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안아보고, 올라보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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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안아보고, 올라보았는가?
  • 충청리뷰
  • 승인 2018.06.2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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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허그, 나무를 감사와 사랑의 마음으로 꼭 안아주는 것

사람들을 만나면 나무와 관련된 이야기를 묻곤 한다. 나무를 올라본 적이 있는가? 나무를 안아본 적은 있는가? 나무와 관련된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있는지 등등…어린 시절 나는 동백나무 위에서 동생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동백나무를 오르고, 동배나무에 끈을 묶어 그네를 타기도 했다. 어느 날은 감나무 위에 올라갔다가 벌에 쏘였던 적이 있다.

어른이 되어서는 좀처럼 나무에 올라갈 일이 없었다. 2015년 충북대학교 산림치유학과 박사를 마치던 해, 나는 다시 나무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충북대학교 트리클라이밍 연구회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트리클라이밍(Tree Climbing) 체험을 했다. 나뭇가지에 긴 줄을 걸어 그 줄을 타고 나무에 올라갈 수 있었다. 물론 머리에는 안전 모자를 쓰고, 몸에는 줄과 내 몸을 연결할 수 있는 하네스를 입었다.

나무 위를 올라가기 위해서는 손과 발을 이용해야 한다. 발로 줄을 밟아 끌어 내리고, 손을 이용해서 줄을 잡아당기고 이동하다보면 어느새 나무 위에 오를 수 있다. 나무 위에 올라가기 위해 손과 발이 함께 협동해야 하고, 줄을 의지한 채 나무에 오르기 위해서는 그 순간에 온전히 집중해야 한다. 그때,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알아차리는 명상상태를 경험했다. 나무 꼭대기 나뭇가지에 앉아 세상을 바라보았을 때의 느낌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먼저 내 자신의 몸과 마음이 연결되는 것을 느꼈고, 나무와 온몸으로 가까워지는 경험을 통해 자신감과 생동감이 느껴졌다.

트리허그 최고의 기록 가진 한국
나무에 오르기 위해서는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 트리클라이밍 체험 전에 반드시 스트레칭을 해준다. 특히, 트리클라이밍을 위해서는 어깨 쪽에 근육을 많이 이완시켜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자신이 올라갈 나무를 꼭 안아주는 트리허그(Tree Hug)를 한다. 트리허그란 나무를 감사와 사랑의 마음으로 꼭 안아주는 것이다. 나무를 꼭 껴안고, 눈을 감으면 마음에 평화로움이 가득해진다. 우리가 숲을 걷다가 멋진 나무를 만나면, 무의식적으로 나무를 안아주는 트리허그를 한다.

공식적으로 트리허그라는 말이 나오게 된 유래는 인도에서 벌목을 반대하기 위해 생긴 ‘칩코(CHIPKO)운동’에서 시작 되었다. 칩코라는 말은 힌두어로 Hug(끌어안기)이다. 1973년 3월 23일 인도의 한 테니스 라켓 제조 회사가 재료로 쓸 호두나무와 물푸레나무를 벌목하려고 했을 때 고페쉬왈 마을 여성들이 이를 반대하며 나무를 한 그루씩 끌어안고 나무를 자르기 전에 “나의 등을 도끼로 찍으라”고 외치면서 시위를 벌였다. 라켓회사의 벌목꾼들이 결국에는 벌목을 포기했다.

트리허그의 공식적인 기록은 2013년 7월 미국 포틀랜드에서 열린 트리허그 행사에서 936명이 동시에 진행한 것이 최고였으나 우리나라에서 깨졌다. 2015년 포천 국립수목원에서 열린 산림청 주최 트리허그 행사에 1226명이라는 인원이 참여해 세계 신기록을 수립했다.

지난 5월 13일 양재시민의 숲 플라타너스 나무에서 외국인봉사단과 장애우 대상의 트리클라이밍 체험을 진행했다. 국제트리플레잉협회의 CRT(Cho's Rope Technic) 방법으로 트리클라이밍을 했다.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트리클라이밍을 위한 기초매듭법(슬립넛, 푸르지크 매듭)을 숙지한 후 매듭법을 통과해야 트리클라이밍 체험을 할 수 있다.

우리는 자연과 연결돼야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조금씩 줄을 통해 나무와 가까워진다. 나무의 가장 높은 가지에 올라가 세상을 바라본다. 나뭇가지를 꼭 끓어 안고, 눈을 감고 호흡을 해 보고, 자신의 다짐을 소리내어 외쳐본다. 소리내어 외치는 것이 부끄러우면, 자신만 들릴 수 있도록 자신의 다짐을 나직이 이야기할 수도 있다. 그날 생일인 트리클라이머에게 하강 중에 케익을 선물하고 축하노래를 불러주는 시간도 가졌다.

트리클라이머가 땅이 아닌 공중에서 생일케익을 받아보고 크게 감동했고, 나무 아래에서 축하노래를 부르며 생일을 축하해주는 사람 또한 감동의 시간을 가졌다. 몸이 조금 불편하지만 끝까지 여러번 도전하여 나무에 오른 장애우의 모습에 감동을 느꼈다. 장애우가 참여하면 강사는 절대로 로프를 손에서 놓지 않고 안전하게 하강할 때까지 신경쓴다.

국제트리플레잉협회 조혁균 회장은 “특히 장애우들이 트리클라이밍을 어렵게 성공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나무를 안아보고, 올라보는 경험이 그들에게 큰 자신감을 줍니다. 국제트리플레잉협회가 존재하는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라고 말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나무와 숲, 꽃과 가까워지고, 자연과 잘 연결될 수 있을까?”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사람으로 늘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이다.

우리는 자연과 연결되어야 한다. 자연 그 자체인 내 자신의 몸과 마음과 영혼이 먼저 연결되어야 하고, 내 옆에 있는 사람들과 연결되어야 하고 특히 나무, 숲, 꽃, 흙, 물, 바위, 바람 등의 자연의 요소와 연결되어야 한다. 나무를 안아보고, 나무를 오르다 보면 어느새 자연과 가까워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나무를 안아보고, 올라보는 트리클라이밍 경험을 꼭 해 보기를 강력 추천한다. 국제 트리플레잉 협회
http://cafe.daum.net/treeplay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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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택 2018-07-03 18:04:35
너무나 소중한 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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