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의 불’떨어졌는데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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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의 불’떨어졌는데 어쩌나
  • 윤호노 기자
  • 승인 2018.06.27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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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 근로시간 단축 시행 앞두고 충주·음성 ‘비상’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앞두고 지역 운수업체 및 중소기업 등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근로시간 단축의 여파가 시내버스에 미치면서 운행노선이 줄어 주민불편이 예상된다. 7월 1일부터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근로시간이 단축된다. 주당 최대 68시간 근무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해 저녁이 있는 삶,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루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이루자는 취지지만 기대와 함께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충주·음성지역에서는 시내버스 업체와 중소기업 등이 경직된 근로기준을 일괄적으로 적용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 개정을 따르지 않을 수 없어 운행감축을 대안으로 내놓고 있다.

충주 시내버스 운행은 현재 99개 노선 555회인데 내달 1일부터 96개 노선, 499회로 10% 가량 줄어든다. 시는 법 개정으로 운전기사들의 근로시간이 최대 주 52시간으로 줄었고, 신규 기사 수급이 어려워 운행노선을 감축한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현행 노선 유지를 위해 43명의 추가 운전자가 필요하지만 낮은 임금, 과도한 근로시간 등으로 버스운전자 수급이 어렵다. 신규 운전자 양성·채용을 위해서는 최소 15개월이 필요하다”며 “여기에 고속버스 업계도 인력부족으로 시내버스 운전자 빼가기를 추진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시는 감회노선에 대한 수송분담 대책으로 마을택시 지원과 내년 7월 1일 이후 전 노선 격일제 근로형태 추진을 검토하고 있지만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지 미지수다.

시정기간 6개월 ‘혼란’
음성군도 사정은 비슷하다. 버스운전자들은 길게는 하루 18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지만 내달부터 하루 8시간 근로에 주 12시간까지만 연장할 수 있기 때문. 노선을 유지하려면 운전자를 더 뽑아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버스노선이나 운행시간을 줄여야 한다. 그래서 음성군은 감곡에서 충주 앙성까지 왕복편을 현재 15회에서 5회로 줄인다.

음성-괴산 간 버스노선도 축소나 폐지가 불가피하다. 군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별다른 방법이 없고 일단 시행 이후에 민원이나 주민요구 사항을 반영해서 차후 개선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탄력근무제나 희망택시 등의 보완책이 거론되지만 주민불편을 얼마나 완화할 수 있을지 충주시와 마찬가지로 미지수다. 때문에 ‘버스대란’이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월 국회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을 때 법 시행 유예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충주시민사회단체 김종욱 간사는 “근로시간 단축이 현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준비시간이 필요하다”며 “노선버스에 대한 특례업종 제외 시행을 유예하거나 대중교통서비스 정책을 마련하는 등 대책을 준비했어야 했다”고 역설했다.

유예기간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고용노동부는 노동시간 단축이 적용되는 상시 노동자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감독이나 진정 등으로 노동시간 위반이 확인될 경우 최장 6개월의 시정기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현행 노동부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상 7일(한 번 연장하면 14일)인 노동시간 위반 시정기간을 대폭 늘린 것으로, 법 시행 자체를 유예하는 것이 아니고 집행을 보다 유연하게 한 것.
정부가 노동시간 단축 시행을 코앞에 두고 ‘시정기간’을 부여하기로 급선회함에 따라 근로현장에서 혼선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6개월의 시정기간을 뒀지만 이 기간 내 처벌이 가능하고, 개선이 없으면 제재도 할 수 있다고 정부가 발표하면서 어떤 기준으로 하는 것인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개정법은 내달 1일부터 시행되고 사업주에게는 법 준수 의무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사업주는 법 위반 사실이 밝혀지면 반드시 시정해야 할 책임이 생긴다. 즉 올해 말까지인 계도기간 중에도 노동자가 사업주의 노동시간 위반을 고소·고발할 경우 노동부는 법 위반이 확인되면 사업주를 사업 처리할 수밖에 없다.

4인 이하 업체 ‘법 보호 밖’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2016 고용동향’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의 근로시간은 2113시간이다. 이는 OECD 회원 35개국 가운데 멕시코(2246시간)에 이어 두 번째로 길다. 한국의 근로시간이 긴 이유는 주당 근로시간 40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이 포함되는데다 정부 행정 해석에 휴일근로 16시간(토·일 각 8시간)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이에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는데 300인 이상 기업이 우선 적용대상이다. 300인 미만 50인 이상 기업은 2020년 1월부터, 50인 미만 5인 이상 기업은 2021년 7월부터 단계적으로 단축 근무가 이뤄진다. 하지만 4인 이하 사업장은 법정 노동시간 제한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이곳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대책마련도 요구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4인 이하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2015년 기준으로 358만 7000명이다.

택시 기사, 화물차 운전자 등 5개 특례업종 종사자도 노동시간 단축과 거리가 멀다. 법 개정으로 특례업종이 26개에서 5개로 줄었지만 여전히 112만 명이 남아 있다.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중간에 있는 퀵서비스 기사, 학습지 교사, 레미콘 기사 같은 230만 특수 노동자도 노동시간에 법적 제한이 없다.

이렇게 되면 최소 700만 명의 노동자가 노동시간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게 된다. 여기에 코리안드림을 품고 한국에 온 외국인노동자들과 영세 자영업자들도 대부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지만 통계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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