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갈등에서 벗어나 이해의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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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갈등에서 벗어나 이해의 시대로
  • 충청리뷰
  • 승인 2018.06.1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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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진 교수의 <세대 게임>

김대선
청주독서모임 ‘질문하는 책들’ 운영자

며칠동안 선거와 북미정상회담 등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가 연달아 이어졌다. 이럴 때면 목소리를 높이기보다는 말을 줄이게 된다. 내 옆의 누군가가 나와는 많이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발언 하나하나가 조심스럽다. 특히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어른과 만날 때면 더욱 말을 아낀다. 무조건 내 주장을 앞세우기보다는 타인을 조금 더 이해하고 싶다. 삼가는 마음으로 책 한 권을 골라서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었다. '세대 프레임'을 넘어서기 위한 제언을 담은 책, <세대 게임>이다.

사람은 흔히 세대로 구분된다. 특히 청년과 노인(또는 어르신) 세대의 구분은 매우 흔하다. 희한하게도 청년과 노인은 크게 다른 생각을 가진다고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청년은 진보적이고, 반대로 노인은 보수적이므로 성향이 명확하게 구분된다고 쉽게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그렇게 단순하게 구분되지 않는다는 것은 여러 가지 관점과 방법으로 확인할 수 있다.

세대 게임 전상진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이 책에서 소개되는 지난 탄핵 정국의 촛불 집회 사례는 꽤 흥미롭다. '촛불' 세력의 반대편에는 태극기를 휘날리며 거리로 나온 '맞불' 세력이 존재했다. 맞불 집회의 참여자는 주로 노인으로 구성되었기에 세대적 특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쪽이다. 그러나 촛불 집회의 참여자 연령대는 매우 다양했다. 촛불을 든 시민 중에는 어린 학생도, 노인도 모두 있었다. 촛불 시민은 연령이나 세대의 관점에서 하나로 묶어서 설명하기가 불가능하다.

이런 촛불과 맞불의 대립을 '세대 갈등' 또는 '세대 분쟁'으로 표현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서로의 견해 차이를 부각해서 싸움을 더욱 부추겼던 무리가 존재했다. 저자는 의도적인 사실 왜곡으로 어떤 정치적인 이익을 얻으려는 자를 세대 게임의 '플레이어'라고 부른다.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주장과 지지 세력이 승리하지 않더라도 별 상관이 없다. 그들의 주된 관심은 갈등과 분쟁의 지속이다. 그들은 집단 사이의 대립에서 모종의 이익을 취한다. 그들은 인종, 계급 등의 다양한 요인을 갈등의 불씨로 활용한다. 지금의 대한민국에서는 그 교묘한 갈등 조장의 주된 도구이자 대상이 '세대'가 된다. 청년과 노인 세대를 반대편에 놓고 격렬히 대립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투표 인증샷이 초래한 뜻밖의 여파
투표 인증샷을 바라보는 독특한 관점은 무척 신선했다. 지난 선거 때의 투표 인증샷 캠페인을 기억하는 분이 많다. 손에 선거 도장을 찍는 방법으로 투표 인증샷을 올리는 행위가 널리 유행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사전 투표 기간에 이미 수많은 인증 사진이 SNS와 온라인 대화방으로 공유됐다.

저자는 투표 인증샷의 풍조에 한 가지 의문을 제기한다. 물론 투표 인증샷을 공유하는 행위 자체는 나쁘지 않다. 저자가 주목하는 지점은 투표 인증샷 캠페인의 기원과 그 결과다. 이전 선거에서 특정 정당은 투표 인증샷 캠페인으로 청년층의 투표율을 높이고자 했다. 청년 세대가 투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도록 유도한다면 선거에서 유리하리라고 기대했다. 일종의 세대 게임 플레이어인 그들은 투표 인증샷 캠페인으로 청년과 노인 세대를 구분지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투표 인증샷 캠페인 전략이 역으로 위기감에 처한 노인 세대의 결집을 유도했다는 견해를 제기한다. 청년 세대의 투표를 독려하고 시민으로서의 책무를 다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은 선의에서 비롯되었으나 결과가 순탄치만은 않았다. 이제는 '카카오톡'과 '밴드'를 활용한 정치적 견해 공유가 일부 노인 세대 사이에서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세대 게임 플레이어의 영향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사실을 잘 드러내는 사례이다.

세대 게임의 양상은 복잡하여 불필요한 갈등과 분쟁을 낳는다. 인지 부조화를 동반한 반지성주의의 물결은 세계 곳곳을 싸움터로 만들고 있다. 이런 인종, 계급, 세대 플레이어들의 은밀한 술수에 그대로 놀아난다면 참으로 억울한 일이다. 불필요한 갈등의 늪에서 벗어나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진 타인을 조금 더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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