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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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란 무엇인가?
  • 충청리뷰
  • 승인 2018.06.1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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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동 균 신부 대한성공회 청주산남교회

너무나 오랫동안 휴전상태에서 살아온 우리들은 착각을 한다. 실제 전쟁은 일어나지 않으면서 늘 전쟁상태로 사는 일상이기 때문에 남북간의 긴장과 충돌이 눈앞에 닥쳐도 심각하게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세계 각국의 언론들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금방 터질 것 같은 소식을 전하는데도 정작 한국에 살고 있는 국민들은 그냥 평화롭게(?) 일상을 유지하는 것을 외신기자들이 이상하게 생각한다는 말을 자주 들어왔다. 정말 우리는 평화로운가?

젊은 세대들이 통일에 대해 비관적이라는 언론보도를 보면 마치 그들이 평화를 부정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 통일에 대해 비관적이거나 부정적이기까지 한 사람들이 평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젊은 세대가 아니라 보수정당을 자처하는 구 집권세력들은 마치 평화를 부정하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통일을 북한과의 적대적 관계를 연상시키는 정치적 용어로 사용하는 것에 익숙한 옛 집권세력들에게 평화라는 것은 통일보다 먼저 이루어질 수 없다는 생각이 가득한 것 같다. 이른바 ‘통일대박’이라는 말을 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도 ‘평화없는 통일’을 전제로 하는 정치적 용어로만 사용하였다. 요즘 문재인정부에서 이룩하려는 평화정책을 보면 젊은 세대들이 평화에 대해 어느 누구보다 적극적임을 알 수 있다. 반면 구 집권세력은 평화를 싫어하는 것처럼 보인다.

남북한 문제에 있어서 평화없는 통일의 문제는 언제나 ‘우리의 소원’과 달리 정권들이 이용하는 ‘선전용어’에 불과했음을 알게 되었다. 통일을 위한 논의에서 먼저 평화의 문제를 다루어야 하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했던 이런 인식을 가로막았던 분단세력들에게 요즘 현실화되는 한반도의 ‘평화 체제’라는 말은 그들에게는 ‘적대행위’로 인식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거대한 전환의 시대를 살고 있다. 전쟁이 없었는데도 전쟁을 끝내지 못한 상태, 평화가 없는 상태에서 분단세력들이 가로막았던 장벽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고 길이 열릴 것이라는 희망이 한반도를 중심으로 전세계에 펴져나가고 있는 중이다.

평화의 내용이야 너무나 거대하고 큰 담론이지만 가장 중요한 사실은 서로가 평화를 원한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함께 마주 앉은 테이블에 먼저 자신들이 평화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부터 올려놓아야 평화가 시작된다.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에서 한 일은 그것이었다.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는 사실에 합의를 하니까 그 다음 일이 순조롭게 풀리게 될 수 있는 것이다.

미국과 북한의 문제도 사실은 평화문제이다. 미국은 극동에서는 전쟁없는 평화상태로 묶어놓고 중동을 화약고로 만들어 집중하는 형식이었다. 그러나 이제 극동이 새로운 평화체제를 열어내야만 한다는 자국민의 요구를 드러내는 과정이라고 본다. 이렇게 되면 복잡하고 거대한 한반도의 평화문제는 다음단계로 빠르게 이행되고 마침내 서로가 원하는 형태의 통일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평화를 원하지 않으면서 통일을 이룩한다는 것은 전쟁을 통해 상대방을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다. 이런 바람이 이루어질 리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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