도’라고 나온다. 그렇다면 제목을 풀이하면 이 정도가 될까?
‘공부를 할 리야 없겠지만 그래도 공부를 하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이렇게 해봐.’

저자는 현직 고등학교 교사이다. 이 책은 10년 동안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그 아이들의 공부 습관을 관찰하고 기록한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공부는 습관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공부를 하는 까닭은 흔히 말하는 성공과 실패가 아니라 자신이 자신의 꿈에 얼마나 성실한 사람이 되어 가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행여 공부를 하려거든 정경오 지음양철북 펴냄

저자는 공부의 최종 목표는 순위가 아니라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을 배우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누구나 살다보면 실패를 경험한다. 하지만 실패에 대처하는 법은 다르다.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그 실패를 통해 새로운 길을 찾는 사람이 있는 반면 실패와 동시에 포기하는 사람이 있다. 저자는 실패를 또 다른 성공의 기회로 삼는 것도, 실패하면 바로 포기하는 것도 습관이라고 말한다. 3625명의 공부 습관을 관찰하고 일화와 위트를 섞어서 쓴 글은 쉽게 읽힌다. 하지만, 마음속에 오래 남는 여운을 준다.

공부 습관 엿보기
저자가 관찰한 학생들의 공부습관을 조금 엿보자. 책의 일부를 소개한다.
호시우행(虎視牛行), 호랑이의 눈빛을 간직한 채 소의 걸음으로 걷는다. 이 말이 어울리는 학생이 있었다. 눈빛은 살아있다 못해 차가웠고 발걸음은 무거웠다. 예리한 눈빛은 끊임없는 사색에서 나왔고 소처럼 무거운 발걸음은 남들보다 신중하고 끈기 있는 그의 성품에서 기인했다.(중략)
그는 우리 학교에서 유일하게 호랑이의 눈빛과 소의 걸음을 간직한 자였다. 호랑이의 눈빛만을 가진 자는 실천이 뒤따르지 않아서 허울뿐이었고, 소의 걸음만을 가진 자는 방향을 읽을 때가 많았다.

이 학생이 유일하게 웃은 것은 수시 합격자 발표가 있던 날이라고 한다. 공부를 대하는 학생의 태도를 잘 보여준다. 묵묵히 열심히 하는데 성적이 오르지 않는 것은 공부 방법을 모른채 우직하게 가기 때문이고, 방법은 잘 알고 있으나 실천하지 않으면 그 또한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글이다.

책의 시작에는 ‘습관’이라는 제목의 글이 나온다. 아이가 중학교 때부터 과외를 했는데 성적이 오르지 않으니 자습을 빼고 집에서 과외를 더 시키겠다는 부모에게 아이가 혼자서 공부를 하는 방법을 모르니 혼자서 해보게 하면 어떠냐고 했더니 그 부모는 아이를 데리고 고급 승용차를 타고 쌩하니 가버린다. 저자는 이 부분을 이렇게 쓰고 있다.

흰색 페라리에 아들을 태운 어머니는 인사도 없이 시속 80km로 학교를 빠져나갔다. 시속 30km 제한속도 표지판의 충고는 그들에게 아무런 효력이 없었다.

풍자가 있는 글이다. 방법이 잘못되었는데 그 방법을 고수하는 것은 늪에 빠진 줄 모르고 계속 허우적대는 꼴이다. 실제로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 중에는 공부 방법을 바꾸면 좋을 것 같은 아이들이 보인다. 하지만, 꾸준히(?) 그 방법을 고수하면서 왜 나는 성적이 오르지 않느냐고 한탄한다. 안타까울 때가 참 많다.

나는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이 아니었다. 대학도 재수를 해서 겨우 들어갔다. 책을 읽다보니 내가 얼마나 잘못된 공부습관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게 된다. 교과서나 교재를 정복의 대상으로 생각했지 소통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교과서는 진도를 다 나가면 버리는 것이 아니라 자꾸만 곱씹어보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어떤 문제를 잘 모르는지는 관심이 없고 문제집 몇 권을 풀었는지 숫자 세기에만 급급했다. 이 책이 지금이라도 공부를 해보려고 마음먹은 이들에게 한줄기 빛이 되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