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시작된 정계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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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시작된 정계개편
  • 충청리뷰
  • 승인 2018.06.0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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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현 발행인

이번 지방선거는 참 재미없다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 이미 승부가 뻔한 게임이라는 것이다. 도내의 상황을 둘러봐도 이를 실감하고도 남는다. 늘 보아 오던, 그렇고 그런 사람들이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고 선거의 묘미라는 새로운 인물, 새로운 스타의 등장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공표 시한을 앞두고 여기저기 발표되는 여론조사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여당의 압승을 점치게 한다. 여론조사 수치가 그대로 실제 득표로까지 이어진다고는 장담할 수 없지만 현재 진행되는 모든 여건을 감안해도 특별한 반전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그래서 나오는 말이 지방선거 이후의 정계개편이다. 정계개편의 가능성은 선거전 초반부터 제기됐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표현의 강도가 더 세지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조차 무슨 ‘매머드’니 ‘빅뱅’이니 하는 단어들을 자연스럽게 입에 올리는 지경이 됐다.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하는 야당의 참패 가능성과 이를 기점으로 빚어질 정치판의 대변혁을 예고하는 것이다.

오는 6.13 지방선거는 우리나라 선거사에 또 하나의 색다른 기록을 남길 조짐이다. 그 전개과정의 기현상 때문이다. 동네일꾼을 뽑는 선거인데도 선거판을 온통 국가적 이슈, 국가적 인물들이 좌지우지하고 있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민주당의 선거대책위원장은 문재인, 선거대책본부장은 홍준표”라는 다분히 냉소적인 시중의 말들이다.

선거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해야 할 공당의 대표가 이번처럼 찬밥신세가 된 적도 없다. 홍준표 얘기다. 도와주겠다고 해도 제발 오지말라 하고 아예 선거판에서 사라져 달라는 압박까지 가해진다.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특히 야당은 그 조직을 이끄는 당대표 즉 당수(黨首)에 의해 생사가 달라졌다. 그런데 홍준표는 지금, 물론 다는 아니지만 자당의 지방의회 후보들로부터도 기피의 대상이 됐다. 참으로 헷갈리는 시츄에이션이다. 이 정도가 되면 선거가 끝난 다음에 책임을 질 게 아니라 지금 당장 대표직을 내놓는 게 맞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선 정반대의 또 다른 비정상이 빚어지고 있다. 전국에 출마한 후보가 모두 ‘문재인’이라는 것이다. 현수막이나 선거홍보물에 문 대통령이 등장하는 현실을 지적하는 게 아니라 전국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선거운동이 결국엔 ‘문재인’ 한 사람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대통령 혼자 이끌어가고 있고 민주당 후보들의 선거운동 역시 문재인 대통령이 모든 것을 견인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당들은 한 명의 후보를 내고도 조마조마한 판국에 민주당은 도덕성에 치명적인 자치단체장 후보를 공천하는가 하면 지방의원의 경우 2, 3명 복수후보를 내고도 동반당선이나 싹쓸이를 공언한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이 그렇게 강조하던 ‘인물론의 지방선거’는 문재인과 홍준표라는 가림막에 묻혀 전혀 기를 못 쓰고 있다.

대신에 한 쪽은 당의 정점이라는 인물이 조직으로부터 토사구팽을 당하고 있고, 다른 한 쪽은 당적을 떠나 정서적으로 최고위라 할 수 있는 한 사람이 선거의 모든 것을 지배한다. 이러한 현상으로만 보면 대한민국은 분명 정치 후진국이다. 그러기에 정계개편은 야당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여당도 그 파고를 쉽게 피하지 못할 것이다.

이 참에 자유한국당이 쫄딱 망해야 보수의 재건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여당의 장신구로 존재하느니 차라리 모든 걸 파산, 파멸시키고 2년 후 총선을 대비해서 새판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박근혜의 천막당사나 노무현의 폐족(廢族)선언을 상기하면 틀린 말도 아니다. 그들 세력은 그렇게 하여 기사회생의 재기에 성공했다. 아등바등 들러리로 살아남느니 완전히 주저앉아야 새로운 사람, 새로운 지도자, 새로운 조직구축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이 것만 보더라도 어차피 6.13선거 이후의 정치판 소용돌이는 불가피해졌다. 그 것이 엄청난 파괴력으로 다가올 지, 아니면 찻잔속의 태풍으로 그칠 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어떤 형태든 정치지형의 변화는 불을 보듯 명확해졌다. 그리고 그 변화가 지향해야 할 타겟은 이번 지방선거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으로부터 이미 예측이 됐다.

왜 ‘문재인’이 여당의 선거운동을 총지휘하게 되었는지, 왜 ‘홍준표’가 입만 뻥긋하면 같은 당의 후보들조차 자지러지면서 손사래를 치는지, 이 것만 깨우치고 이해한다면 조만간 있게 될 정계개편은 기대해도 되겠다. 사람들은 막말로 상징되는 홍준표 식 보수가 아닌 합리적인 보수의 재탄생을 주문하지만 앞에서도 지적했듯 정계개편이라고 해서 꼭 야당한테만 해당되지는 않는다.

보수냐 진보냐를 떠나 우선 이 것부터 확실히 해야 지방선거 이후의 입지를 보장받을 수 있다. 앞으로는 남북분단의 현실을 정치와 통치에 이용하려 하지 말고 극복하려 노력해야 한다는 것, 바로 이것이 정계개편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똑같은 소망이고, 이 때문에 홍준표의 흔들리지 않는 저주의 굿판에서도 대통령 문재인을 지지하는 것이다.

또 있다. 앞으로는 친일이냐 애국이냐를 떠나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기득권과 특권의식을 버리고 오로지 국민들과 눈높이를 맞추라는 것, 바로 이런 이유로 지금 그나마 믿을만한 정당과 지도자를 주목하는 지도 모른다.

나라의 분단을 충돌질하고 국민의 갈등을 부추기는 리더십은 더 이상 설 땅이 없다. 북한이 변하고 있고 촛불혁명을 경험한 국민들의 생각은 저만치 앞서가고 있는데도 대를 이어 정치의 퇴행적 단물에만 매몰된, 오로지 그들만이 변하지 않고 있다.

지금도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 하나 있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여당의 자치단체장 후보 캠프마다 득시글거리는 퇴직 공무원으로 대표되는 군상(群像)들이다. 선거 끝난 후 과연 그들이 어떻게 움직일 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미 지역사회에선 이들을 지방자치의 벌레로 여기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앞으로의 정계개편도 이런 식이라면 싹수는 또 노랗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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