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동정표’를 행사하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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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동정표’를 행사하시렵니까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8.06.08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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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강희 편집국장

나용찬 전 괴산군수의 부인 안미선 무소속 괴산군의원 후보, 이승훈 전 청주시장의 부인 천혜숙 전 자유한국당 청주시장 예비후보, 그리고 한창희 전 충주시장의 부인 이영란 전 무소속 충주시장 후보. 이들의 공통점은 정치인인 남편들이 피선거권을 박탈당하자 선거판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남편들은 모두 법을 위반해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고 중간에 옷을 벗었다.

나 전 군수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고 지난 4월 24일 퇴진했다. 이 전 시장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만원을 받고 지난해 11월 물러났다. 또 한 전 시장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50만원을 받고 지난 2006년 9월 중도낙마했다.

이 중 안미선 후보의 당락은 오는 13일 결정된다. 천혜숙 전 예비후보는 황영호 후보와 청주시장 공천경쟁을 벌이다 탈락했다. 이영란 전 후보는 지난 2006년 무소속으로 충주시장 재선거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한 지방의원 후보도 이번에 남편을 대신해 나왔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도 남편 대신 출마하는 여성 후보들이 종종 있다. 그러나 당선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이들은 남편의 명예회복을 위해 나왔다고 밝히기도 했고, 간혹 아니라는 사람도 있었다. 그럼에도 정치인 부인은 남편의 추락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출마했다고 보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위반자는 죄를 지은 사람들이다. 때문에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명예회복은 피선거권 박탈기간 동안 근신하면서 지역에 봉사하고 달라진 모습을 보일 때 이뤄지는 것 아닌가. 이 또한 본인이 하는 것이지 부인들이 할 일은 아니다. 여성들이 남자 대신 출마했다고 하는 것도 마뜩잖다. 나오려면 자신의 이름과 능력을 내걸고 해야지 왜 대타인가.

선거 때 가장 이해하기 힘든 게 ‘동정표’라는 것이다. 남편의 명예회복을 위해 나온 사람이 바라는 것도 혹시 이 동정표가 아닌가 싶다. 모 지역에서 내리 낙선하고 세 번째 도전하는 한 후보에게 지역주민들이 동정표를 줄 것이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이것 저것 따지지 않고 세 번씩 나오니 표를 준다는 것이다. 인간인지라 측은하게 여기는 게 인지상정일 테지만 표는 내게 주어진 가장 고귀한 것이다. 아무렇게나 누구에게 줄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나의 권리이다.

주민대표는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선거기간 동안 열심히 운동해서 당선됐다고 치자. 당장 다음 날부터 요구되는 역할이 얼마나 많은가. 지방의원이 됐으나 4년 동안 기억에 남는 조례 발의나 활동 하나 하지 않고 끝내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도정질문이나 시정질문 한 번 하지 않고 집행부 견제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거수기’ 역할만 하다 나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집행부 공무원들은 물론이고 지역주민들도 안다. 의정활동을 얼마나 치열하게 하는지, 아니면 ‘거수기’ 역할만 하는지. 다음 의회에서는 이런 의원들이 없기를 바란다. 그러려면 유권자들이 이런 후보들에게 표를 주지 말아야 한다. 처지가 딱하다고, 아는 사람이라고, 동향인이라고 표를 줘서는 안된다. 철저하게 따지고 분석해서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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