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위한 간절한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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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위한 간절한 외침
  • 충청리뷰
  • 승인 2018.07.05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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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평화운동가 데보라 엘리스의 『브레드 위너』

심진규
진천 옥동초 교사·동화작가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전쟁의 참상을 알지 못하는-나도 겪어보지 못해 알지 못하지만-아이들은 전쟁을 온라인게임 정도로 여기는 것 같다. 하지만, 전쟁은 게임이 아니다. 전쟁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누구일까? 여성과 아이들이다. 데보라 엘리스는 『브레드 위너』에서 아프가니스탄 내전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아이들이 읽기에는 다소 무거운 주제이며 이해하기 힘들 수 있지만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꼭 권하고 싶은 이야기다.

열세 살 소녀 파바나는 카불 시장에서 아버지와 함께 일을 한다. 아버지는 글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읽어주거나 대신 편지를 써주는 일을 한다. 파바나는 그런 아버지 옆에 내내 엎드려 있다가 아버지를 집으로 모시고 온다. 탈레반이 정권을 잡고 나서 여성들의 바깥 출입을 전면 통제했고, 밖에 나올 경우에도 몸 전체를 가리는 부르카를 입어야 했다.

파바나의 아버지는 폭격으로 한쪽 다리를 잃었다. 파바나의 도움이 없으면 일을 할 수 없다. 어느날 그런 아버지가 영국에 유학을 다녀왔다는 이유로 감옥에 잡혀간다. 파바나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머리카락을 자르고 남장을 하고 시장에 가서 아버지가 하던 일을 대신한다. 그러던 중 파바나와 같은 처지인 친구 샤우지아를 만난다. 둘은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유일한 소원이다. 어른이 되었을 때 자신들의 삶을 위해서. 그래서 돈을 벌기 위해 공동묘지에서 뼈를 줍는 일까지 하게 된다.

브레드 위너데보라 엘리스 지음 권혁정 옮김나무처럼 펴냄

엄마와 언니, 동생들이 언니 결혼을 위해 다른 지방으로 가고 파바나는 감옥에서 나올지도 모르는 아빠를 기다리며 집에 남는다. 아빠는 감옥에서 나오고 파바나와 아빠는 다른 가족을 찾아 길을 나선다. 친구 샤우지아와는 프랑스 파리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남기고. 하지만, 파바나의 삶은 평탄치 않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혼자 남겨진 파바나는 엄마를 찾아 길을 나선다. 길에서 만난 갓난아이 하산, 동굴에서 만난 남자 아이인 아시프와 함께 길을 떠난다.

“아프간 사람들의 삶은 계속돼야”
파바나는 길을 가다 한 소녀를 만난다. 노리아는 여덟 살이다. 노리아는 폭격으로 반쯤 부서진 집에서 할머니와 둘이 산다. 근처에서 지뢰가 터지면 거기로 달려가 죽은 사람 근처에 있는 물건들을 가지고 와서 생활을 한다. 간혹 동물이 죽으면 사체를 먹으면서 지낸다. 파바나는 그곳에서 노리아와 아시프, 하산과 함께 지낸다. 집도 치우고, 식물도 가꾸면서. 하지만, 그 평화도 잠시일 뿐 폭격은 다시 시작된다.

파바나의 위험한 여정과 난민수용소에서 지내며 프랑스로 가 자유의 삶을 누리길 원하는 샤우지아의 모습을 함께 보여주며 전쟁이 얼마나 이 아이들의 삶을 망쳐 놓았는지 보여준다. 심지어 아프간을 돕기 위해 왔다는 미군에 의해 파바나는 테러리스트로 몰리기까지 한다.

절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탈레반의 세력이 약해지고 파바나와 엄마는 학교를 세워 여성들을 교육하는데 온 힘을 쏟는다. 학교 문을 열어 아이들이 다닐 수 있도록 부모들을 설득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자살폭탄 테러의 위협을 받고 있으며 여성 활동가들은 살해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데보라 엘리스는 이런 현실을 알리고 싶었으리라. 그리고 평화를 이야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작가의 말 마지막 문단을 소개한다. “아프간 사람들의 삶은 계속되어야만 합니다. 지금 파바나와 샤우지아, 위리 아줌마와 같은 개개인은 아프간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이 이들을 지원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럴 의무가 있습니다.”
내 일이 아니라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모른 척 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삶을 지원하고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의무’라는 작가의 말처럼 이 글을 읽는 모두가 평화를 선택이 아닌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삶을 살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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