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에 문화를 입힌 이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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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에 문화를 입힌 이 남자
  • 권영석 기자
  • 승인 2018.07.11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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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문화시설이 부족한 충북, 주민들은 늘 갈 곳 없다 아우성
이동덕 유테크 대표 복도를 갤러리로 꾸며 문화공간 만들계획

지난해 11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7 전국 문화기반 시설 총람>을 살펴보면 전국 문화기반시설은 2657개로 파악됐다. 전국 문화기반 시설 총람은 국민들의 문화기본권을 신장시키겠다는 취지로 2003년부터 발간하고 있다. 여기에 포함되는 문화기반시설은 도서관과 박물관, 미술관, 문예회관, 지방문화원 그리고 지역문화재단 등이다.

충북엔 문화기반시설이 126개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의 0.04% 전국 12개 시·도 중 9위다. 전국을 놓고 보면 수도권이 전체의 36.3%를 차지해 쏠림현상이 심했고 특히 영화관을 포함한 공연·전시시설은 전체의 약 56%가 수도권에 밀집돼 있었다.

이동덕 대표는 피카소하우스 1층 빈공간을 활용해 그림을 전시하고 있다. 사진/육성준 기자

그래서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격차를 해소하고자 예산을 배정해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국회국정감사에서 곽상도 의원(대구 중구남구, 자유한국당)은 최근 5년간 지원예산 총 1천356억원 중 62%가 수도권에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충북은 전체의 약 1%라고 한다.

특히 민간에서 이뤄지는 문화예술기회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문화예술단체의 한 관계자는 “지난 3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발표한 <2017문예연감> 자료에 충북은 10만명당 문화예술 활동 건수가 43.2건으로 전국 평균 66.4건에 미치지 못했다. 전국적으로 문화예술활동이 증가추세인데 인근 세종시나 충남, 대전에 비해 충북의 증가세는 더디기만 하다”며 “이는 특정단체에 문화예술지원의 쏠림현상이 심하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주민들도 민간에서 이뤄지는 예술활동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고 말한다.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역문화재단들에서 다양한 사업을 펴지만 그래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피카소하우스 전경 /사진=육성준 기자

문화의거리 꿈꾸는 건물주

이동덕(50) 유테크(U-TECH) 대표는 최근 율량동에 ‘피카소 하우스’라는 건물을 지었다. 평소 추상화를 좋아한다는 이 대표가 상업용도로 지은 건물 복도와 비어있는 공간에 갤러리를 꾸미면서 붙인 이름이다. 그는 “평소 외식업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맛있는 먹거리로 꾸민 복합공간을 계획하고 몇 년 전부터 준비했다”고 건물을 짓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런데 건물을 구상하던 중 지인이 운영하는 미술관이 자금사정으로 문을 닫게 됐다. 평소 미술에 관심이 많던 이 대표는 그림들을 매입했고, 이를 전시하기 위해 건물의 설계를 변경했다. 그는 “그림들을 전시하기 위해 설계보다 복도의 폭을 50cm 늘였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이 부담 없이 그림을 보고 위안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고 밝혔다. 그는 소박한 바람이라고 말하지만 설계를 바꾸고 조명을 설치하는 등 제반시설을 조성하기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이 들었다.

이동덕 유테크 대표 /사진=육성준 기자

그래서일까 이제 막 문을 열었지만 ‘피카소 하우스’에는 지나는 사람들이 찾아와 그림을 구경하고 또 사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는 “지금은 매입한 모작들이 걸려 있지만 앞으론 이 공간을 지역청년작가와 작품 활동을 하지만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개방하고 싶다”고 계획을 밝혔다.

그 이유로 젊은 시절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 어렵게 부를 축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가 대표를 맡고 있는 유테크가 현재는 국내 유일의 식용젤리 생산라인 제작업체이지만, 성장하기까진 숱한 어려움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래서인지 뚯 있고 열정 있는 젊은이들이 계기를 마련하지 못해 곤경에 처한 것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그래서 지역의 작가들을 돕자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는 “비싸고 좋은 그림이 아니라 젊은이들의 열정이 느껴지는 그림을 좋아한다. 젊은 작가들의 열정적인 그림을 보고 힘을 얻는다”며 “작품이 주는 힘은 생각지 못한 강력한 영감을 줄 때가 많다”고 경험담을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젊은이들의 그림을 보고 하나라도 구매하면 그들에게도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며 문화공간을 조성한 계기를 설명했다.

이어 문화거리를 꿈꾸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청주에 문화공간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실제로 청주에 누군가 찾아오면 함께 즐길 문화요소가 많지 않다. 이곳에 건물을 갖고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 일상, 우리 주변에서도 문화요소를 만들어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주변 점포 주인들도 그의 뜻에 가세해 율량동 문화의 거리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피카소하우스의 복도갤러리는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사진/육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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